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어떻게 CJ를 압박했나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6-11-11 13:11:07
차은택, 문화사업 요직 요구
청와대, 경영권 개입 드러나
검찰수사·며느리 사망 ‘패닉’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CJ에 대한 청와대의 압박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에 이어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씨는 CJ그룹 문화사업에 요직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K-컬쳐밸리 조성에 대한 개입 등 전방위에서 CJ를 ‘괴롭힌’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관여했던 핵심 관계자는 11일 “차씨가 지난해 2월 개소한 문화창조융합센터 출범 당시 CJ에 센터장 자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K-컬처밸리에서는 공연총감독 자리를 요구했으나 CJ가 모두 거부했다”며 “이후 차씨가 CJ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19년까지 총 7000억 원대 예산이 책정된 초대형 사업인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서울 상암동 문화창조융합센터, 청계천 문화창조벤처단지, 경기도 고양시 K-컬처밸리, 홍릉 문화창조아카데미 등 다양한 문화사업 거점을 국내 곳곳에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CJ는 상암동 CJ E&M 본사에 문화창조융합센터를 열었고 고양시에 K-컬처밸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K-컬처밸리는 축구장 46개 크기의 땅에 한류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공연장·쇼핑몰·숙박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CJ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1조4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 그가 현 정권에서 인천아시안게임, 밀라노 엑스포,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의 행사에서 영상감독 등을 맡아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회사에 일감을 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청와대가 CJ에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MBN 보도에 따르면 2013년 말 조원동 당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횡령·배임·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동생 이재현 회장을 대신해 외삼촌인 손 회장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였다.
MBN이 보도한 녹취록에서 조 전 수석은 “너무 늦으면 난리 난다”며 이 부회장의 조속한 퇴진을 강조했고 대통령(VIP)의 뜻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어 “좀 빨리 가시는 게 좋겠다.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도 말해 대통령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검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박근혜 정권 출범 직후인 2013년 7월, 수천억 원대의 비자금을 만들어 운용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미경 부회장은 당시 손경식 회장과 함께 이재현 회장의 빈자리를 맡아 CJ그룹의 경영 현안을 챙기다 유전병 치료와 요양을 위해 2014년 하반기 미국으로 건너간 뒤 현재까지 미국에 머물고 있다.
조원동 전 수석은 이미경 부회장 뿐 아니라 손경식 회장에 대해서도 압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수석은 “그룹 총수가 구속된 상태에서 CJ 인사가 회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손 회장에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대한상의 회장직을 7년 넘게 맡았던 손 회장은 이재현 회장의 구속 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나 CJ그룹 경영에 전념해왔다.
당시 대외적으로는 손 회장이 CJ그룹의 비상 경영을 책임지기 위해 상의 회장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청와대의 뜻이 작용한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검찰은 지난 9일 청와대의 이같은 경영권 개입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해 수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CJ그룹이 현 정권의 ‘미움’을 받게 된 이유를 놓고는 여러 추측이 나온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CJ가 지난 대선 당시 ‘SNL 코리아’ 등 자사 방송채널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희화화하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관람하고 눈물을 흘린 영화 ‘광해’를 배급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이 참석한 2014년 1월 다보스 포럼 한국의 밤 행사에서 이미경 부회장에 관심이 집중돼 ‘미운털’이 박혔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애초 CJ그룹은 현 정부의 다양한 문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배경에 ‘비선 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측근인 차은택 씨의 지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특혜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미운털’ 박힌 피해자인 것으로 드러나 오명은 벗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르재단 자금 출연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이재현 회장의 며느리 이래나씨(22)가 미국 자택에서 사망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재벌닷컴과 경제개혁연대 등에 따르면 CJ E&M은 지난해 수백억원대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미르재단에 8억원을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5일 이재현 회장의 아들 이선호(26)씨의 아내 이래나(22)씨가 결혼 7개월만에 미국 자택에서 사망했다.
유가족 측은 이씨의 사망원인을 밝히지 않기로 한 가운데 시신은 오는 17일 국내에 운구될 예정이다.
사망한 이래나씨는 그룹 코리아나 멤버 이용규 씨의 딸이자 방송인 클라라의 사촌이기도 하다. 지난 4월에는 2년여 간 교제한 이선호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8월부터 미국에 거주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