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몰이해의 극단적 표현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10-12 11:25:26

미 하원 정보위원회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는 ‘넌센스’다. 미 의회는 ‘보안이슈’를 ‘안보논리’와 결합시키는 꼼수를 발휘했다. 문제는 이들의 지적이 구체적 증거가 없는 ‘의혹’ 수준이라는 점이다.


미 의회의 보고서는 본질적으로 IT산업에 대한 몰이해의 극단적 표현방법이다. 모든 통신장비업체는 기술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신뢰’를 판매한다. 즉, 어떠한 기업도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는 장비를 싸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하지 않는다.


통신장비기술은 이미 상향평준화 된지 오래고 여기에는 당연히 대부분의 보안이슈 또한 포함된다. 따라서 장비업체간 경쟁은 주로 ‘가격’과 ‘품질’에서 결정난다. 그리고 화웨이와 ZTE의 성장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가격이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는 이들 회사의 장비가 실제로 스파이 행위에 이용됐다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기밀문서로 분류된 부록에서 정보위원회의 우려를 더하는 의미 있는 정보를 추가로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이 주장이 확인된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에 대해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차 말이 엇갈린다. 한 전직 고위급 인사는 “불법 도청 위험성이 실제로 있다기보다 이론상 존재하는 것에 가까울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 위원회 관계자는 “불법적 정보 누출의 사례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무선통신 업체 크리켓의 네트워크에서 지난 5월 비정상적 움직임이 발견돼 정보 유출 우려가 나왔다”고 언급했으나 크리켓 측은 “컴퓨터 일부가 올해 초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자사 시설에서 일하는 화웨이 직원이 해당 컴퓨터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해당 사고가 화웨이 측의 악의적 활동에 따른 것임을 시사하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며 동시에 경쟁 상대인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이중적인 심경이 이번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에 투영돼 있다. 중국이 글로벌 파워로 부상하면서 싹튼 양국 간의 불신과 미국 정부의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미국 대선이다. 이 보고서가 초 당파적으로 작성됐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 대선주자들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무기로 중국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 역시 이런 무기의 일종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권력 유지를 위해 안보논리로 외부의 적을 끌어들이는 이러한 방법은 스포츠, 국가행사 따위보다 우파를 결집시키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으로, 수백년 전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논리와도 일치하며 수 천년간 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가장 선호되어왔다. 미국은 2012년 최신 버전으로 이를 펼친 셈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 역시 지난 60년간 북한을 이용해 이런 짓을 해왔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지난 10일, ‘북한을 조롱한 죄’로 기소되어 2년을 구형받은 박정근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조롱과 찬양을 구분하려는 문학적 감수성이 부족했는지 그에게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를 적용했다.


아직도 북한이 ‘좋은나라’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설사 있다면, 진지하게 치료를 권해야 하는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다. 일개 개인이, 아니 영향력 있는 인사가 “북한은 좋은나라”라고 떠들어 봤자 아무도 믿지 않는다.


아니, 북한을 조롱한 박정근씨에게 내려진 처분을 보면 검찰은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이 ‘좋은나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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