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통합
대선 후가 더 중요하다
양혁진
yhj2503@gmail.com | 2012-12-14 17:37:49
18대 대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대선후를 더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수와 진보의 양 진영이 어느 대선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이어온 상황이라 대선 후 패배한 쪽의 상처는 추운 겨울 어느 칼바람보다 더 차가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정치쇄신과 국민 대통합의 기치를 내건 선거다. 어느 때보다 선거후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어느 후보가 승리하던 간에 승자는 국민 절반의 마음을 겨우 얻었을 뿐이라는 겸허한 마음에서 패배한 진영을 끌어안는 대승적 자세가 중요하다. 물론 패자는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가 국정운영과 국민 대통합에 나설 수 있게 힘을 보태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패자는 양쪽중에 한 캠프일 뿐이지 국민이 되어선 안된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매 정권 말기마다 어김없이 실정 피로감에 지친 국민들에게 정말 새로운 정치를 보여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지지율 조사가 사라진 대선 막판은 유권자에게 한 표 라도 더 얻으려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 패자의 깨끗한 승복이 대통합의 시작
대선 후 정국은 지금보다 훨씬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어느 대선보다 치열한 보수와 진보의 일대 격전이었던 데다 양 진영이 그야말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쏟아부은 총력전이어서 패자의 상실감은 상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대선 결과가 지난 17대와 다르게 2-3% 내의 치열한 격전이 예고되면서 이러한 전망은 더욱 힘이 실린다. 상실감은 분노와 적개심으로 이어지고 자칫하면 지난 10년간 끝없이 이어진 정쟁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대선 후의 정치가 자리 잡을려면 패자의 깨끗한 승복부터 준비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무현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보수진영의 집요한 공격에 시달렸던 것도, MB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파동으로 곤욕을 치렀던 것도 패자의 아픔이 적개심으로 연결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분노와 절망에 빠지게 될 유권자가 절반이다. 잔뜩 기대했던 만큼 성에 안 차 또다시 “잘못 뽑았다”고 후회할 이들이 또 절반이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 앞으로 몇 년간은 경제 여건이 어느 때보다 좋지 못하다. 정치가 순기능을 잃어버리고 국회가 다시 정쟁으로 휩싸일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핵심 선결과제는 통합이다. 무소속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일거에 얻었던 안철수의 ‘새 정치’도 결국은 국민통합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지지세를 넓히기 위해 애썼다면 이제 지지세력이건 반대세력이었건 간에 모두 다 끌어안고 가는 통합이 제일 절실히 요구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앞선 정권들의 실패도 통합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생각이 다른 절반의 국민 마음을 얻지 못하면 차기 정부의 앞날도 뻔하다.” 면서 “선거의 목표는 승리이지만 정치의 근본 지향점은 통합이어야 한다. 통합이 선거구호를 넘어 당선자의 사명감으로 이어질때 새로운 정치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인사가 만사.. 국민 역량을 결집해야
당선자에게 가장 먼저 당면한 문제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경제회생의 문제다. 경제민주화와 그에 따른 공약들에 대해서도 실현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투성이다. 이번 대선은 기껏해야 경제성장 7%나 747 공약 정도로 나섰던 지난 17대 이명박 후보의 공약과는 비교할 수 없게 덩치가 커졌다. 또한 후보들은 구체적 수치까지 들어가며 실현가능성을 강조해왔다.
이걸 감시하고 실현 가능케 하는 것은 당선자이지만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 당선인이 집권 기간동안 얼마나 공약을 실현하는지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정권이 실패로 끝난 원인제공이 되었던 인사문제도 중요하다. 대선 공약 실천도 인사가 만사라는 표현대로 인사에서부터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가 실패한 것은 결국 인사의 문제”라며 “국민대통합을 주장한 후보들이 얼마만큼 통합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인사를 할 수 있을지가 새 정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북 정책, 기본부터 다시 확인
북한이 12일 예고 없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것은 대선의 마지막 관전 포인트였다.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인해 소위 선거때 마다 불어온 ‘북풍’의 영향력은 거의 없었지만 당선자의 대북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은 당연하다.
이번 대선에 북한 미사일 발사가 영향이 없었던 것은 국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오랫동안 지켜봤고 지지층도 이미 결집할 대로 결집한 상황이어서다. 일반적으로 안보위기가 부각되면 보수진영이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지만, 이명박 정권 내내 북한과의 대립각을 유지하면서 안보에 대한 근원적인 위기 상황 대처가 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어 섣불리 이슈화 하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도 북한 미사일 발사를 무리하게 표로 연결시키지 않았고, 민주통합당은 북한 미사일발사를 정권심판론으로 연결시키는 분위기지만 목소리가 강하진 않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발사를 두고서도 정부의 역할에 대해 여러 논란이 가중됐다” 면서 “하지만 유권자들이 성숙해서 선거철만 되면 연례 행사같은 북풍은 더 이상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양당 캠프의 서로 다른 속셈
한편 대선판세는 기사 마감시점인 14일 오후가 되면서 더욱 오리무중으로 빠져드는 형세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긴장하면서도 여유로운 표정이다. “오만하지 말고 끝까지 겸손하게 완주하자”는 당 차원의 지침이 내려졌지만 승리를 확신하는 듯 하다. “나올 가능성이 있는 모든 변수를 전부 끌어내봐도 2-3% 우세는 확실하다”는게 당 안팎의 공통된 인식이다.
