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사태’…이재용 경영능력 시험대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6-10-17 14:42:18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경영권 승계를 확고히 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갤럭시노트7 사태로 큰 암초를 만나게 됐다. 경영권 승계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시점에 큰 시험대를 만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수직적인 조직문화와 속도 제일주의, 일방통행식 의사소통 등을 언급하며 ‘언젠가 터질 문제’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대처와 삼성전자의 남은 과제에 대해 국내외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건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2008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8년 만에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에 선임되는 셈이다.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과 국내외 자문회사들 모두 긍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삼성전자의 메시지로 이후 갤럭시노트7 사태에 대해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지적된 삼성의 기업문화 개선에도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사태 해결의 전면에 나서더라도 일각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처럼 전면에 나서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도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삼성서울병원이 꼽히자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과 관련해서는 이같은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으로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주주친화정책으로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다.


지난 14일 삼성전자와 증권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약 11조8600억원대의 잉여현금흐름(FCF)을 나타냈다.


엘리엇 측은 지난주 삼성전자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FCF의 75%를 주주에게 환원하고 30조원(주당 24만5000원)의 특별배당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엘리엇의 특별배당 요구에 100% 대응할 수는 없지만 FCF를 최대한 동원한다면 산술적으로는 약 17조원까지 특별배당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라 3분기에 정정 공시한 손실액이 2조6000억원에 달하는데다 앞서 지난 7일 잠정실적 발표 때 산정한 약 1조원을 더하면 전체 손실은 최소 3조6000억원이나 된다.


따라서 이같은 대규모 손실을 낸 상황에서 주주들에게 배당확대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현금 사정상으로도 맞지 않고 그럴 명분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리엇은 이같은 특별배당 외에도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분할후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 따른 직접 비용을 모두 반영해 3분기 영업이익을 7조8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정정공시한 직후,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 명의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브랜드라는 관점을 유지한다. 최근 위기가 삼성전자의 운영방식과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지분 0.62%를 보유한 두 펀드는 “갤럭시노트7을 둘러싼 최근 이슈는 불행이지만 삼성전자가 월드 클래스 브랜드를 가진 글로벌 리딩 기업이라는 우리의 관점을 낮추도록 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해 엘리엇과 함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 의견을 권고한 ISS는 삼성전자 주주들에게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할 것을 권고하는 의견을 보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ISS의 이같은 움직임도 삼성전자로서는 반색할 만한 일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1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이미 카드로 썼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마땅히 내놓을만한 주주친화정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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