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감독 사퇴?…'시기상조'

“감독 책임 맞지만 사의 표명은 아니야”

전현진

godhyun12@naver.com | 2012-10-26 09:29:22

롯데자이언츠는 지난 2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SK와이번스와의 ‘2012 팔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 대결에서 3-6으로 져 한국 시리즈행이 좌절됐다. SK와의 경기에서 패한 후 롯데 양승호 감독은 라커룸에서 가진 코치, 선수들과 짧은 미팅에서 “한국 시리즈에 올라가지 못한 건 감독의 책임이 크다.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양승호 감독 ‘사퇴설’이 인터넷에 퍼졌다.


22일 열린 플레이오프 5차전 경기 초반은 롯데가 주도했으나 바로 SK에게 점수를 허용했고 5회에는 포수와 내야수의 사인이 맞지 않아 어이없게 점수를 내줘 SK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됐다.


롯데는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아쉽게 최종전에 패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하위권 팀들이 보면 충분히 부러워할 만한 성적이지만 롯데 구단 수뇌부는 “하위권 팀과 우리 팀을 비교할 수 있느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올 시즌 롯데는 올 시즌 투타의 핵인 이대호와 장원준이 이탈해 어느 해보다 힘든 시즌이 예상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양 감독은 강력한 불펜진과 세밀한 작전 야구로 올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을 꺾고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시리즈 통과에 성공했다. 전임 로이스터 감독이 포스트시즌에서 총 3승을 올린 것에 반해 양 감독은 2년 동안 7승을 거두며 롯데가 단기전에 약하다는 오명도 벗겨냈다.


롯데는 양 감독 체제 하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야구 관계자들은 “양 감독은 한정된 전력을 가지고 올 시즌 할 만큼 했다”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 양승호 감독, ‘사의 표명’ 논란
할 만큼 한 양승호 감독이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고 양 감독은 뜻하지 않게 ‘사의 표명’ 논란에 휩싸였다. 내년 시즌까지 계약이 돼 있는 양 감독의 향후 거취가 논란이 된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시즌 중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양 감독은 평소 농담처럼 “우승 하라고 감독 자리에 앉혔는데 못하면 나도 물러나는 것 아닌가.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지 감독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또 그는 ‘우승에 실패하면 임기를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루머에도 시달렸다. 장병수 롯데 구단 사장이 지난 1월 시무식에서 “20년 동안 우승하지 못한 건 창피하고 남사스러운 일이다. 올해 우승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양 감독에게는 압박이 되는 모습이었다.


‘사퇴설’이 가장 결정적으로 나온 것은 지난 22일이었다. 양감독은 SK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패한 후 코치, 선수들과 짧은 미팅에서 “2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올라가지 못한 건 감독 책임이다.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해 ‘사퇴설’에 불을 붙였다.


그는 “이렇게 야구를 해서는 안된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말한 뒤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인천 원정숙소에서 짐을 빼 서울 자택으로 향했다.


양 감독의 “책임지겠다”는 말은 이날 경기 직후 패장 인터뷰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1년 내내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승부의 세계에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행이 좌절된 것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퇴장했다. 양 감독의 “책임지겠다”는 발언은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여러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양 감독이 구단 측에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논란이 일자 양 감독은 22일 “아직 사의 표명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양 감독은 “선수단 미팅에서도 사의를 표명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것은 감독 책임이다. 책임질 것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내일(23)일 구단 측과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배재후 롯데 단장은 23일 “(오늘) 양 감독을 만나는 건 (11월8일 개막하는) 아시아시리즈 출전 로스터와 향후 훈련 일정 논의 때문”이라며 “우승을 염원했던 팬들에게는 죄송하다. 미흡한 부분도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희망을 봤다고 생각한다. 감독 거취는 만나서 얘기해야지, 만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떻다 말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밝혀 양승호 감독 ‘사의 표명’에 대한 논란을 일축했다.


◇ 롯데 장병수 사장, “아직 할 말이 없다”
롯데는 양승호 감독과 1년 계약이 남아있다. 그러나 온전히 3년 계약인지, 2+1 계약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어 롯데 수뇌부의 입장이 중요한 때이다.


그러나 롯데 장병수 사장은 23일 “(양승호 감독 신임여부에 대해) 아직 할 말이 없다”라는 말을 해 양승호 감독의 ‘사퇴설’은 급속도로 확산돼가고 있다. 장 사장은 ‘롯데 양승호 감독에 대한 신임여부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언론에 대해 아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양 감독의 신임여부와 관련된 모든 질문에 똑같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질문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양승호 감독과 롯데가 올 시즌 할 만큼 했다는 여론도 있다’고 하자, 장 사장은 “글쎄요.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도 그렇고 부산 팬도 그렇고 실망스러운 결과 아니냐”고 반문했다. 말의 뉘앙스는 롯데가 거둔 성적이 불충분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장 사장은 이어 “정리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양 감독에 대한 신임여부는 그 다음 문제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반복했다.


롯데 팬들은 “솔직히 SK 벼랑까지 몬 것 만해도 대단한 것 아닌가?”, “감독만 갈아치우면 된다라는 생각 진짜 어이없다”, “그만 두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음?”, “진짜 우승을 원하는 건지, 자기들 입맛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을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 “매년 하위권 있던 팀을 양승호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었는데 설마 내치겠어?”, “내년에 다른 감독이 온다고 해서 올해보다 나은 성적 나올 것 같냐”, “감독 바꿔서 우승하면 누가 못해. 이대호도 없지. 그나마 양승호 감독 데리고 와서 기대이상을 해줬는데 감독 내치면 답 없다”며 장 사장 불분명한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선수들 또한 내년까지 양 감독과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 베테랑 선수는 “감독님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말씀은 없으셨다”고 말했으며 B선수는 “(양 감독 거취는) 아직 모르는 것 아닌가. 계약기간이 1년 더 남았는데 그만 두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C선수는 “언론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드러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