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칼럼] 봄이지만 봄이 아닌 까닭
권희용
nw2030@naver.com | 2015-03-13 17:57:09
전 국정신문 편집장
동맹국의 대사가 영웅주의에 도취한 미친놈에게 칼침을 당한 것이다. 나라가 온통 그 사건에 매몰되었다. 나라는 지금 심각한 경제침체에서 헤매고 있는 즈음이다.
참으로 이 나라는 영일이 없이 변화무쌍한 상황의 연속을 맞이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어쩌자는 것인지 앞날이 캄캄할 지경이다. '어디 두고 보자'고 어금니를 물고 노려 볼 틈새 없이 사건사고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에 서민의 삶은 소금에 절인 배추같이 처져가고 있다. 어쩌자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경제수장인 부총재도 우리나라가 경제위기상황에 와있다고 고백했다. 불황속에 저물가상태가 지속될 지경이라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는 두려운 눈으로 지켜보던 일본의 20년 경제침체를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이 지리멸멸하던 시절, 우리나라는 나름대로 변화가 있었다.
일부 재벌기업이 각고 끝에 내놓은 제품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았다. 따라서 일본이 석권했던 시장을 잠식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길 불과 5, 6년. 이제 대한민국은 나락의 길을 저만치에 두고 있다. 그 언저리에서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것도 대개 자중지란이다. 멀리도 아닌 바로 곁에 있는 인간과 당파를 잡아먹지 못해 앙앙불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여야로 편갈려 싸우는 정치형국이다.
그뿐인가. 그나마 나라의 어른이라고 자처하는 자들도 하는 꼴이 똑 같다. 무슨 원탁회의랍시고 둘러앉은 늙은이들의 면모는 항상 시청광장에서 어정거리던 자들이다. 그러니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무게가 실려 있을 까닭이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운명'이라고 한숨을 내쉬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면서 나라의 박복함을 팔자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처신이 처연해 보인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생사를 걸고 입 싸움을 하는 이른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의 행태가 불쌍하기까지 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고등학교 때 친구가 온지 40여일 되었다. 곧 갈 줄 알았던 그가 아직도 가지 않고 있다. 먹고 살만할 때쯤이 되면서 고향과 친구들이 그리워 잠을 설치기 시작하더란다. 그래서 돌아와 귀국정착을 하기 위해 왔노라고 했다.
와서 보니, 며칠 묵다가 다시 되돌아가야겠다고 작정했단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몸으로 부딪치는 것, 모든 게 '격동하는 대한민국' 시절이었던 1960년대 그대로 인 성 싶더란다.
그런데 좀 더 깊이 살펴보니 이건 성장을 위해 이른바 '성장 통'을 겪던 시절과는 전혀 다른 개발도상국의 몸부림이 아니라는 것이 눈에 뜨이더란다. 심각한 파당의 무리들이 이권을 두고 다투는 아비귀환 그 자체로 보였다는 것이다. 그들에겐 '조국 발전의지'라고는 없어 보이더란 것이다.
나라의 형편이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는 판국에 오직 당리당략, 개인욕심을 노린 짓거리가 의아하기 짝이 없었단다. 나라의 큰일을 하겠다고 의정단상을 차지한 자들이 침몰하는 경제는 외면하고 쓸 데 없는 파당에 매몰되는 것을 보면서 친구는 실망을 한 것이다.
그를 잡아놓을 만한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조국이 아니냐'고 물을 만한 꼬투리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며칠 후 다시 떠났다.
꽃샘추위라고 하기엔 된통 추운 날이 지속되었다. 나라경제가 봄날 추위 속에 어찌 견뎌낼지, 시국이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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