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도 미안하다"…물가인상·취업난 '황량한 설 명절'

월 평균 소득 제자리에 물가·공공·서비스 요금 연이어 인상<br>100대 기업 구조조정·고용감축…실업자 100만 넘어<br>로또 판매량 역대 최대…적금·보험 해지 큰 폭 상승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7-01-17 13:25:37

▲ 설 대목을 앞두고 한우와 갈치 등 시장 주력 품목인 농축수산물값이 최근 크게 올라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설 명절이 찾아오면 풍요롭고 마음이 넉넉해야 한다는 소식이 들려야 하지만 올해는 특히 그렇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와 사회에 이어 서민경제에서도 계란파동과 물가인상, 취업난 등 울상을 짓게 하는 어두운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통계청 가계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444만5435만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3분기(441만6469원)보다 불과 0.65% 늘어난 것으로 사실상 제자리다.


근로자 2인 이상 가구 기준 1년새 월 소득은 486만1702원에서 494만2837원으로 1.66%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서민들의 체감 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공식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2016년 12월 기준)에 비해 훨씬 높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계란(특란)은 한판(30알) 평균 소매가가 8960원으로 평년(5539원)보다 61.7%나 비쌌고 갈치는 한 마리에 9759원, 마른오징어는 열 마리에 2만8534원으로 평년보다 각각 21.2%, 20.1% 올랐다. 평년 2597원 정도였던 물오징어(한 마리) 가격도 14.5% 비싼 2974원에 팔리고 있다.


쓰레기봉투값과 하수도요금, 영화관람료, 외식가격 등 공공요금과 서비스 물가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상당수 자치구는 지난 1일부터 쓰레기봉투 요금을 440원(20ℓ들이 1장)에서 490원으로 올렸다.


서울시 하수도 요금도 올해 들어 평균 10% 올랐다. 쓰레기봉투 요금과 하수도 요금은 이미 지난해에도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오른 공공서비스 품목들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쓰레기봉투료는 2015년 평균보다 6.9% 뛰었고 하수도 요금도 22.2% 오른 상태다.


민간서비스 부문에서 지난해 가장 물가 상승률이 높은 품목은 음식점 등 외식업체에서 파는 소주(14.3%)였다.


2015년 말과 지난해에 걸쳐 하이트진로, 보해양조 등이 잇따라 소줏값을 인상하자 이를 내놓는 음식점들은 더 큰 폭으로 값을 올린 것이다.


외식을 제외한 민간서비스 품목 중에서는 지난해 초 인상된 실손 보험료 등의 영향으로 보험서비스료가 23.5%나 올랐고 휴대전화기 수리비(9.1%), 가전제품수리비(8.1%), 자동차검사료(9.1%), 스키장이용료(7.7%), 세차료(7.2%) 등도 10%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관람료도 지난해 좌석별 가격 차별제가 도입되면서 사상 처음 평균 8000원대에 진입했다. 주말에는 1만1000원은 줘야 제대로 영화를 볼 수 있을 정도다.


반면 식료품·비주류음료(-4%), 주류·담배(-1%), 보건(-8%), 통신(-3%), 오락·문화(-1%) 등의 소비는 오히려 일제히 줄었다.


▲ 지난해 실업자가 100만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교 도서관. <사진=연합뉴스>

또 물가는 치솟는데 고용한파와 구조조정까지 매섭게 몰아쳐 명절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분기보고서상 매출 상위 100대 상장사 직원 수는 지난해 9월 말 86만1578명으로, 1년 전보다 7132명, 0.8% 감소했다.


업종 전체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조선업계가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에서 가장 많은 3373명이 떠났다. 삼성중공업 2356명, 대우조선해양 1147명까지 포함하면 3대 대형 조선사에서 6876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다른 업종 대형 상장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기준 9만5374명으로 1년 전보다 3183명(3.2%) 감축했다.


삼성물산은 1810명을 내보냈다. 삼성SDI는 1803명, 삼성전기는 1311명, 삼성엔지니어링은 925명, 삼성SDS는 719명을 각각 줄였다.


삼성전자 등 매출 100위권에 속하는 삼성 7개 계열사에서 1년감 1만2000여명을 줄인 셈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도 각각 244명(0.6%), 363명(1.1%) 줄였고 포스코 직원도 490명(2.8%)을 내보냈다.


인력을 감축한 기업이 있는 반면 GS리테일은 1년 새 4449명에서 8천967명으로 두 배 수준으로 증원했다.


현대자동차도 1년 전보다 1764명(2.7%)을 더 고용했다. 한국전력(739명), LG화학(1130명), SK하이닉스(651명) 등도 직원을 더 확충했다.


고용을 늘이는 기업도 일부 있었지만 업계에서는 고용확충보다 감축을 선택하려는 대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속적인 저성장 속에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는 101만2000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연간 실업률은 3.7%로 2010년 이후 최고 수치다. 청년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경기불황과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로또복권 판매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량은 35억5000여 게임으로 잠정 집계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3조5500억원이며 하루 평균 약 97억원어치 판매된 셈이다. 전년보다 9%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또 은행 적금을 중도에 깨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시중 5대 은행의 적금 중도해지 비율은 45.3%로 1년전보다 3%p 가까이 올라갔다.


보험 중도해지도 급증해 지난해 보험사들이 지급한 총 해지환급금은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돼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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