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국정원장 물러나야..답답하고 울고 싶다”

남의말 경청하는 것도 국회의원 덕목중 하나

김태혁

tae1114@yahoo.co.kr | 2014-04-20 09:22:42

[토요경제=김태혁 기자]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16일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당내 구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 좌장격인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면서 “국정원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남 원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점을 염두에 둔 듯 “책임을 통감하는 것은 물러나는 것이다. 국민에 송구한 것은 (남 원장이) 물러나지 않는 것”이라면서 “환골탈태는 국정원장이 물러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어떻게 집권당 의원 중에 한 명도 국정원장이 물러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을 하지 않는지, 도대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눈치를 봐야지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고 울고 싶다”고 지적했다.


▲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모임의 고문인 이재오 의원이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간첩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

현 정부 들어 여당 의원이 국정원장의 사퇴를 공식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주목된다.


이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간첩이냐 아니냐는 법원이 가릴 문제”라며 “다만 증거 위조 논란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고 밝혔다.


이의원은 “사실 국정원장은 댓글 문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문제 등 정치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며 “그 때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감싸기에 급급했다. 공당으로서 도가 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야 말로 국정원장이 사퇴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상응하는 처사라고 본다"며 "증거 위조로 간첩을 만드는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났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그 어떤 공작도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는다”며 “국정원은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박근혜정부를 역사에 부끄럽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의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에 대해 박 대통령의 ‘매우 유감’ 표명은 적절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민 사과, 민심악화 우려한 고육책


이이원이 지적한 박 대통령의 발언의 요지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국정원의 환골탈태를 강도높게 주문한 것”으로 이번 사안의 무게와 파장을 고려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때맞춰 남재준 국정원장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정원 쇄신책 마련을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나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박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또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력한 책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여권에서는 유사 사태 재발시 남 원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몽준, 이재오 중진의원이 이야기하고 있다.
6·4 지방선거 민심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

박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지난해 9월 기초연금 축소 등 복지공약 후퇴 논란과 관련해 ‘사과’한 이후 약 7개월 만으로 취임 이후 네 번째다.


새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4월 부실 인사검증으로 장·차관 낙마 사태를 불러온데 대해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자리에서 사과의 뜻을 표한 것을 제외하면 3번째 대국민 사과다.


그만큼 국가정보의 중추인 국정원이 수사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 이번 사건을 박 대통령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이상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막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비록 검찰수사에서 남 원장 등의 개입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국정원의 위법 행위는 사실로 확인된 만큼, '원칙·신뢰'를 모토로 하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달라진 게 없다는 부정적 여론이 선거를 앞두고 더 확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을 거치며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대대적인 국정원 개혁 요구에 대해 청와대가 국정원의 ‘자체 쇄신책 마련’으로 선을 그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의 후폭풍이 자칫 국정원의 테두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정부 일각의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 하루 만에 사과


남 원장은 사과문을 통해 “‘중국 화교 유가강(유우성) 간첩사건’과 관련해 증거 서류 조작 의혹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수사 관행을 점검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개혁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남 원장은 지난해 3월 임명 이후 국정원 대선댓글 사건이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파문 당시에도 사과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 하루 만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국정원 대공수사 책임자인 서천호 2차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박 대통령이 이를 즉각 수리한 점이나, 남 원장이 자신의 거취는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볼 때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서 2차장의 사표수리와 국정원의 쇄신책 마련이라는 선에서 수습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남 원장이 이날 사과문에서 “이런 위중한 시기에 국정원이 환골탈태해 새로운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정원장으로서 책임지겠다”한 것에서도 이러한 기류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전날 서천호 2차장 사표 수리에 대해 “남 원장은 비겁하게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남 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계기로 특검도입과 남 원장 해임 등을 주장하며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여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주군에게 ‘충성경쟁’... “그런 시절은 지났다”


이에대해 이 의원은 “설령 자기 생각과 달라도 국회에서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주요 덕목인 시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부끄러운 일이 적어도 국회에서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너나 잘해’라고 소리쳤던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안 공동대표는 기초공천 대선공약 폐기에 대해 사과했던 최 원내대표를 직접 지목해 “충정인가, 월권인가”라고 비아냥거렸고, 이에 최 원내대표는 화를 참지 못하고 ‘너나 잘해’라고 고함을 친 바 있다.


이 의원은 “한때 상대 당 대표나 의원들이 연설이나 대정부질의를 할 때 고함을 지르거나 심하게 비난하거나 욕설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 상대방의 발언을 방해하면 청와대에서 격려 전화도 오고 당 지도부에서 전투력을 높이 살 때도 있었다”면서 “그런 시절은 지났다”고 말했다.


당과 대통령 뜻 맞춰 개헌 추진 할 계획


이의원은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정치인이다.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자신의 저서 ‘이제는 개헌이다’ 출판기념회까지 열었다. 사실상 ‘개헌 출정식’의 성격을 띠었다.


당시 이 의원은 인사말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과 사이가 좋으냐, 안 좋으냐로 정치가 좌우돼서는 안 된다”면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은 혼자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당 화합도 중요하다”며 당과 대통령의 뜻에 맞춰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청원 의원은 축사에서 이 의원과 50년지기 친구임을 강조하며 "2007년 서로 갈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50년 가까이 함께 지낸 선후배의 마음속까지는 못 바꾼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의원이 어디 갔나 했는데 여기 와 보니 아직 살아 있네 살아 있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인제 의원은 “개헌이라는 가마솥에 불을 때면 장작불을 보태겠다”며 개헌론을 지지했다. 한편 옛 친이(친이명박)계, 비주류 의원 40여명이 이날 대거 운집하면서 이들의 세력화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반대로 친박계 의원들의 출석률은 매우 저조했다.


"콩나물펀드를 아십니까”...원혜영 지원


최근 이재오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경선후보인 원혜영 국회의원의 '기부천사! 원혜영 콩나물펀드' 홍보를 위해 나섰다.


이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콩나물펀드를 아십니까?”라고 운을 뗀 뒤 “한 정치인이 있다. 그는 일찍 자연식품회사를 창업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유기농 콩나물로 시작해서 국내 최대자연식품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4선 국회의원이다”라고 원혜영 의원을 소개했다.


이어 “그런 그가 기부중독자가 되어서 부모님 장례조의금부터 자기 국민연금까지 기부했다”며 “젊었을 때는 저하고 민주화 운동 동지였다”라고 원의원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 의원은 “당내 경선을 해야 하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원의원이 개털”이라며 “그가 후보가 되느냐, 도지사가 되는 것의 제 관심도 아니고 당도 다르지만 재산은 기부하고 콩나물 펀드로 출마하겠다는 그에게 나도 개털이지만 한구좌 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원혜영이 웃었으면 좋겠다”고 선전을 격려하며 글을 마쳤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사나이 우정이 아름답다”, “당은 달라도 정치로 한 뜻 모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같은당 소속이 아닌 전현직의원들이 ‘콩나물펀드’ 홍보를 위해 나선 것은 정의당의 심상정의원, 노회찬 전의원에 이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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