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의 ‘날개 없는 추락’
AMD 매각설 ‘솔솔’…사측 “계획 없다” 일축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11-16 14:29:43
데스크탑PC용 CPU시장에서 한때 인텔과 더불어 양대 산맥을 구축했던 AMD가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지난 2006년 그래픽칩셋 제조사 ATI를 인수하며 CPU와 GPU, 그리고 이를 통합한 칩셋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려 했으나 CPU에서는 절대강자 인텔을, GPU에서는 역시 강력한 상대인 엔비디아을 넘지 못했다. 여기에 PC시장의 침체까지 겹쳐 AMD에겐 힘겨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급성장 하고 있는 모바일 시장 진출을 조언하지만 이곳 역시 ARM과 퀄컴, 엔비디아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다. 여기에 인텔까지 모바일 강화를 부르짖으며 전쟁에 끼어든 판국이라 AMD가 끼어들 자리는 더 없어 보인다. 이제 AMD에게 남은 선택은 많지 않다. 팔리거나 혹은 없어지거나.
인텔의 뒤를 이어 데스크탑PC의 중앙처리장치(CPU) 2위 제조사인 AMD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AMD는 지난 3분기 실적보고에서 1억57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점유율은 18.8%에서 16.1%로 추락했다.
AMD는 실적발표 직후 “영업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전체인력의 15%를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AMD는 인텔과 달리 자체생산설비를 갖추지 않은 ‘팹리스(Fabless)’ 업체이기 때문에 감원 대상에는 연구 인력도 다수 포함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3일, 매각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세명의 소식통을 통해 AMD가 투자자문사 JP모건을 주간사로 선정해 회사 매각에 관해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MD는 회사의 완전매각보다는 특허 포트폴리오의 판매를 선택지에 넣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가 나간 직후 AMD는 “매각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AMD는 “이사회와 경영진은 AMD의 고품격 차별화 기술을 통해 주주의 가치를 강화한다는,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믿는다”고 전하며 “회사를 팔거나 동시에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 PC시장, 비전없다
하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상황이다. 그 이유는 전체 PC시장의 파이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으며 AMD에게 남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머큐리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딘 맥캘런은 “3분기 PC용 프로세서칩 전 세계 출하량은 작년 동기 대비 9%정도 감소했다”며 “이는 2001년 1분기 이후 두번째로 최악”이라고 말했다.
3분기는 미국 신학기의 PC 구입 수요 때문에 칩 시장이 호조를 보여 왔다. 그러나 태블릿PC의 등장이후 이러한 경향은 급격하게 역전됐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 3분기 전 세계 PC 출시량은 작년 동기보다 8.6% 하락했다.
물론 이러한 어려움은 AMD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전통적인 강자인 인텔 역시 모바일시장의 급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텔과 AMD가 갖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인텔은 자신들의 칩을 생산할 공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ZK 리서치 애널리스트 제우스 케라발라는 “AMD가 다른 매각 조건을 조사하더라도 전혀 놀랄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센서 제조 사업부 등 죽어버린 비즈니스 부문을 팔아 현금을 확보해 게임이나 모바일과 같은 고성장 영역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PC시장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일견 이 조언은 타당해 보인다. 정체기에 들어선 PC시장과 달리 태블릿PC 시장의 성장속도는 놀랄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칩셋 디자인·제조의 영역은 다르다. 이미 선두주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들의 세력관계 또한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는 ARM이다. 이들은 현존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셋을 디자인 했다. 애플의 아이폰에 탑재된 메인 프로세서 역시 이들의 디자인을 변형한 제품이다.
또 다른 강자는 바로 퀄컴이다. 현재는 ARM에 많이 자리를 내줬지만 한때는 모바일 시장의 인텔로 군림하면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했다. 그리고 현재도 메인 프로세서와 통신 모뎀 등을 하나로 만드는 ‘원칩’ 영역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리고 AMD가 넘어야할 또 다른 큰 산은 바로 ‘엔비디아’다. AMD가 지난 2006년 인수한 ATI와 오랜 기간 그래픽 칩셋 분야에서 경쟁해온 엔비디아는 AMD가 주춤한 사이 모바일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고 현재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 이게 다 ‘인텔’ 때문?
AMD의 몰락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사실상 인텔의 독점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데스크탑PC 시장이 급성장 하던 시기에 일찌감치 독점체제를 구축한 인텔은 후발주자인 AMD가 ‘포기하지 않고 따라올 만큼’만 앞서나가는 전략으로 AMD를 말려 죽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높은 점유율과 이를 충당할 자체 생산시설을 보유한 인텔과 낮은 점유율과 자신들의 물량만으론 가동이 불가능한 생산시설을 갖춘 AMD의 싸움은 골리앗과 다윗보다 더 큰 차이였다.
여기서 AMD는 생산시설을 포기하고 기술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AMD는 생산시설을 매각하고 대신 그래픽칩셋 제조사인 ATI를 인수했다. ATI는 엔비디아와 오랜기간 그래픽 칩셋분야에서 경쟁해온 업체로 AMD는 ATI인수를 통해 메인 프로세서와 그래픽 칩셋을 하나로 통합한 칩셋으로 승부를 걸려 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후발 주자인 AMD가 인텔을 이길 방법은 2가지로 ‘기술’ 혹은 ‘가격’이었다. 그러나 생산시설을 포기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었고, 자체 생산시설을 갖지 못하고 위탁생산 하는 과정에서 최신기술의 도입 역시 계속 연기됐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 빠진 AMD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준 쪽은 인텔이었다. 인텔은 AMD가 죽어버리면 자신들의 독점이 가속화돼 강력한 견제를 받게 될 것이라 판단, AMD보다 한발만 앞서나가며 AMD에게 ‘생명연장의 꿈’을 심어 줬다.
하지만 모바일로 시장이 급격하게 재편되며 인텔 역시 이러한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최신 기술을 선도하는 이미지였으나 모바일에서는 후발주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인텔은 모바일 시장의 강자들과 겨루기 위해 기술경쟁을 가속화 했고 이는 AMD를 돌아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투자자들은 AMD가 통째로 또는 일부 기술 등이 애플처럼 소프트웨어, 부품을 통합해 개발하는 업체에게 팔릴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에서처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균형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인수 대상 기업으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도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AMD가 가진 기술특허 대부분은 이미 인텔이나 엔비디아 등과 크로스라이센스를 맺고 있으며 아이러니 인텔의 대주주는 AMD의 주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텔 입장에서는 AMD의 매각이 누구보다도 달갑지 않다. AMD가 매각될 경우 미국의 강력한 반독점법 덕택에 인텔은 미 정부에 의해 강제로 쪼개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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