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남승우 대표 장녀 파산신청 '왜?'
“전혀 아는 바 없다”…회사측 모르쇠 일관
양혁진
yhj2503@gmail.com | 2012-11-29 15:45:23
깨끗함과 청정함으로 고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식품 제조업체 풀무원이 연 이은 악재에 기업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풀무원은 이미 남승우 대표가 지난해 부당이득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와 추징금을 선고 받았고, 10월에는 중국산 유기농 콩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555억의 관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물의를 일으킨바 있다. 또한 중소기업체와 계약 이행 관련 문제도 제기돼 업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최근엔 남 대표의 장녀인 남밤비씨가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면서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비상장 계열사를 20여개이상 거느린 탄탄한 중견기업 대표의 장녀가 일반인조차 마지막에나 자구책으로 사용한다는 파산신청을 하면서, 채무변제 능력이 있으면서 이를 회피하기 위한 파산신청이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파산신청을 대형 로펌에?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씨는 지난 5월 파산 및 면책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남씨는 전 남편인 박모씨와 함께 2010년 4월 지인 소개로 만난 정모씨로부터 40억원을 빌렸다. 박씨가 운영하는 전자직접회로 제조업체 네이쳐글로벌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네이쳐글로벌은 대표의 횡령 및 배임 사건으로 상장폐지됐다.
투자한 회사가 상장폐지돼 궁지에 몰린 남씨와 박씨는 담보 제공과 이자 납입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정씨는 사기 혐의로 두 사람을 검찰에 고소했다. 정씨는 두 사람이 2010년 1월 이미 서류상 이혼한 상태였음에도 차용 당시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부부라고 속인 점 등을 들어 사전에 준비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박씨는 현재 해외로 도피 중이어서 기소중지돼 있으며 남씨는 박씨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가 파산신청을 대형로펌에 의뢰한 것도 의문이다. 돈이 없어서 파산신청을 하면서 수임료가 비싼 대형로펌에 일을 맡긴다는 자체가 넌센스가 아니냐는 것. 남씨는 대형로펌인 태평양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의 대표 변호사는 풀무원이 지난 10월 16일 설립한 풀무원 재단의 이사다.
풀무원 측은 토요경제와의 통화에서 “남밤비씨는 지난 2010년 회사지분도 처분해 소유한 것이 없고 그분의 채무관계는 회사와 관련없는 사적인 내용일뿐”이라는 주장을 거듭했다. 풀무원은 변호인 선임과 관련해서 회사차원에서 연결해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회사는 누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 파산 신청시 부모 재산도 신고해야
이에 대해 정씨는 “파산신청을 위해 거액의 수임료를 내야 하는 대형 로펌을 선임한 것은 채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법을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씨는 또 “남씨는 박씨를 만나기 위해 수차례 미국으로 출국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럼에도 파산신청을 위해 대형로펌을 선임한 것은 재산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산신청은 신청자가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법원이 판단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이의신청이 제기되고 심문이 열린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실제 11월22일이 변론기일이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측은 “파산관재인을 통해 남씨의 은닉재산이 있는지 조사하는 등 채권자가 이의 제기한 내용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재벌가 장녀가 파산·면책 신청을 한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상식적인 판단하에서 법을 악용해 면책을 받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파산선고에는 본인의 재산뿐만 아니라 부모의 재산도 신고해야 하기 때문인데, 부모가 재벌가인데 파산신청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풀무원, 거듭된 악재에 살얼음판
풀무원은 대표이사 가족의 개인적인 채무일뿐이라고 선을 긋지만 거듭된 구설수에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남승우 대표는 부당 이득 혐의로 기소, 집행유예와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 남 대표는 풀무원의 주식 공개 매수 정보를 이용해 회사 주식을 미리 사들이는 방식으로 3억여 원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당시 남 대표의 장녀인 밤비씨와 차녀 미리내 씨가 보유한 주식계좌는 남 대표가 시세차익을 거두는 과정에서 사용된 차명계좌라는 의혹도 있었으나 풀무원은 “담당자 실수로 신고가 누락된 것이며, 지분 매각은 개인 부채 상환이 목적” 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남 대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또한 3억8000만원에 달하는 추징금 부과와 함께 풀무원홀딩스도 50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1981년 압구정동의 작은 채소가게에서 출발한 풀무원은 95년 거래소 상장을 했고, 2003년엔 기업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마쳤다. 그후 기업인수합병(M&A)를 통한 몸집 부풀리기를 해, 현재 상장사이자 지주회사인 풀무원홀딩스를 주축으로 비상장계열사 20여개를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변모했다.
풀무원이 연 매출 1조5000억원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바른먹거리를 만든다는 자부심과 함께 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든다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르고 청정한 이미지로 성장한 풀무원이 중견기업의 반열에 오르면서 나타난 도덕적 해이가 아니냐” 면서 “논란이나 구설이 있을 때마다 명확하고 투명한 해명대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그동안 쌓아올린 기업 이미지에 부합되지 않는 행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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