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살보험금 논란에 따른 얼어붙은 心

이명진

lovemj1118@naver.com | 2016-10-28 15:49:25


[토요경제=이명진 기자]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이 여전히 보험업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교보생명에 이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자살보험금 소멸시효에 관한 법적 공방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길고 긴 공방 속에 법원이 또다시 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논란으로 보험금 일괄 지급 방침을 주장하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던 금융당국도 관련 제재 수위를 놓고 현재 고심 중이다.


자살보험금 논란은 애초 생명보험 상품에 포함된 재해특약에서 비롯됐다. 특약의 모호한 약관으로 보험금 지급 기준 해석이 달라진다는 것이 이번 논란의 불씨를 키웠고, 지급을 미루며 미온적 반응으로 일관했던 생보사들은 덕분에 싸늘한 눈총을 샀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이번 논란으로 소위 약관 삭제하기에만 급급했고 소송의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며 지급 시간을 끌어온 격이니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7월 말 기준 14개 보험사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는 총 2629억 원, 여기서 소멸시효가 된 보험금은 2244억 원으로 미지급 자살보험금의 약 8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현실은 직접 보험사를 상대로 지급 청구를 하지 않는 한 해당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문제의 발단은 약관의 ‘불명확성’에 있다. 이로 인해 잘못된 보험약관에 대한 책임 여부는 일차적 해당 보험사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분명한 처사다. 문제 여부를 떠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보험사 스스로 규명한 손해배상 책임을 저버리는 것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제대로 된 약관을 검토하고 감독하는 일은 금융당국의 책임이다. 처음부터 신중한 심사를 거쳐 약관 개정이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각 사의 입장을 떠나 보험금 지급 책임이 소비자인지 시점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적어도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불썽사나운 모습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로 다른 잣대에서 시간을 끌수록 소비자들의 신뢰는 추락할 것이며, 유가족들의 상처는 더 깊어져만 갈 것이다. 날선 신경전으로 사건 덮기에만 전전긍긍하기보다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풀어줄 현명한 대처 방안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자성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