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권력 이동 중’
동북아 지역 국제관계 큰 변화 불가피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11-29 14:50:11
한국은 대륙에 연해 있으면서 3면이 바다인 반도국가라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대륙 국가이면서 해양 국가이기도 하다. 게다가 대륙세력을 대표하는 중국과 해양세력인 일본·미국의 영향력이 맞부딪치는 지점에 위치해 이들의 정책과 정치권력의 의지에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
그런데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이 올해 들어서 동시 다발적으로 정권이 교체되거나 재선에 의한 2기 지도부가 출범하는 등 국가권력의 지각 변동을 겪고있다. 이는 동북아 지역의 국제관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돼, 큰 변화를 앞둔 우리 역시 이들의 정치지형 변화에 그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G2로 꼽히는 중국과 미국은 시진핑 총서기를 정점으로 한 제5세대 지도부 출범과 오바마의 재선이라는 초대형 정치 이벤트를 거의 동시에 치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본은 지난달 16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오는 16일 조기총선을 실시해 새 총리체제가 출범하게 된다.
한편 지난 3월 초 러시아 대선에서는 ‘현대판 차르’ 푸틴이 당선돼 다시 권좌에 복귀했고, 북한에는 지난 4월15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3대 세습에 의한 새 권력자로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오는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돼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 주변 강대국들 권력지형 변화
이처럼 남북한과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미·중·러·일 주변 4대 강국들이 예외 없이 권력지형에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매우 특이한 상황임은 틀림없다.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이뤄내야 하고, 그에 앞서 한반도와 그 주변 동북아의 평화를 유지하고 경제성장이라는 현안문제가 시급한 한국으로서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양대 강국의 정치권력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동맹국인 미국보다는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는 초강대국이자 북한의 군사동맹 국가인 중국의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중국 공산당원 8260만 명을 대표하는 주석단 및 당 대표 2307명이 참가하는 공산당 대회는 지난달 14일 18기 중앙위원회 위원 205명과 후보위원 171명을 선출했다. 중앙위원회는 중국공산당을 대표하는 기구로 매년 1~2차례 전체회의를 열어 당의 주요 정책과 노선을 결정하게 된다.
예정대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국가주석·당총서기·당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올라 향후 10년을 이끌어가게 됐다. 시진핑은 내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후진타오 주석으로부터 국가주석직을 넘겨받는다.
중국과는 고대로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애증을 쌓아온 관계이다. 한반도의 분단과 중국에 공산당 정권이 수립됨으로써 한국은 사실상 섬나라처럼 대륙과 단절됐고, 해양세력에 편입됐다.
중국과는 6·25 이후 40여 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1992년에 국교를 수립, 올해로 수교 20주년을 맞았다. 수교 이후 장쩌민 시대 10년, 후진타오 시대 10년에 이어 3번째 지도자인 시진핑 시대 10년을 맞이한 한국 국민의 심정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과거 장쩌민·후진타오 시대는 경제력에서 앞서 있는 한국을 모델 삼아 시장경제 정책을 도입하면서 한국의 도움이 필요했던 측면이 강했으나, 이제 중국은 경제규모에서 한국은 물론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섰다.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은 10년 전, 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한국은 패권 국가를 지척에 두고 있는 것이다. 집단지도 체제인 중국은 상하이방 태자당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출신 등 다양한 계파간의 합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에 시진핑 1인이 독단적으로 국가를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진핑은 장쩌민이나 후진타오가 권력의 물리적 강제수단인 당중앙군사위 주석을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에 오른 이후 수년 후에나 물려받았던 종전의 관행을 깨고 후진타오로부터 이번에 당 총서기 선출과 동시에 물려받아 당·정·군 3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됐다.
전임자의 지명에 의해 권좌에 올랐던 장쩌민이나 후진타오와 약간 다른 점은 계파 간 합의에 의해 선출됐다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그의 라이벌 세력이라 할 수 있는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이 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과 군사위에 소수 인원만 진출시키는데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 총서기가 과거 지도자들보다 훨씬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총서기는 첫 연설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해 민족주의 색채를 드러냄으로써 주변국들과 갈등을 야기하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군부장악력을 바탕으로 군사력 강화에 더욱 가속도를 붙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강력한 권력을 휘두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윤석헌 북경대 객원교수는 “등소평이 중국을 통치할 때도 참모들에게 권한을 주어 사실상의 집단지도 체제를 가동해왔다”며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집단지도체제의 합의에 의한 정치를 해나가고 있어 누구도 독주할 수 있는 상황은 되지 못 한다”고 진단했다.
절대 권력자였던 모택동 1인 통치하에서 문화혁명으로 인한 암흑기를 겪었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 한반도, 패권경쟁의 중심지
일본 역시 정치세력이 교체될 전망이다. 특히 일본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는 과거 총리 시절 ‘망언 제조기’라고 불릴 정도로 우익의 간판 정치인이고 12월 총선거에서 자민당과 연합할 것으로 보이는 일본유신회와 태양당도 군대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평화헌법 개정을 외치며 핵 무장을 주장하는 극우·국가주의 정당이다.
때문에 일본의 극우정권 등장으로 인해 동북아지역의 안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구 열도) 영토분쟁, 한국과의 독도 분쟁, 위안부 강제 동원문제,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등을 둘러싸고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은 현재 댜오위다오를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 있다. 중국도 양보할 태세가 보이지 않고, 일본 또한 국내 정치 분위기가 우경화 되면서 더욱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과 일본 양국이 댜오위다오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지만 중국보다는 일본이 국내 정치에 더 이슈화하고 있다. 양국의 국내 상황이나, 양국 지도부의 자세를 볼 때, 강경 대치 기조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 역시 중국의 패권국가로의 부상과 태평양으로의 진출을 봉쇄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미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힘을 과시하고 있는 중국의 해양진출 봉쇄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서태평양 정책에 비중을 높여, 중국을 둘러싼 국가들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대륙세력의 해양세력과의 충돌선상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은 어느 때보다 긴장해야 하고 양대 세력 사이에서 정확하게 판단하고 현명한 정책을 펴나가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이와 관련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반도는 주변 나라들의 패권 경쟁이 가장 극명하게 만나는 지점”이라며 “이들 국가들과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교량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