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총을 내려놓진 않았다"
이집트 중재로 극적 합의…휴전 지속성 의문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11-23 16:48:11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이 일단락 됐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하마스와 휴전을 합의했다. 그러나 두 진영의 싸움은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스란히 받았다. 문제는, 둘 사이에 이뤄진 것이 단순한 ‘휴전’일 뿐이라는 점이다. 잠시 총쏘기를 멈추었을 뿐, 아직 총을 내려놓진 않았다.
모함메드 카멜 아므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카이로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이 이날 오후 9시(현지시간)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아므르 장관은 이집트의 중재 노력으로 평온을 회복하기 위한 상호 이해에 도달했다며 모든 당사자들은 합의 사항을 준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휴전 합의안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즉각 공격을 중지하기로 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하마스 관리들의 암살을 중단하고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다수 무장세력의 로켓 발사를 중지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잠시 냉각기간 거쳐 2007년부터 유지해온 가자지구 봉쇄 정책을 완화하기로 약속했으나, 향후 어떻게 이를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휴전은 큰 변화가 일고 있는 중동의 중차대한 시기에 나왔다면서 모함메드 모르시 이집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 지역 동맹국들과 협력해 가자지구 주민들의 환경 개선과 이스라엘인 안보 향상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예루살렘에서 휴전을 확인했다. 그는 이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협의한 이후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환영하며 가자지구 무장세력의 로켓 공격을 저지하는 이스라엘 아이언 돔 방공망에 재정적 지원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스라엘, 가자지구 공습·포격 ‘1500회 이상’
지난 14일부터 계속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140여 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1500회 이상 공습과 포격을 가했고 지난 19일에는 80여 차례에 걸쳐 가자지구에 폭격을 퍼부어 팔레스타인인 38명을 죽였다. 이는 가자지구 사태 이후 발생한 하루 최대 사망자다.
하마스 보건부 등에 따르면 이날 사망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민간인이었고, 어린이가 30여명 포함됐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어린이는 230여명에 이른다. 가자 북부의 베이트 라히야 마을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4살 난 쌍둥이 형제와 부모 등 일가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은 “이게 다 하마스 때문”이라며 무자비한 공습을 정당화 했다. 이스라엘은 “교전 발발 이후 가자지구 측에서 이스라엘로 날아온 로켓포는 1150여발”이었다며 “이중 ‘아이언돔’으로 340발 가량이 격추했다”고 자랑했다. 아이언돔은 이스라엘군의 최신 미사일 요격 시스템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요르단강 서안 도시 헤브론에서 가자지구 공습에 항의하며 투석전을 벌이기도 했다. 투석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할 정도로 이스라엘의 최신 무기에 맞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진 것은 고작 돌멩이뿐이다. 팔레스타인 의료진들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함디 알-살라(22)라는 이름의 청년이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
◇ 팔레스타인은 ‘환영’, 이스라엘은 ‘실망’
일단 팔레스타인에서는 휴전을 반기는 분위기다. 휴전을 맞은 22일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들과 수천 주민들은 깃발을 흔들며 이스라엘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환호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4년전처럼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기로 한 것은 하마스가 새로운 저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날 거리의 집회에서 함께 환호했던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총리는 나중에 TV에서 “전사들은 점령세력(이스라엘)과의 게임룰이 바꾸었으며 그들의 예상을 뒤집었다”며 “이번 승리로 가자를 침공한다는 옵션은 사라졌으며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하니예는 가자 전사들에게 이스라엘이 휴전을 존중하는 한 휴전협정을 지키라고 당부했다.
반면 이스라엘의 분위기는 희비가 엇갈린 표정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게 중대한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일부 국민들은 군인들이 많이 죽을 가능성이 있는 지상군 작전을 펴지 않고도 휴전이 이룩된 것을 기뻐했지만 지난 13년 동안 하마스로부터 로켓포 공격을 받아온 남부 이스라엘 주민들은 작전이 너무 서둘러 종료된 것을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공세가 가자의 로켓포 공격을 중단시키고 하마스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그 목표는 달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많은 시민들이 보다 강도 높은 대응을 기대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만일 하마스측이 이번 휴전을 위반하면 이스라엘은 기꺼이 응수할 용의가 있다”고 첨언했다.
◇ 합의 지속 여부 ‘불투명’
하지만, 휴전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의 봉쇄와 관련해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봉쇄 해제가 휴전의 조건이라고 밝힌 반면 이스라엘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의 망명 지도자 칼레드 메샬은 21일 “휴전협정에서 이스라엘이 가자로 통하는 모든 관문을 개방하기로 합의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 문서에서 가자로 통하는 검문소들은 라파 만이 아니라 모두가 개방되도록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그것은 하마스가 이번 휴전에서 내건 조건 가운데 하나로 현재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가자 사이의 모든 관문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의 주장은 다르다. 이스라엘 소식통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의 봉쇄를 해제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상호 불신은 뿌리 깊다. 양측은 2009년 1월에도 22일간의 전쟁을 치르고 역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번 사태 전까지도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은 지속됐다.
따라서 가자지구 봉쇄를 해제하기 위한 이행 절차 협의 과정에서 언제든지 정전 합의가 무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집트와 미국이 보증하고 나섰지만 정전 이행을 감독할만한 마땅한 기구가 없다는 점도 이번 합의 지속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이유다.
정전 합의 후 이스라엘 TV 2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정전 이행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얼마가지 못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64%, 아예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24%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전 합의로 이스라엘이 정전 파기 시 지상군 공격을 비롯한 더 강력한 무력 사용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정전 합의를 환영한다”고 말하면서도 “무산될 경우 더 강력한 작전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 또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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