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또 하나의 현실’을 꿈꾸다

증강현실 활용 소셜네트워크 게임 발표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11-26 12:52:03

검색으로 시작해 이메일, 클라우드, 스마트폰 등 인터넷 전반에서 안하는 사업이 없다시피 하는 제왕 구글도 딱 한분야 만큼은 하지 않았다. 바로 ‘게임’이다. 가장 유망한 분야고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음에도 왠지 구글은 게임 분야만큼은 절대 진출하지 않았다. 플레이 스토어와 크롬 앱스토어 등에서 ‘구글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유통을 하고 있긴 했지만 직접 게임을 제작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 구글이 직접 제작한 게임이 나왔다. 바로 ‘인그레스’다.


지난 15일 구글은 ‘인그레스’라는 게임을 안드로이드용 앱 마켓인 ‘플레이 스토어’에 출시했다. 구글내 프로젝트로 알려진 니안틱 랩스(Niantic Labs)가 제작한 이 게임은, 일종의 증강현실-소셜네트워크게임(AR-SNG)이다.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뉜 게이머들은 거리, 상점, 각종 기념물 등에서 증강현실을 이용, ‘에너지’를 채취, 이를 특정 ‘랜드마크’에 위치한 포탈을 통해 본부로 전송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대 진영 게이머와 조우가 일어나고 대결이 펼쳐진다. 우위를 점하고 싶다면 보다 많은 동료와 함께해야 하고 이를 위해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하게 된다.


◇ “그런데 그것이 실제 일어났습니다”
플레이 스토어에 앱을 발표하기에 앞서 구글과 니안틱 팀은 일주일 전부터 힌트가 담긴 영상과 이미지들을 웹사이트에 게시하며 전 세계의 수많은 ‘구글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니안틱은 지난 9월에 위치정보를 이용해 음식점, 관광명소 등을 즉각적으로 추천해주는 ‘필드트립’이라는 안드로이드용 앱을 출시한 바 있다. 때문에 많은 구글러들은 이번에도 역시 위치정보를 이용한 앱일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놀랍게도 ‘게임’이었다. 구글이 게임을 제작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용 모바일 게임을 유통하고 있으며 크롬웹스토어를 통해 크롬브라우저에서 구동되는 웹게임도 유통하고 있다. 하지만 ‘제작’과는 그동안 매우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는 놀라운 일이다. 게임은 최초 만들어졌을 당시부터 최신 컴퓨팅 기술들이 총 동원되며 컴퓨터 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음악, 영상, 스토리텔링까지 접목되면서 최근에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지위도 확고하다.


그러나 전 세계 ‘검색’분야에서 확고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은 왜인지 그동안 게임만은 만들지 않았다. 이메일, 클라우드, 심지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도 만들었지만 게임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던 구글이 게임과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은 자신들이 제작한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가 급성장하고, 앵그리버드와 같은 모바일 게임들이 최신 IT산업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때부터 구글은 게임분야를 전략적으로 인식하기 시작, 독립 사업부를 차리고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구글 게임’을 정식으로 런칭했다.


◇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
구글은 ‘게임’이 갖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터랙티브’에 주목했다. 우리말로 하면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는 이것은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컴퓨터가 해석해 처리한 결과를 출력한다는 개념으로 ‘컴퓨팅’ 기술의 기반이다.


게임은 이 요소에 가장 충실하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게이머들은 게임 제작자가 요구하는 것을 파악,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컴퓨터는 이를 해석하고 그 결과를 게이머에게 돌려준다. 게임이 일반적인 컴퓨팅과 다른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행위가 계속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몰입’이 발생한다.


구글의 ‘인그레스’ 역시 이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제작자들은 게이머들을 세상을 지배하려는 세력과 이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나뉘게 한 후 각 진영에 기여하게끔 한다. 게이머들은 자신의 진영을 위해 에너지를 모으고 상대진영과 대결을 펼친다. 여기서 수많은 상황이 발생하고 그로인해 ‘이야기’가 탄생한다.


인터랙티브를 강화하기 위해 인그레스는 3가지 요소를 더 갖추고 있다. 첫 번째는 ‘소셜네트워크’다. 게이머들은 두 ‘진영’중 한편에 소속돼 상대진영과 대결하는 과정에서 작게는 친구들과도 함께할 수 있고 크게는 국가단위까지 가능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기본적으로는 자사의 SNS인 ‘구글플러스’ 지원이 확실시 되지만, 전 세계 가입자만 10억명인 페이스북 또한 무시하긴 힘들 전망이다.


두 번째 요소는 ‘증강현실’이다. 이는 실제와 가상을 결합한다는 개념으로, 가령 특정 건물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면 그 건물에 대한 정보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나타나는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그레스는 이를 게임으로 접목했다. 특정 지역에 가면 임무가 제시되고 이를 게이머가 해결하는 과정은 증강현실을 통해 이루어진다. 구글은 게이머들의 위치정보를 수집, 게이머의 일상 속 사물들을 게임의 한 요소로 변환시키고 이렇게 바뀐 사물은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세 번째 요소는 바로 ‘모바일’이다. 사실상 구글이 이러한 게임을 상상하고 현실화 할 수 있다는 것은 앞의 두가지 요소보다 ‘모바일’의 영향이 크다. 스마트폰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는 이미 전 세계 스마트폰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24시간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것이 가능해졌고 ‘디지털 유목민’ 시대를 열었다.


◇ 인그레스, ‘안드로이드의 전기양’이 될까?
이제 사람들은 점점 더 실제와 가상의 결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공각기동대, 레인과 같은 애니메이션이나 이들의 모태가 되는 ‘뉴로맨서’와 같은 수많은 사이버펑크계열 SF작품들에서는 ‘부정적’으로 표현되어온 일이다


그러나 막상 실제가 된다니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크다. 인그레스를 제작한 니안틱은 미국의 유명 제작자 제프리 에이브람스가 만든 미국 TV드라마 ‘로스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구글이 진행 중인 또 다른 프로젝트 ‘구글 글래스’와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만화 드래곤볼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스카우터’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됐던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안경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이것을 쓰고 특정 사물을 바라보면 인터넷을 통해 그 사물에 대한 즉각적인 정보를 볼 수 있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구글 글래스는 아직 시험단계에 있어 실제 결합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구글은 그밖에도 이것과 결합할 수많은 사업을 알게 모르게 진행하고 있다. 광대역 인터넷 사업과 무선 네트워크 사업, 심지어 이동통신 사업도 하고 있다.


‘인그레스’를 통해 구글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구글의 수많은 프로젝트처럼 그저 시험 삼아 재미로 해보는 것일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힌트가 있다. 바로 게임에 등장하는 ‘에너지’다. 게임 설정상 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게임의 주요 내용은 이 에너지를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즉각적으로 한 가지가 떠오르지 않는가? 바로 ‘광고’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구글은 사실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광고’에서 얻는 명실상부한 ‘광고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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