[기자수첩] 편한 금융이 반갑기만 한가

이경화

icekhl@daum.net | 2017-07-12 10:05:51



▲ <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지난 4월 3일 오픈한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 100일을 갓 넘겼다. 24시간 모바일을 통해 대출 포함, 모든 은행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신문물이다. 고객 입장에선 영업점의 긴 줄에 허비하는 시간이 적어진데다 야간이나 주말에도 대출과 상담 등 업무를 볼 수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심지어 점포 비용을 절감한 만큼 시중은행보다 유리한 예대금리를 제공한다.


모바일로 계좌 개설부터 대출까지 갈수록 금융의 편리성이 강조되는 세태다. 핀테크(금융+IT)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금융에 빅데이터(대용량 자료) 활용이 본격화되면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실제 외국에선 담보·보증 없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핀테크가 소상공인·학자금 대출 등으로 활성화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편리한 금융이 마냥 반갑기만 할까.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노동환경에는 위협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진다. 금융권에서 로보어드바이저(로봇자문가) 도입 가속화로 자산운용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비단 금융 분야뿐만 아니라 의사, 변호사, 비행기 조종사 등 전문 자격증을 갖춘 이들도 이제는 기술의 발전 앞에 일자리를 잃을까 불안해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앞서 지하철 검표원이나 매표원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고속도로 하이패스로 톨게이트 징수원의 일자리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요즘 같이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는 등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시점에 일자리를 동반하지 않은 기술 발전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너무 편리한 금융은 자칫 저금리가 갖는 부작용을 더 키울 우려도 있다. 미국식 주주자본주의가 한계에 이른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데다 레버리지(대출)를 일으켜 수익을 창출할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아서다. 이런 상황에서 쉽게 대출을 받아 가계 빚이 늘 경우 금융안정을 흔들 수 있다. 부채상환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거나 금리인상 등으로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지면 은행경영이 부실해지고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의 확산으로 저금리는 시대적 뉴노멀(새로운 정상)이 됐다. 여기에 빠르고 편한 금융은 유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핀테크만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고심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금융개혁의 본질을 되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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