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엘리엇 공방전…‘국민연금’ 변수

캐스팅보트로 부각…삼성 ‘설득’ vs 엘리엇 ‘권유’

박성우

jh_gold@daum.net | 2015-06-26 10:51:56

[토요경제=박성우 기자]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싸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던 삼성물산에게 국민연금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국민연금기금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는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SK와 SK C&C의 합병을 반대한다고 26일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들은 SK C&C 1대 SK 0.73의 합병비율과 자사주 소각 시점을 고려해 반대 의견을 결정했다.


지난 4월 20일 SK와 SK C&C는 합병과 함께 SK C&C 지분 12% 규모의 자사주 600만주를 소각, SK 지분 23.8%에 해당하는 자사주 1118만주에 대한 신주 미발행 계획을 공시했다.


주주에게 합병 정당성 강조하며 설득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 자사주 소각에 따른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정한 SK와 SK C&C의 합병 비율이 불합리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ISS와 기업지배구조원이 보고서를 통해 밝힌 합병에 관한 의견에 반대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ISS 보고서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는 방향이더라도 국민연금은 합병 비율 산출 과정과 KCC에 대한 자사주 처분 시점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유사한 선례가 나와 향후 지분전(戰)의 변수로 떠올랐다.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던 삼성물산에게 국민연금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 했다.

일단 삼성물산은 주주에게 합병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발표된 지난달 26일 이후 삼성물산에 대해 소통이 부족했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연이어 제기됐다.


때문에 홈페이지(www.samsungcnt.com)에 주주와의 소통을 위해 주요 정보를 공개하면서 합병의 당위성과 합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합병의 정당성을 전하며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다양한 경로로 설득하고 있다.


합병이 주주가치에 긍정적이라는 보고서 작성


삼성물산은 또 외국 기관투자자에 대해 영향력이 있는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도 지난 19일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며 이번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에대해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전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ISS와의 컨퍼런스콜에 관해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양사가 시너지를 내기 위한 개편 방법, 시기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증권, 유진투자증권, 교보증권, BNK투자증권 등 여러 증권사가 합병이 주주가치에 긍정적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연이어 내놨다.


엘리엇은 주주 명단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표심 잡기에 나섰다. 지난 16일 엘리엇은 삼성물산에 주주명부와 실질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청구했다.


회의록, 속기록 전체에 대한 열람과 등사 요구


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지난 1월 1일부터 5월 26일까지 삼성물산 이사회와 위원회 등의 회의록, 속기록 전체에 대한 열람과 등사도 요구했다.


전일 엘리엇은 명부를 수령한 뒤 의결권 있는 주식을 소유한 주주 전체를 대상으로 ▲직접 교부 ▲우편·모사 전송 ▲전자우편 ▲인터넷 홈페이지 신청 등의 방식으로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에 나선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공시에서 “합병 결의안에 대해 반대하거나 엘리엇으로 하여금 의결권 대리행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합병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해도 주식매수청구 가액이 1조 5000억 원을 넘어서면 합병을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취지를 밝혔다.


일부 삼성물산 소액주주는 이미 엘리엇 편을 들고 나선 상황이다.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카페 회원들은 지난 20일 모임을 갖고 국민연금에도 소액주주의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카페 운영진은 합병 반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탄원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카페 회원은 지난 23일 오후 6시 기준 모두 2702명, 이 가운데 지난 17일까지 지분율 0.592%에 해당하는 92만주가 엘리엇에 의결권을 위임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ISS 보고서와 다른 결정 내릴 수도

이번 싸움의 가장 큰 변수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어 임시주총에서 합병 안건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핵심 주주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만약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에 국민연금이 반대표라도 던지면 일을 정말 커질 공산이 높다.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1대 삼성물산 0.35로 SK의 경우보다 격차가 훨씬 크다.


이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지분 7.12%를 소유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법적 조치를 취했고 삼성은 KCC에까지 손을 내밀어 주총 의결권을 20% 가까이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삼성물산측은 “SK, SK C&C와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은 서로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SK 그룹의 경우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합병으로 옥상옥 구조를 단순화하는 합병이다”면서 “우리의 경우는 각기 다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두 사업 회사가 합쳐져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합병”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삼성물산 주식 10.15% 보유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신호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SK와 SK C&C는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양사의 합병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한다. SK는 최태원 회장 일가 지분이 31.87%, SK C&C 지분은 43.43%를 보유하고 있고 대다수 주주가 합병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주주총회에서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위임장 대결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의 행보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이외에도 제일모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합병이 무산되면 제일모직의 주가도 급락해 국민연금의 주식 가치도 손실이 클 수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단일 주주로 가장 많은 지분인 10.15%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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