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民意) 파악 못하는 정치인 국민 공분 폭발
‘세월호 참사’에 실언, 망언, 망동 이어져
박진호
contract75@naver.com | 2014-04-25 17:05:51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가라앉았다. TV 방송 한 켠에 적힌 숫자들 중 늘어나는 건 사망자 수 뿐 이고 구조자 숫자는 도무지 변할 줄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진도 현장을 방문해 침몰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기만 하다.
여기에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오히려 민심과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해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대북 문제와 외교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국내 갈등과 화합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고, 여전히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후폭풍이 우려된다. 게다가 일부 정치인의 헛발질도 이어지고 있다.
하필이면 선거 정국이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출마에 몸이 달아 있던 일부 예비 후보들에게는 국가적인 참사가 자신의 이름을 함께 얹어갈 수 있는 이벤트로 보였나보다. 그러나 선거에 눈먼 이들은 신중하지 못했고 국민의 분노는 엄중했으며, 대한민국의 IT는 지나치게 발전해 있었다.
‘세월호 참사에 애도를 표한다’ 혹은 ‘세월호 참사 애도에 동참하고자 선거 운동을 자제하겠다’라는 단체 문자가 폭발적으로 국민의 휴대전화로 날아들었고, 이러한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소속과 출마지역, 그리고 이름을 친절하게 명시한 예비 후보들의 이름은 인터넷과 SNS 공간에 낱낱이 공개됐다. 본인의 진정성 여부를 가늠하기에 앞서 국가적 슬픔을 이용한 선거 운동에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들에 대한 낙선운동에 나서자는 의견까지 조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도정을 맡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굳이 진도까지 내려가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무책임한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김 지사는 ‘언론플레이는 하면서 제대로 구조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성토하는 실종 학생 아버지에게 “저는 경기도지사라 경기도 안에서는 영향력이 있지만 여기는 지금 경기도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여러가지로 한계가 있는 관계로 해양수산부 장관이 오면 지원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자식의 생사가 갈림길에 있는 상황에서 탄원하는 부모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말하는 위정자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단원고등학교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위치하고 있다. 김 지사가 7년여의 시간동안 살림을 맡아온 경기도 관할에 위치하고 있으며 경기도청과는 직선거리로 채 20km도 떨어져 있지 않다. 이러한 지척의 아픔에 대해 김 지사가 취한 태도와 발언은 바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김 지사의 실망스러운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지사는 사고 이후 자신의 SNS에 사고를 애도하기 위한 자작시를 올리기 시작했다. ‘캄캄바다’, ‘가족’, ‘현장행’, ‘진도의 눈물’ 등의 자작시를 올린 김 지사의 트위터는 ‘밤’이라는 자작시에서 여론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김 지사가 ‘어린 자식/바다에/뱃속에/갇혀있는데/ 부모님들/울부짖는 밤/ 괴로운 밤/불신의 밤/ 비까지 내려/ 속수무책 밤/긴긴 밤/괴로운 밤’ 이라고 적은 자작시를 본 일부에서는 김 지사에게 ‘싸이코패스’라는 폭언까지 쏟아냈다. 또한 ‘불타는 로마를 보며 노래했다는 네로가 떠오른다’며 김 지사에게 실망과 분노를 나타내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김 지사는 18일 오후, 자신의 SNS에 다시 글을 올려 “진도 현장에서 이틀간 느낀 참담하고 비통한 제 심정을 짧게 표현한 것입니다. 제 진심과 달리 오해를 초래하게 돼 무척 안타깝습니다. 계속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냉담하기만 하다.
김 지사는 경기지사로 재임하며 도민들의 높은 지지 속에 연임에 성공했고,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도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어 새누리당에서는 강력한 3선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중앙 정치무대로 복귀하기로 결정을 내린 김 지사의 이번 태도를 목도한 경기도민의 마음이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어김없이 등장한 ‘빨갱이 주의보’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며 한국군사학회 이사장인 한기호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 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입니다. 국가 안보 조직은 근원부터 발본 색출해서 제거하고, 민간 안보 그룹은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세월호 침몰 사건을 보도하며 우리 정부를 비판했고, 사고 직후 정부의 대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지적하는 의견이 속출하자 경계의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한 의원의 주장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실종자 구조에 매진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조직적인 체계가 허점을 나타내고 있음이 분명했던 상황에서 ‘종북 색깔론’을 들고 나와 여론을 고의적으로 물타기 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글이 문제가 되자 한 의원은 해당 글을 삭제하면서도 “북한이 이번 참사 수습을 무능한 정부 탓이라고 비난한 것이 사실 아닌가요? 여기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는데 문제가 있나요?”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자신의 활동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일리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정치인이 자신의 SNS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북한은 오히려 지난 23일 오후 강수린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어린 학생들을 비롯해 수많은 승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진도 체육관 의전용 의자에서 라면을 먹는 사진이 올라오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는 공간에서 굳이 그렇게 해야 했냐는 비난이 일었다.
