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희 칼럼] 정치인과 공직자의 우선순위

한창희

choongjuhan@hanmail.net | 2011-08-19 10:07:06

정치인과 공직자는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게 공통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사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에는 차이가 있다.
정치인은 제일먼저 자기를 선출해준 지역민과 소속그룹의 이익부터 대변한다. 그 다음에 국민적 차원에서 옳은 정책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법과 규정은 그 다음 문제이다. 필요하면 법도 바꾸어 버린다.
공직자와는 우선순위가 정반대이다.
공직자는 법과 규정에 적합한지 여부를 제일 먼저 따져 본다.
이어서 자기가 속한 부처의 이익을 고려한다.
국민을 위해 옳고 꼭 필요한지의 여부는 그 다음 문제인 것 같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충청도 국회의원은 행정도시인 세종시를 충청도로 이전한다고 약속하였으니 무조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도권의원들은 행정도시 이전을 반대한다.
전체 국민적 차원에서 행정도시를 이전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뒷전이다.
표를 의식한 지역민들의 의사를 결사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다.
특히 혁신도시 건설문제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시·도에 주요 공공기관을 이전하기 때문에 혁신도시 이전을 재고하는 문제는 감히 상상도 못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의 국회의원이 옳고 그름을 떠나 대찬성이다.
반대하면 왕따가 된다. 하지만 공공기관을 각 시·도로 균일하게 배분하는 무책임한 정책이 어디 있는가?
남한에서 국가를 균형되게 발전시키는 것은 영남권과 호남권 그리고 중부권을 특화하는 정도면 족하다. 나머지는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두면 된다.
지금은 교통망이 잘 발달되어 있고, IT시대에 시도별 배치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세수문제라면 더 문제 될 것이 없다. 중앙정부에서 각 시도에 적정하게 세금을 잘 배분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행정구역 단위로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행정구역 단위별로 집단이기주의가 발생하는 것이다.
국가 전체를 보고 정치를 하는 사람은 대통령 한사람 밖에 없는 듯하다.
대통령도 선거과정에서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하여 표를 의식한 공약에 발목이 잡혀 국가 전체를 보고 국책사업을 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국민들 입장에서의 효율성과 편리성, 경제성은 온데간데 없고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희한한 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국민 세금만 낭비하고 나중에 원성이 자자하면 또다시 세금을 낭비하며 수정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정치인이 욕을 먹는 것이다.
공공기관을 시도별로 안배하여 이전하는 혁신도시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이런 폐단을 없애고 나라가 바로 서려면 공직자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제일 먼저 그 사업이 법과 규정에 적합한가부터 살펴볼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어도 법규에 어긋나면 감사원 감사부터 시작하여 견딜 수가 없다.
시간이 걸려도 법부터 개정하고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다음은 국민적 차원에서 옳은가 그른가를 잘 판단하여야 한다.
정치인들 주장에 휘둘리면 무원고립(無援孤立)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은 그 지역구 주민들의 환심만 사면되지만 공직자는 정치인들을 대신해 대다수 국민들의 지탄과 원성을 사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직자들도 국민적 편의성과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보다는 자기가 속한 기관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바쁘다. 사실 자기가 속한 기관에 이익이 되는지 여부는 마지막에 헤아려도 되는데 말이다. 자기가 속한 기관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마치 자기가 속한 기관이 주식회사처럼 별도의 조직인양 착각한 듯 하다. 자기가 속한 부서도 순환보직에 의하여 바뀌기도 한다.
사실 부처이기주의는 지역이기주의 보다도 훨씬 나쁜 것이다.
공직자들이 자기가 속한 부처 이익을 대변하는데 너무 집착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자기 소속 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는지는 몰라도 국민적 입장에서는 어느 기관에서 일을 담당하든 친절하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민원을 처리하여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완전 민주주의 시대에 공직자가 중심을 잡고 올바로 일을 하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일본은 정치가 불안정하여도 공직자들이 확고하게 중심을 잡고 일을 하기 때문에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치인은 어쩔 수없이 지역민 다음에 2순위로 국가와 전체국민의 이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공직자는 국가이익을 3순위가 아닌 1순위로 두고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우리 공직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충성한다는 자긍심이 샘솟을 때 선진국도 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생활은 편안해 진다.
존경받는 공직자가 되는 것도 사실 공직자들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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