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누구를 위한 연봉 반납인가

신한·하나·KB 연봉반납…고용효과 창출 ‘미지수’

전은정

eunsjr@naver.com | 2015-09-14 14:09:33

[토요경제신문=전은정 기자] 정부의 고용창출 요구에 시작된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의 연봉 반납 선언이 증권사까지 번지고 있다.
하지만 ‘반강제적’이라는 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한시적 연봉 삭감으로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한·하나·KB CEO 연봉 20% 반납 예정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KB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의 사장들은 지주사의 연봉반납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했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전병조 KB투자증권 대표는 연봉의 20%를 반납하기로 했으며, 장승철 하나금융투자 대표는 10~20% 사이에서 반납 규모를 결정할 예정인데, 20%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가 지난해 기준으로 6억 36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납액은 1억 30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부사장급의 주요 임원진도 임금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지난해 7억 5500만 원의 연봉을 수령한 장승철 하나금융투자 대표도 20%가량 연봉을 반납할 예정이며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전무급 인사까지 연봉 반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병조 KB투자증권 대표 역시 금융지주에서 정한 방침에 따라 연봉 반납에 동참할 예정이다.
금융지주계열 중 NH투자증권의 경우에는 아직 지주사 차원의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김원규 대표의 연봉반납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다. 그 외 금융지주계열이 아닌 증권사들도 아직까지 연봉반납에 대한 세부안이 없는 상태이며 구체적인 동참 계획 없이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화살 CEO 연봉에 꽂혀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 정책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깎아 재원을 마련한 것을 바탕으로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키로 했으며 이를 통해 청년 신규채용이 유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반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연봉반납에 업계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연봉반납을 당연히 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결정한 측면이 있다”며 “당국의 의중이 없었다면 이렇게 큰 규모의 연봉반납 움직임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최근 금융권에서 확산되고 있는 ‘연봉 반납’에 대해 금융당국의 압력 의혹을 제기하며 ‘강압적인 연봉 반납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3일 신한, KB,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급여의 30%를 반납해 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후 각 은행의 은행장들은 물론 임원 선으로 대상이 확대되고 증권사들도 유·무형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같은 이벤트는 금융당국의 강압적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가 3대 금융그룹에 청년고용 확대에 적극 나서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강압적 관치’”라고 비난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역시 “누가 봐도 자발적으로 연봉을 반납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인데다 이 같은 일회성 이벤트로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분위기에 청년고용 확대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의도였을 뿐 연봉을 반납하라고 압박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1~2억 원 반납해 청년 실업 해소한다?
CEO들이 반납한 1~2억 원 가량의 금액으로 각 회사가 얼마나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임직원의 연봉 삭감으로 각 회사의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줄어든 연봉을 따로 할당해 직원을 채용하거나 직원의 연봉 올리는데 사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
업계 한 관계자는 “각 회사 CEO들이 연봉을 반납한다고 해서 곧바로 신입사원 특별채용이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일시적으로 생긴 돈으로 정기적 채용시스템을 갖출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도 연봉반납 발표만 있었지 이후 돌려받은 금액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 수 없었다”면서 “일시적으로 신규채용을 소폭 늘릴 수는 있겠지만 채용 이후 소요되는 인건비는 고스란히 회사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회사의 부담은 곧 직원들의 부담이 될 수 있어 연봉 반납으로 단숨에 채용이 늘거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금융노조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금융노조 측은 “금융지주의 경우 연간 연봉 반납 분은 약 70억 원 정도이고 이를 통해 1년에 300여 명씩 신규채용한다는 것인데 따져보면 1인당 평균 연봉은 약 2300만원으로 1년 일 시키고 해고할 한시적 인턴 일자리라는 얘기”라며 “금세 잘릴 인턴 채용이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도 2009년 청년채용 확대를 명분으로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신입직원 초임 20%를 삭감하고 기존 직원들의 임금도 삭감·반납·동결시켰지만, 청년실업 문제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가장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최악으로 치달았다”며 “다시 한 번 강압적인 금융권 연봉 반납 압박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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