또한 서 장관이 라면을 먹은 탁자는 이전까지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비상상비약과 치료제 등이 구비되어 있던 공간이었지만, 서 장관의 라면 취식을 위해 자리를 비워야 했던 것으로 오마이뉴스가 전해 더욱 비난의 강도가 높아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의자 때문에, 또 그게 사진 찍히고 국민 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한 사실이 알려져 청와대가 여전히 민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는 비난을 함께 받게 했다.
서 장관은 지난달 29일, 광주 운암중학교를 방문했을 당시 주차 공간 세 칸을 독점하여 주차하며 이른 바 ‘황제주차’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또한 지난 18일에는 안산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이 모군의 빈소에 조문을 갔다가 수행원이 유족에게 “교육부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전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피해자가 안중에도 없는 관료들
안전행정부의 국장급 고위 공무원인 송영철 감사관은 지난 20일 오후 6시께, 전남 진도 팽목항 상황본부에 공지된 세월호 침몰로 인한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가 피해자 가족들에게 이 장면이 발각되어 논란이 되었다.
송 감사관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책 회의를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자며 사망자 명단 앞에 섰다가 피해자 가족들에게 강력한 제지와 항의를 받았다. 격분한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송 감사관은 사진을 찍으려 했음을 시인하고 가족들에게 사과했지만 정확한 소속과 이유를 묻자 대답을 회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행부는 서둘러 송 감사관의 직위를 박탈했지만, 국가공무원법상 직위해제는 공무원 신분은 유지되면서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 것에 불과해 연봉의 80%를 지급받는 사실이 알려져 비난 여론은 계속 확산됐다. 결국 송 감사관은 사표를 제출했고, 정부는 이튿날 사표를 수리하여 해임 처리했다. 그러나 파면이 아닌 해임인 관계로 송 감사관이 연금을 수령하는 데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한편 세월호 사태의 초기 대응이 미흡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해경이 못 한 게 뭐가 있느냐?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라고 대응했던 해경 간부 역시 지난 22일 직위 해제됐다.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정몽준 의원은 막내아들로 인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정 의원의 막내아들인 예선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라며 우리나라 국민 전체와 국가에 대해 ‘미개하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한 개인의 의견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여당의 최고위원 출신으로, 현역 최다선 국회의원이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정몽준 의원의 아들에게서 나온 의견이기에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특히 예선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위험을 감수하고 진도에 내려갔다고 표현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현장을 방문해 피해자 가족들을 만난 것이 위험을 무릅 쓴 조치였다고 이해하고 있음을 나타냈으며, 피해자 가족들이 “대통령한테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한다”며 다른 국가 사례와 달리 ‘미개한 국민정서’라고 해, 사실 상 세월호 참사로 실의에 빠진 피해자 가족들을 비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예선씨는 정 의원의 늦둥이 막내 아들로, 논란이 일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뒤늦게 폐쇄했다.
한편 정 의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자신의 페이스북 메인에 내걸고 세월호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막내 아들의 SNS로 인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정 의원은 서둘러 사죄문을 내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대국민사과에 나서 “저희 아이도 반성하고 근신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전하며, “막내아들의 철없는 짓에 아버지로서 죄송하기 그지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번 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계는 물론 선거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정 의원이 이번 사태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고 직후 진도에 직접 내려가는 등 빠른 대처를 보였던 박근혜 대통령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법과 규정을 어기고 매뉴얼을 무시해 사고원인을 제공한 사람들과 침몰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람들, 또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 등 단계별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이 승객의 안전을 외면하고 가장 먼저 구조된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외신들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 선장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며 법원에서 엄중이 죄를 물어야 할 사항이지만 대통령이 공개적인 발언을 함에 따라 사실상 법적인 판결에 영향력을 미치는 행동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사고 초기, 구조자 수 집계 등에서 미비한 모습을 보이고, 부적절한 초기 대응 등을 지적 받았던 정부의 재해 대처능력에 대한 문제를 돌리기 위한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수위를 조금 더 높였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평가한 가디언은 “서방국가들 중에서 국가 재난에 대해 이렇게 늑장대응을 하고도 신용과 지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는 없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직접 지목했다.
주요 외신들은 한국 정부가 국민의 분노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는 뼈아픈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 밖에도 실종자 가족 대표로 나섰던 송정근 목사가 이번 사고에서 피해를 입은 가족이 없는 상황이었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경기도의회의원 예비 후보였음이 드러나 논란이 됐고,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실종자 가족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는 선동군이 있다고 동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해당자가 실제 피해자임이 확인되자 사과에 나섰다. 송영선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한 방송에 출연해 세월호 참사가 너무나 큰 불행이지만 국민의식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꼭 불행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며 “좋은 공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가 국민적 비난에 직면해 결국 사과에 나섰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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