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배급·상영 분리…다시 힘 받나

국정위·영화계 힘 모으기로…국회 '부정적', CJ·롯데 '난색'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7-07-04 15:49:22

▲ <사진=CGV>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대형 멀티플렉스의 상영과 배급을 분리하는 규제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영화계가 힘을 합쳐 대기업의 영화 배급·상영 분리를 포함한 규제방안이 지난해 10월에 이어 다시 한 번 거론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 사회분과 최민희 위원과 전재수 국회의원, 정부와 영화계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영화산업 독과점 해소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상영과 배급의 분리,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점을 막기 위한 점유율 제한, 독립예술영화의 의무상영 등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각각 발의한 법안으로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를 분리하는게 핵심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고 도 의원이 문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동력이 약해진 상태다. 특히 국회 전문위원들과 야당 의원들, 일부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법안 통과 가능성이 약한 상태다.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상영과 배급의 분리는 대기업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과정에서 재산권의 침해에 따른 위헌의 소지가 있고 자동차와 방송 등 다른 산업의 수직계열화와 비교해 차별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영비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국내 멀티플렉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CJ와 롯데는 배급과 상영 중 한 기업을 매각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CJ는 실적이 낮은 CGV(상영)를, 롯데는 엔터테인먼트(배급)를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CGV는 지난 1분기 매출 4055억원, 영업이익 14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대비 18.1%,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67% 감소했다.


CGV 측은 영비법에 따라 CGV를 매각하게 될 경우 국내 점유율 1위 영화체인이 중국 자본에 매각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CGV 한 관계자는 “CGV는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 매각될 가능성이 낮다”며 “해외 멀티플렉스 체인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있는 중국 완다그룹이 CGV를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세계 점유율 1위 멀티플렉스인 완다시네마는 중국과 미국, 영국, 호주 등 전세계 11개국에 1만3213개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다. CGV는 한국과 중국, 베트남, 미국 등 8개국에 2742개의 스크린을 확보해 글로벌 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대형 극장 체인인 AMC를 인수하며 글로벌 영화산업에 뛰어든 완다는 지난 2월 북유럽 점유율 1위 극장체인인 노르딕 시네마를 인수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미국의 TV제작사인 딕 클라크 프로덕션을 인수하기도 했다. 딕 클라크 프로덕션은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컨트리 음악상, 미스 아메리카 등 여러 시상식과 TV프로그램 등을 제작한 회사다. 완다그룹이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앞으로 TV제작에도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CGV가 매물로 나올 경우 완다시네마가 적극적으로 매입할 것이라는게 CGV와 업계의 관측이다. 이 경우 국내 1위 영화체인이 중국 자본에 매각되는 것은 물론 CGV의 독자적인 영사기술인 스크린X와 4DX 등도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스크린X는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한 ‘2016년 가상현실 플래그쉽 프로젝트’에 선정된 기술로 카이스트가 CGV가 공동개발한 영사기술이다.


현재 CGV는 해외 7개국 36개관에 스크린X관을 설치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전세계 누적 스크린X 관객 1억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 뿐 아니라 롯데도 이같은 우려 때문에 “배급·상영 분리는 영화 전체 산업 측면에서 보면 도움이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정 CGV 대표는 지난 2월 열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중국의 완다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있는 만큼 한국영화 산업도 오히려 체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멀티플렉스의 또 다른 문제로 스크린 독과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영화계 일부에서는 대형 극장의 배급·상영 분리보다 ▲스크린 상한제, ▲독립영화 쿼터제가 우선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체부 역시 스크린 독과점 문제 해결을 위해 멀티플렉스가 한 영화를 일정 비율 이상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독립·예술영화를 특정 일수 이상 의무적으로 상영하는 쿼터제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은 “당장 시급한 것은 배급·상영 분리가 아니라 대기업의 투자·제작을 분리하는 것”이라며 “동반성장위원회가 영화제작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적하면 법 개정 없이 대기업이 제작에서 손을 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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