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섬’으로 꽃피는 시기가 변했다.

열섬현상으로 도심의 온도가 외곽보다 상승

이정현

wawa0398@naver.com | 2006-06-26 00:00:00

북위 36도50분에 위치한 충북 제천의 월악산이 북위 37도30분의 서울 남산보다 이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올해 남산에는 4월 7일 진달래가 폈다. 월악산에서는 보름쯤 뒤인 4월 20일에야 꽃이 폈다.

일반적으로 북반구에서 위도 1도만큼 북으로 이동하면 개화 등 생물 활동이 나흘 정도 늦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남산에 꽃이 먼저 폈을까.

환경부는 원인을 도시의 열섬현상 때문이라고 봤다. 난방과 자동차 운행, 공장 가동 등으로 도심의 온도가 외곽보다 상승해 서울이 북쪽에 위치했지만 기온이 더 빨리 올라 봄이 일찍 왔다는 것이다. 열섬현상과 무관한 강원도 인제 점봉산(북위 38도 부근)에서는 월악산보다 보름 정도 늦은 5월 5일에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환경부는 이런 내용의 국가 장기생태연구사업의 중간보고서를 21일 공개했다. 장기생태연구사업은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등이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는 연구사업으로 2004년 말 시작돼 현재까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여대 이창석(환경생물학)교수는 "진달래 개화시기 비교는 지역별로 고도의 영향까지 감안한 것"이라며 "열섬효과를 제거한다면 남산의 진달래 개화시기는 4월 22일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진달래가 개화 직전 시기의 온도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해 개화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서울 남산의 소나무 숲 토양이 점차 산성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산성도를 나타내는 pH값(낮을수록 산성도가 강함)이 1996년에는 4.4로 측정, 보고됐지만 지난해에는 4.2로 측정됐다. 남산은 이미 산성화의 위험 수준(pH 4.5 이하)에 근접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서울 남산에서는 오염이 심한 공단지역에 많은 때죽나무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리산 고산 지역에서는 한반도 북쪽 끝인 삼지연에서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솔밭물결자나방이, 월악산에서는 최근 신종으로 등재된 이끼도롱뇽이 발견됐다. 솔밭물결자나방의 경우 빙하기 때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다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남한에서는 지리산과 같은 고산 지대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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