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경쟁, 온통 롯데 천하
대기업 독과점 막겠다던 관세청, 제주 시내 면세점 사업자 롯데 선정
박진호
ck17@sateconomy.co.kr | 2015-03-11 11:30:59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국내 유통업계의 최강자인 롯데가 면세점 사업을 더욱 공고히 하며 영향력 굳히기에 들어갔다. 롯데는 지난달 제주시내 면세점 사업자의 권리를 획득하며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전체적인 규모에 비해 호텔신라를 상대로 열세에 있던 제주에서의 면세점 싸움에서 반전을 꽤할 수 있게 됐다.
롯데, 제주 시내 면세점 경쟁 승리
지난달 27일 관세청은 오는 21일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서귀포 롯데면세점의 후속 사업자로 롯데면세점을 재선정했다.
롯데는 물론 신라와 부영의 3파전으로 진행된 후속 사업자 경쟁에서 관세청은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롯데는 서귀포 중문 단지에 위치하고 있는 해당 면세점을 제주시내 연동의 롯데시티호텔로 옮겨서 5년간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달 11일 인천공항 면세점 8개 권역 중 절반인 4개 권역을 차지한 롯데는 제주 시내 면세점 운영권까지 장악하며 ‘대한민국 유통 공룡’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유통업계의 최강자답게 면세점 사업에서도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롯데는 롯데시티호텔에 6270㎡(1900평) 면적의 대형 매장을 열 예정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면세점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이며, 국내 최대 1936㎡(587평) 규모의 중소‧중견기업 제품 전용 매장을 운영하고, 브랜드 수도 기존 150개에서 320개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시티호텔은 제주신라면세점이 1989년부터 영업을 하고 있던 곳과 직선거리로 불과 500m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결국 롯데의 제주 면세점은 신라 면세점과의 윈윈이 아닌 제로썸 게임의 신호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들도 “국내 면세점 1‧2위를 달리고 있는 두 업체 간의 매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쪽에 의견을 맞추고 있다.
제주지역 매출 뒤집기 시도
롯데면세점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서귀포를 떠나 제주시를 택한 것은 오로지 매출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적인 매출 규모에서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롯데는 제주점 매출만은 약 2000억 원으로 4000억 원을 넘어선 신라면세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서귀포에 위치한 면세점이 제주공항이나 제주항과 거리가 멀어서 신라면세점과 달리 외국인 관광객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 관광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특히 제주도를 방문하는 유커의 규모가 상당한 상황에서 롯데 측은 제주 시내에서 신라면세점과의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는 지난 2010년 78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333만 명으로 3배가 넘게 늘었으며 특히 면세점 쇼핑을 즐기며 새로운 ‘큰손’으로 자리잡은 유커의 경우는 41만 명에서 286만 명으로 늘어났다. 제주도가 중국섬이 되었다는 푸념이 나올 만큼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의 수가 많아지며 면세점 업계도 제주도에서 ‘유커 잡기 총력전’을 1년 365일 내내 펼치게 된 것이다.
신라면세점에서도 롯데면세점의 제주시 이전을 계기로 전열을 가다듬고 맞대결 준비에 들어가고 있지만 단기적인 성장성과 수익성에서의 저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롯데 독주에 대한 우려 커져
관세청의 ‘2015년 제1차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에서 롯데가 제주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것은 기존에 자신들이 갖고 있던 사업권을 유지하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미 면세점 시장에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롯데에 대한 밀어주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롯데면세점은 매출 기준으로 국내 면세점 시장의 과반이 넘는 52%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관세청이 특허권에 대한 자동갱신 관행을 5년마다의 경쟁 입찰 방식으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의 독점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롯데의 제주 시내 면세점 특허 획득으로 관세청의 이러한 방법 변경은 전혀 의미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관세청은 1조원대가 넘는 것으로 평가되는 제주도내의 면세시장의 권리를 롯데에게 부여하면서 롯데가 서귀포에서 운영 중인 면세점을 제주시로 옮겨 관광과 관련한 지역 발전 불균형 등으로 지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무시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들어선 제주시 연동 일대가 유커를 비롯한 관광명소로 개발되고 상권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의 명동이나 동대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그러나 역대 최대의 유커가 운집했던 지난 설 연휴 기간 동안 제대로 된 관광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 채 상술에만 눈이 먼 관광객 유치라는 비판을 받았던 전례를 감안하자면 이 또한 장기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게다가 제주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살린 조건을 십분 활용했던 서귀포를 등지고 제주로 이동한 롯데면세점의 경우는 이 같은 상황을 부채질 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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