‘문재인 지지 선언’ 후 유세에 나선 안철수 바람은 미풍에 그쳤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 후보를 오차범위 안팎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막판 돌발변수만 없다면 무난히 골인지점에 들어간다는 분위기다.
야권이 하염없는 단일화 논쟁을 이어갈 때 박근혜 후보는 다 죽어가던 당을 두 번이나 살려낸 최대 강점 그대로 전국을 돌며 대중과의 만남을 이어간 것이 가장 결정적이라는 것. 최대 쟁점지역인 충청권의 민심을 얻었고, 수도권까지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투표 참여도가 높은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의 이른바 ‘박정희 향수’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전체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과 서민층에도 매우 세밀한 목표를 정하고 확고하게 하나하나 공략하여 자신의 지지자로 다져왔다는 자체 평가다.
캠프의 핵심관계자는 “바닥으로부터 민심 다지기는 박 후보와 당의 일관된 노력의 성과”라며 “지금의 지지율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그동안의 노력의 댓가라고 본다.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절대 질수 없는 선거”라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박후보를 추월할 수 있는 4가지 근거를 제시하며 역전을 자신했다. 문 후보 측 이인영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13일 “전통적인 야권지지층의 숨은 표, 젊은 층의 투표참여 증가, 현재 지지율 추세, 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바닥민심이 문후보 역전의 발판”이라며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최소한 70%를 웃돌 수 있을 것이며, 20대와 30대 투표 증가율이 50대와 60대 투표증가율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강조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초박빙의 승부로 보고 있다. 상승세에 올라선 문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며 “지지율 조사는 더 이상 없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역전이 되는 형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예측불허의 마지막 선거전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뒤 거의 예외없이 등장한 ‘대선의 법칙’은 막판 메가톤급 돌발변수의 출현이다. 역대 어느 대선보다 더 치열한 긴장을 이어가는 상황속에서 이런 대형 변수의 출현은 막판 판세를 뒤흔드는 파괴력을 지니기도 한다. 돌발변수들은 막판 부동층의 마음을 한쪽으로 기울게 하거나 투표에 소극적인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 대선은 이런 돌발변수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여론조사가 더이상 실시되지 않는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예상치 못했건 기획된 것이건 이런 대형 돌발변수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양캠프가 선거 막판 가장 긴장하면서 지켜보는 것도 바로 돌발변수 부분이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을 사흘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측은 이른자 BBK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메가톤급 변수가 터졌지만, 결과적으로 선거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2002년 대선은 예상밖이었다. 2002년 16대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18일, 국민통합21의 정몽준 전 후보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합의를 파기하고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자 이회창 후보 측은 “이제 선거는 끝났다”며 환호했다. 하지만 이 지지철회는 결국 노무현 후보 지지층을 강하게 결속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지난 1997년 15대 대선은 북풍이 불어닥쳤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재미교포 윤홍준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김대중 후보와 북한 고위인사간 커넥션이 있다는 주장을 한 것. 하지만 이 사건은 조작된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다. 이처럼 대선 막판의 돌발변수는 예측하기도 어렵고, 그 결과를 예단하기도 어렵다는 게 공통점이다.
◇ 디테일이 승부의 키
18대 대선이 막바지로 가면서 여론조사 전문가와 정치평론가들은 투표율이 대선 승패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승패의 분수령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렵게 승리를 거둔 2002년 대선의 70% 선으로 보고 있다.
70% 이상일 경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고, 70% 이하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승리할 것이란 예상인 셈.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67~68% 정도의 투표율을 전망하고 있다.
투표 당일 날씨도 관심이다. 일단 제18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19일에 큰 추위는 없을 것으로 보여, 날씨만으로 예측한다면 투표율이 지난 17대 대선(63%)보다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투표당일 최저기온이 영상권이었던 15대와 16대 대선의 투표율이 각각 80.7%, 70.8%로 비교적 높게 나왔다. 반면 최저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렀던 지난 17대 땐 투표율이 63%로 비교적 낮았다.
역대 대선 결과로 보면, 상대적으로 추운 날씨를 보였던 14대와 17대 때는 보수 성향 후보가 당선됐다. 적극 투표층이 강한 보수성향의 고령층에 비해 30~40대의 투표 참여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날씨가 포근했던 15·16대 때는 젊은층의 투표 참여 열기에 힘입어 진보성향 후보가 미소를 지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빙의 승부가 된다면 투표 당일 날씨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역대 대선에서도 날씨가 결정적인 변수는 되지 않았지만 투표율에는 일정부분 영향을 준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10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재외 대통령선거의 투표율은 71.2%를 기록했다. 70%대의 투표율은 4·11 총선 때의 45.7%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투표자 수도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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