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연말 분위기 '극과 극'
삼성, 국조·특검 '집중포화' 예상…연말 인사도 미뤄질 듯<br>LG, 이번주 임원인사…최순실 게이트 '한 발 물러나'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6-11-30 11:48:36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재계 전반을 휩쓸고 지나간 가운데 국내 전자업계 1, 2위 기업인 삼성과 LG가 대조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이미 두 차례 검찰 압수수색을 받고 국정조사와 특검 준비 등으로 연말 임원인사와 내년 계획수립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LG 역시 구본무 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이번 게이트의 타깃에서 빗겨난 모양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에는 12월 1일에 사장단 인사를 하고 사장단 인사 이후 3~4일 뒤에 후속 임원(부사장 이하) 인사, 그리고 다시 3~4일 후 주요 계열사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식으로 연말 인사와 조직정비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화요일인 12월 6일에 최순실 사태 국정조사 1차 청문회가 잡혀 있고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과 함께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예년과 같은 시기인 12월 초 인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특검이 출범하면서 본격 수사에 돌입하게 되면 이미 세 차례나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삼성 서초사옥이 또다시 특검수사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12월 중순에 인사를 실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에 대한 외압과 뇌물수수 등 의혹이 제기되면서 삼성은 앞으로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 인사가 해를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국 변수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정상적인 인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매년 2월께 전년도 경영 실적을 토대로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삼성전자의 성과인센티브(OPI·옛 PS)도 지급이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는 갤럭시노트7의 조기 단종(斷種) 사태로 성과급 규모가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지급 시기도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LG는 이번 주 중 주요 계열사의 임원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LG그룹 관계자는 30일 “이르면 내일 또는 모레 LG전자,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인 걸로 알고 있다”면서 “인사 내용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LG의 이번 인사에서 관심은 지난해 LG전자에서 지주사인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옮겨온 구본준 부회장의 위상과 역할로 모아진다.
구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키우는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으며 자동차부품(VC),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주로 챙기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 시너지팀 상무가 전무로 승진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구 상무는 상무로 승진한 지 2년이 지났다.
구 상무는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등에서 근무했고 창원사업장 등에서 현장 경험도 쌓았다.
LG전자의 3인 대표 체제 (조성진 H&A사업본부장, 조준호 MC사업본부장, 정도현 CFO)는 구성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변동 없이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삼성과 달리 최순실 게이트의 수사 대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지난 13일 구본무 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을 제외하면 별 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반면 삼성과 현대차, 롯데, SK 등은 그룹 심장부가 이미 한 번 이상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LG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78억원을 출연했다. 하지만 정부의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사업도 거의 안 해 대가성 청탁이 오갈 일이 없는 상태다.
구본무 회장이 1999년 정부의 압력으로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겨준 뒤 전경련 모임에 한동안 나가지 않는 등 정재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운 요인이 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LG반도체를 아쉽게 넘긴 일을 계기로 정경유착을 멀리하고 관계를 잘 정리한 측면이 있다”며 “국정조사에서도 LG그룹을 겨냥한 공세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양사는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도 엇갈린 실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이 조기 단종된 가운데 제품 회수와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보상프로그램이 30일 종료되는 가운데 갤럭시노트7 회수율이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타사 제품으로도 교환이 가능한 교환·환불은 올 연말까지 가능하다.
LG전자는 그동안 부진했던 MC사업본부가 V20으로 반등을 노릴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출시한 V20은 북미 시장에서 2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갤럭시노트7의 공백을 뚫고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4분기에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V20 등 신모델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3분기보다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LG전자는 “V20이 젊은층에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전작보다 큰 폭의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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