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석의 부동산자산관리] 컨설팅 빠진 부동산 컨설팅, 자산관리 빠진 부동산자산관리
김유석
cpayusuk@gmail.com | 2015-03-27 13:07:09
▲ 김유석
現 (주)렘스자산관리 대표이사
現 (사)한국CPM협회 부회장
국제부동산 자산관리사(CPM)
미국 공인회계사 (AICPA)University of Illinois 국제조세학 석사
연세대학교 경제학 학사
내게 몇 년 전 명함을 건네며 자신을 부동산 컨설턴트라고 소개했던 사람이 있었다. 내가 지금껏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무섭고 살벌한 인상과 낯빛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무 컨설팅과 경영전략 컨설팅 전력을 갖고 있는 나는 부동산 업계에 입문한 이후 부동산 컨설팅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사기꾼, 조폭, 복덕방 등)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의 결코 마르지(?) 않은 체구와 사시사철 짧은 헤어스타일로 인해 나의 모습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그 때 이후 내 명함에서 부동산 컨설턴트라는 부분을 삭제했다. 대신 우리 렘스자산관리에서는 전 직원들 명함에 ‘value creator, value developer, value protector’라는 문구를 사용해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부동산 컨설팅’은 ‘세무 컨설팅’이나 ‘경영전략컨설팅’과 달리 그 형태에 있어서 몇 가지 큰 차이가 있었다. 세무 컨설팅이나 경영전략 컨설팅은 고객이 미리 이해당사자 중 한 쪽으로 고정되어 있고, 그 고객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변화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의사결정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게끔 그 고객만을 위한 실행 방안을 도출한다. 그 고객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도출되어 정리되고 그 가정과 이유 그리고 효과를 기록으로 남긴다.
만일 시장상황 등이 변화하여 그 가정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방향을 수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부동산 컨설팅은 좀 다르다. 특히, 다수의 이해관계자(투자자, 분양자, 임차인, 임대인, 은행, 시행사, 시공사 등)가 각기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상황인 경우 고객을 한 쪽으로 고정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많은 부동산컨설턴트들이 고객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와 그 가정을 문서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극도로 불편해 한다. 구두컨설팅과 실행이 위주가 되다 보니 결론만 있고 그에 선행되어야 하는 분석이나 가정을 검토하는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고객도 자문이 아니라 실행이 이루어져야만 컨설팅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소위 책임질 흔적을 남기지 않는 구두자문, 장기적인 효과나 득실을 고려하지 않고 힘의 논리에 의존한 단기적인 해결이 바로 내가 지금껏 극복하려고 고생해 온 부동산컨설팅의 부정적 이미지이다.
10년이 넘게 부동산 컨설팅의 부정적 이미지와 싸워온 나는 최근 또 하나의 부정적 이미지와 싸우고 있다. 바로 ‘부동산 자산관리’라는 분야이다. ‘부동산 자산관리사’라는 사설 자격증이 우후죽순 식으로 생겨나면서, 과거 소위 부동산 컨설턴트의 대거 유입이 이루어지면서, 그리고 단기적인 공실해소 그리고 힘의 논리에 의한 명도 등의 갈등해결이 마치 부동산 자산관리의 전부인 것처럼 언론을 통해 부풀려지면서 나는 또다시 명함에 부동산 자산관리라는 명칭을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부동산 투자에서 결코 섞이지 말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무리수를 두는 사람들이다. 아직 합의되지 않은 것을 합의된 것처럼, 결정되지 않은 것을 결정된 것처럼, 합법적이지 않은 것은 합법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이들이 바로 무리수를 두는 이들이다. 대부분 이러한 이들은 업계에서의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자 오래하신 분들이 업력이 긴 업체를 파트너로서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부동산 자산관리 협회(IREM)에서 부동산 자산관리사(Certified Property Manager, CPM) 자격을 부여하고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 바로 ‘윤리기준 준수’ 이다. 해외 CPM들을 만나보아도 그들이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자기가 어떤 성과를 냈는가’가 아니라 ‘나를 신뢰하는 고객의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이뤄내면서 내가 지켜낸 자산관리자의 윤리기준’이다.
부동산 자산관리(위탁관리)는 그 본질에 있어 서로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그 신뢰는 바로 자산관리자와 부동산 투자자의 윤리의식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믿음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 아닌가. 윤리기준에 대한 자부심을 잊은 자산관리사 그리고 윤리기준보다 단기적인 힘의 해결방법에 관심을 기울이는 소수의 부동산 투자자로 인해 부동산 자산관리가 삐뚤어진 자산관리로 비춰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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