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미성년자 오너 3세, 주식보유액 무려 500억

보편화 된 부의 세습·경영 승계…합법적이지만 사회적 괴리감 고조

박진호

contract75@naver.com | 2014-04-22 11:58:52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민주주의가 보편화 된 사회에서 권력의 세습은 지탄받고 독재라는 이름으로 저항을 받지만 자본주의가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부의 세습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오히려 적극적인 주식증여를 통해 미성년자인 자손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재벌일가의 관행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미 지난 2013년 4월 30일 기준으로 대기업 오너 일가의 미성년자 주식보유액이 1인당 평균 35억 원에 이른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급증하고 있는 미성년자 주식재벌
오히려 미성년자에 대한 재벌일가의 주식 증여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기업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지난 2월 6일 발표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는 1769개사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5% 이상 주식을 소유한 주요주주 1만 386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출생한 김동길 경인양행 명예회장의 손자 김연규 군은 올해 2월 4일 기준으로 경인양행 주식 20만주를 보유해 생후 9개월 만에 무려 7억 9000만원의 자산가 지위에 올라섰다. 어떤 이들에게는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금액을 손에 쥐며 소위 ‘황금 숟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고액의 주식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미성년자는 올해 13세인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장남 허석홍 군으로 무려 400억 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GS그룹, KCC그룹, LG그룹 등의 미성년자 3세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 손자들의 대대적인 약진이었다.
대기업 속에서도 독보적인 ‘한미약품’
한미약품은 임성기 회장의 장손인 임성연 군이 지난 2월 4일 기준으로 77억 9천만 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을 비롯해 임성아‧임윤지‧임후연‧임성지‧김지우‧김원세 등 또 다른 6명의 손자‧손녀들도 똑같이 76억 1천만 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성연 군을 제외한 6명은 모두 10세 이하. 이들의 평가액을 모두 합하면 무려 534억 5천만 원에 이른다.
사실 이들 7명은 미취학아동이었던 지난 2012년에도 이미 26억 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이들은 이종호 JW중외제약 회장의 친인척이었던 이기환 군에 이어 제약업계 미성년자 주식부호 2위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이들이 보유 주식은 3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50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는 미성년자 보유주식 액수가 가장 높은 GS그룹을 제외하고는 비교할 수 있는 재벌일가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GS그룹은 2013년 기준으로 자산총액이 55조에 이르는 국내 10대 기업 중 하나다. GS뿐이 아니다. 미성년자 주식보유 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그룹인 GS, LG, KCC는 모두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된 대기업들이다. LG는 자산 총액이 100조가 넘어선 그룹으로 공기업을 제외할 때 국내 5대 기업으로 손꼽히는 규모이며 KCC 역시 공기업을 포함한 자산총액 순위에서 국내 42위에 오른 기업이다.
한미약품은 이와 비교할 수 있는 규모의 기업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오너 일가 미성년자의 보유주식은 국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미성년자 주식증여, 불법은 아니지만...
물론 미성년자의 주식보유와 미성년자에 대한 주식증여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축적한 재산을 물려주며 최대한 감세혜택을 보겠다는 부의 세습과 더불어 주식 증여를 통한 기업 경영권의 승계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부의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비춰본다면, 커다란 사회적 괴리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는 최저임금 5210원이 유지되지 않고 있음을 토로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임성기 회장의 장손 임성연 군이 11살 나이에 보유한 주식 평가액 77억 9천만 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평균 연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울산 지역의 직장인들(평균 6881만원)이 113년 이상을 꾸준히 일을 해야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다.
사진 : 뉴시스 / 지난 2008년 개최된 대한의사협회 창립 100주년 기념 전야제에 참석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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