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비법'은 영화계를 살릴 수 있을까?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6-11-04 14:03:3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규모 극장사업자가 배급까지 동시에 하는 것을 막아 시장독과점을 방지하겠다는 법안이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안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이라는 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고 있다.


1년에 극장을 꽤 자주 찾는 입장에서는 극장 리딩사업자의 일방적인 요금정책이나 시설, 마케팅 방향에 따라야 한다는 점이 다소 마음에 안 들 때도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자주 놀러갔던 부산 남포동에는 극장이 한 거리에 몰려있다. 그래서 거리를 걸으며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해서 볼 수 있었다.


각 극장마다 다른 영화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오히려 지금보다도 넓은 편이다.


확실히 극장 사업에서 한 사업자가 대단히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은 관객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 안 의원의 법안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당 법안대로라면 CJ와 롯데는 극장사업이나 영화배급 사업 중 하나를 매각해야 한다. 물론 법의 빈틈을 이용해 경영을 유지할 수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그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CJ는 극장을 내놓고, 롯데는 영화배급 사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CGV를 매각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CGV가 매물로 나온다면, 이것을 인수할 기업이 있을까?


경기침체와 최순실게이트 등으로 기업들 사정이 모두 어려운 시점에서 영업이익률도 매우 낮은 극장사업을 인수할 기업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대규모 극장사업자인 완다그룹이 CGV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국내 1위 극장체인이 중국에 넘어간다는 말이 된다.


CGV가 CJ가 아닌 다른 기업이 경영한다면 지금보다 서비스가 나아질까?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안 의원의 영비법이 영화산업에 다양성과 발전을 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영화산업에 ‘규제’를 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진정 정치인들이 ‘영화산업의 발전’을 고민한다면 국제영화제와 예술영화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대규모 극장체인이 다양한 사업을 구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영화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복지’다.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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