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비약 편의점 판매, ‘갈길 멀다’
대부분 진열 규정 어겨…편의점도 '시큰둥'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11-23 16:40:13
정부는 전국 편의점의 절반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이 판매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의약품을 취급하지 않는 곳이 상당수였으며 일부에서는 부실한 관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상비약 취급업소임을 알리는 포스터를 붙였지만 실제 의약품이 비치되지 않았거나 의약 외품과 구별 없이 진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편의점 판매와 관련 소비자의 상비약 판매에 대한 반응과 관리 현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전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가 시행됐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오남용 방지를 위해 1회 1일분만 판매되고 만 12세 미만 또는 초등학생은 구입할 수 없으며 의약 외품과 분리 진열해야 하나 편의점들은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제약 전문지 <약사공론>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역 20여개 편의점을 조사한 결과 안전상비의약품과 의약외품의 진열 규정 등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곳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주인들은 안전상비의약품의 진열 규정이 아리송하다는 반응이다. 때문에 의약 외품과 상비의약품을 구분하지 않은 채 진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편의점의 경우 의약외품인 마데카솔연고와 안티푸라민연고 등이 별도의 구분 없이 상비의약품들과 혼합 진열돼 있었다.
한 편의점 주인은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해당 제품들을 함께 진열했다”며 “어차피 모두 약이라는 카테고리의 제품들인데 따로 나눠 진열할 필요가 있냐”고 되물었다. 다른 편의점의 경우에는 아예 의약외품 상자에 상비약을 함께 진열하기도 했다. 때문에 시민들이 타이레놀이나 부루펜 시럽, 베아제, 훼스탈 등을 의약 외품으로 오인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편의점들은 문제될 만한 게 없다는 반응이다. 이러한 지적에 “이렇게 하면 안 되느냐”며 “다른 곳에 마땅히 비치할 만한 공간이 없어 의약외품함에 상비약을 같이 넣어뒀다”고 설명했다.
해당 편의점 인근 약사는 “의약외품함에 일반약을 함께 넣어 판매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문제는 교육을 받은 편의점주들 역시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편의점에서는 “감기약이 있느냐”는 질문에 되레 “편의점에서 약을 판매할 수 없다”며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주기도 했다.
◇ 약사들 “시행초기라고 하지만 지나치다” 지적
일부 편의점에서는 직접 소비자들에게 편법을 가르쳐 주거나 실제 판매를 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1인당 1개만 구입이 가능한 제품을 일행이 있을시 각자 하나씩 구입하는 방식으로 여러개 구입이 가능하다고 제안하거나 “계산을 두 번에 나눠 해주겠다”며 판매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편의점 주인들 역시 상비의약품 취급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편의점 주인은 “공들여 판매자 교육까지 이수했으나 상비약을 찾는 고객들이 많지 않다”며 “어디서는 타이레놀 등의 판매가 많아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지만 아직 판매는 저조하다”고 밝혔다.
편의점 업체 측에서 점주들에 대해 교육을 독려하고 상비약 판매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으나 막상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점주들의 입장이다. 관악구의 한 편의점 주인은 “많은 매출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당초 예상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하루 1개도 판매되지 않은 날이 더 많다”고 말했다.
아직 상비의약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는 마포구의 한 편의점 주인은 “보건소 등의 갑작스러운 점검은 적잖은 부담”이라며 “다른 편의점들의 현황을 더 지켜본 뒤 교육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비약 편의점 판매 실태에 대해 “시행 초기라고는 하지만 약국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의약품을 오남용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 차원에서 보다 세밀한 기준을 적용하고 꾸준한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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