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대상, 후계자 인수인계 가동?

이재용·임세령, 나란히 그룹 중추 담당

양혁진

yhj2503@gmail.com | 2012-12-07 09:59:08

지난 2009년 이혼의 아픔을 겪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임세령 대상그룹 장녀가 나란히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대상그룹 인사에서 이재용 사장은 부회장으로, 임세령 씨는 식품사업총괄부문 마케팅 담당 상무로 각각 임명됐다.


지난 2007년 전무에 오른 뒤 2009년 부사장, 2010년 사장으로 승진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성과를 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게 그룹내외의 평가다.


임 상무는 2010년부터 외식사업을 담당하는 대상HS 대표로 일해왔다. 이번 인사로 대상HS 대표직과 그룹 상무 직을 겸직하게 됐다.


◇ 이재용 측근 전진배치..그룹 전반 영향력 강화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로 경쟁사와 협력관계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객사와의 유대관계 강화 등을 통해 스마트폰?TV?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이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게 삼성그룹의 설명이다.


삼성그룹의 이번 사장단 인사는 이런 이 부회장의 탄탄한 입지에 날개를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핵심 측근들이 전면 포진으로 나타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행보가 삼성전자에 머물지 않고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완제품(DMC) 경영지원실장 사장에 오른 이상훈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은 경영지원총괄 본부 출신의 차세대 인사로 꼽히고 있다. 이 사장은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핵심직을 맡다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을 가까운 곳에서 지원하게 됐다.


이 사장은 이미 ‘이재용 사단’ 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1982년 삼성전자 경리과에 입사한 이후 구조본 재무팀을 거쳐 2009년에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으로 승진했다. 사업지원팀장 시절부터 삼성전자의 인수ㆍ합병(M&A)과 투자 등을 주도했다. 이번 승진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전사적인 업무를 총괄할 예정인 만큼 재무와 글로벌 투자 전략 등을 뒷받침하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장으로 승진한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도 눈길을 끈다. 이인용 사장은 MBC 기자 출신으로 뉴스데스크 진행을 하다 지난 2005년에 삼성전자로 옮겨 화제를 낳았다.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문이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조언에 따라 학부에서 경영학이 아닌 인문학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통인 이상훈 사장에다 삼성의 대내외 ‘소통 창구’인 미래전략실이 이인용 사장 체제로 바뀌면서 이 부회장은 내부에 든든한 후원군을 둔 셈이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령난 윤주화 사장과 삼성의 광고ㆍ홍보를 맡아온 임대기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제일기획 대표이사로 이동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하지만 삼성측은 이 부회장 승진으로 당장 그룹 경영권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건희 회장이 어느 때보다 왕성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매주 2회 정기적으로 출근해 현안을 직접 챙기는 데다 1년에 100일 이상 해외 출장을 다닐 정도로 의욕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누나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승진에서 제외됐다.


◇ 대상, 후계구도 변화?
대상그룹은 임창욱 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임세령 씨를 식품사업총괄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에 앉혔다. 임 상무는 2010년부터 외식사업을 담당하는 대상HS 대표로 일해왔으며, 이번 인사로 향후 대상그룹의 식품 브랜드관리와 마케팅, 디자인 등의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임 상무가 그동안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재능을 보여왔고 그룹 브랜드와 제품 마케팅 활동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것이 대상그룹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로 대상그룹의 후계구도는 안갯속에 빠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상그룹의 경우 이번 인사에 앞선 지난 10월 임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씨를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에 임명했었다.


차녀인 상민씨가 그룹 경영에 본격 참여하면서 그를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가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상민씨는 2009년 8월 대상에 차장으로 입사해 프로세스이노베이션(PI) 본부에서 경영혁신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그후 2010년 전략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겨 기획 실무를 담당하다 그해 8월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로 유학을 떠나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재계에서는 임 부장을 후계구도 1순위로 관측하고 있지만 임 상무의 활동 여부에 따라 후계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두 딸이 시간차를 두고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로 임세령 상무 쪽에 실리는 힘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대상그룹은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가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대상과 대상정보기술 등 7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다시 이 자회사들이 32개 계열사와 17개 해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대상홀딩스의 지분은 세령씨(20.41%)보다 동생 상민씨(38.36%)가 더 많이 갖고 있다. 임창욱 회장과 부인 박현주 부회장의 지분은 각각 2.88%, 3.87%이다. 더구나 세령씨는 이혼 후 사실상 육아에 힘을 쏟았고, 대표로 있었던 대상HS는 그룹 내에서는 ‘변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룹의 핵심인 대상의 상무 자리에 앉고, 맡은 역할도 기획·마케팅·디자인은 물론 브랜드 관리까지 총괄하게 됐다. 업계는 이번 인사를 사실상 후계 수업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두 자매가 각자 맡은 분야에서 발휘한 능력을 평가해 그룹의 후계자로 결정하겠다는 게 임 회장의 뜻이라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보다는 육아등에 집중해왔던 임 상무가 이번 기회에 그룹 내부에 얼마나 입지를 만들어갈지 관심이 가는 부분”이라며 “평소 적극적인 경영참여 의지를 보인 상민씨 역시 신사업 발굴과 해외 진출 등으로 그룹 내에서 향후 어떤 평가를 받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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