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빚 '갚아주는' 주빌리은행 출범

채무탕감 대상자는 전국의 모든 부실 채무자

정창규

kyoo78@gmail.com | 2015-08-28 15:35:22

[토요경제신문=정창규 기자] 악성채무자·장기연체자가 된 서민들의 빚을 갚아주는 은행이 생겼다.


현재 국내에서 금융기관과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하는 채무 취약 계층은 35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14만명은 사실상 부채상환이 불가능한 장기 연체자다.


금융기관은 그동안 돈을 빌려주고 오랫동안 갚지 못하면 채권을 손실로 처리하고 대부업체에 원금의 1~10% 수준으로 넘겼다.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들인 대부업체는 이를 받아내기 위해 혹독하게 채무자들을 다그쳤다. 이 과정에서 가정은 파탄나고, 수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선택했다.


서민들 부채 탕감하려는 목적으로 설립


이런 사회적 폐해를 막고자 경기도 성남시가 비영리 사단법인 '희망살림'(서울 성북 소재)과 손잡고 사단법인 희망살림은 지난 27일 오전 서울시 시민청에서 ‘사람을 살리는 착한은행’을 구호로 내건 ‘주빌리은행’ 출범식을 열었다.


주빌리은행의 ‘주빌리’는 일정한 기간마다 죄를 사하거나 부채를 탕감해 주는 기독교적 전통에서 유래된 용어다.이 은행은 2012년 11월 미국의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가 시작한 빚 탕감운동인 '롤링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당시 이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기부를 받아 장기 연체자의 부실채권을 매입했다. 지금까지 매입해 소각한 부실채권만 자그마치 3200만 달러(약 380억 원)에 이른다.


주빌리은행은 암암리에 사고 팔리는 장기 연체자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서민들의 부채를 탕감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대부업체 채권 원금의 1∼10% 수준으로 헐값에 매각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공동 은행장을 맡는다.


주빌리은행에 따르면 현재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리고 나서 3개월 이상 연체되면 그 채권을 손실 처리한 뒤 대부업체에 헐값에 팔아넘긴다.


은행에서 크고 작은 대부업체로 넘어가는 채권은 원금의 1∼10% 수준인 헐값에 팔린다.


연체된 부실채권을 사들인 대부업체는 채무자에게 원금뿐 아니라 연체이자까지 독촉해 받아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채무자들은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협박을 받기도 하며, 추심압박을 못 견딘 채무자들이 다른 빚으로 이를 돌려막기 하다 빚더미에 올라앉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에대해 주빌리은행 관계자는 “상담을 통해 형편이 전혀 안 되는 채무자들의 채무는 과감히 탕감해줄 것이고, 최대 93%까지 부채 원금을 감면해 줄 것”이라며 “빚으로 고통받는 채무자들이 자유로워지도록 상담하고 교육하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범식에 남경필·이종걸·박원석등이 참석


이 은행 설립을 추진한 희망살림은 이미 7차례에 걸쳐 생계형 채무자 792명의 채권 51억원어치를 매입해 이미 소각했다고 밝혔다.


주빌리은행은 앞으로 부실채권을 시장에서 원금의 5%로 사들인 뒤 채무자에게 원금의 7%만 갚으면 빚을 탕감해준다. 시중에 나온 부실채권을 랜덤형태로 구입하는 게 특징이다. 개별 채무자에 대한 부실채권 매입은 하지 않는다. 채무탕감 대상자는 성남시민은 물로 전국의 모든 부실 채무자들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이 참석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상으로 축사하는 등 정치권 인사들도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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