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칼럼] 얼어붙은 민생과 뜨거운 정치판
권희용
nw2030@naver.com | 2016-02-01 08:55:31
전 국정신문 편집장
근년에 겪을 수 없었던 혹한이 내습했다. 한반도 전체가 냉동고로 급변했다.
말 그대로 꽁꽁 얼어붙었다. 도로도 공항도 북풍한설 속에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불과며칠전만 해도 따듯한 겨울 때문에 동절기 의류가 벌써부터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던 터였다.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동장군이 몰아닥친 것이다.
혹한이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노라면 겪는 팔자려니 하면서 봄을 기다릴 수밖에…. 기상이변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계층은 서민들이다. 그중에서도 골목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는 계층이다.
아예 문을 닫은 곳이 눈에 띈다. 골목어귀에 자리 잡고 있던 할머니네 호떡집이 추위가 일주일째 지속되자 비닐 막을 묶어놓았다. 며칠 전 귀가 길에 아이들이 주문한 호떡을 사기위해 겨우 두어 사람이 서있기도 비좁은 비닐 막을 제키고 들어섰다.
“추위에 힘드시죠?” 인사말을 건넸다.
“나야 불을 끼고 하는 장사니까 견딜만하지요. 손님이 없어 그렇지요.”
무심코 건넨 말에 할머니는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더 이상 건넬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 말도 못하고 호떡봉지를 받아들고 돌아섰다. 엄동에 바람도 제대로 못 가리는 비닐 막에서 생계를 걱정하는 노파의 모습이 가슴을 눌렀다.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가운데 자영업 비중이 유난히 많은 축에 든다. 전체 사업자중 자영업비중이 27.3%(OECD회원국 : 16%)에 이른다. 자영업이 많다는 의미는 경제운영의 탄력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 정부가 시행하는 경제정책의 효과가 더디게 전파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침체된 경기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십상이다. 아랫목은 뜨거운데 반해 윗목에는 기별도 안가고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지속된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소득의 불공평이 경제 전반에 파급되기 마련이다. 빈부격차라는 만성병이 나라를 짓누른다.
문제는 자영업의 부침이 크다는데 있다. 경기부침과 정비례해서 이른바 민생경제의 향방을 좌우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정책적 보호나 혜택에서는 늘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생계형 자영업이 대부분이지만 정책우산에서는 비켜나있는 일이 잦다는 해석이다.
자영업자는 그래서 늘 그늘이나 바람 부는 언덕바지에서 자라는 잡초신세를 면치 못한다. 자영업을 보호해 주고 그들의 애환과 삶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누군가에 의해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민초들은 그들을 제대로 뽑아 스스로의 바람막이로 키워야 한다. 바로 그런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연스럽게 작용되어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그런 작용에 의해 토착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들은 혹한과 혹서를 민생현장에서 민초들과 함께하면서 애환의 근원과 처방을 궁구하는 자세가 먼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들의 행태는 민초들의 삶과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 따가울 지경이다.
그래서 그들은 얼어붙은 민생과는 체온부터가 다르다는 것이다. 새해에 접어들기 무섭게 이들은 ‘이기는 자가 강하다’는 논리를 실전을 통해 입증하기 위해 뜨거운 한판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들의 눈에 얼어붙은 민생이 제대로 들어올 리 만무하다. 오진 구두선식 인사치례로 민생을 생각하는 척할 뿐인게 분명해 보인다.
그들이 벌이는 정치행사에는 엄동과는 정반대로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내로라하는 정치꾼들이 말잔치로 관중의 헛배를 불리기 바쁘다. 그들 중 정작 민초의 삶을 이해하고 보듬는 자가 누구인지 바르게 판단해야 한다. 그때가 온 것이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