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흥행비결'은 스크린 독점?

대형 배급사 스크린 독점 논란 증폭

전현진

godhyun12@naver.com | 2012-10-11 16:09:22

지난 7월 25일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범죄 블록버스터 ‘도둑들’이 지난 2일 배급사 기준으로 관객 1302만393명을 기록했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김해숙, 임달화 등 10인 배우들의 호연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1급 오락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 연령층의 관객을 모았지만 대형투자ㆍ배급사 자본의 영향력으로 이뤄낸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스크린 독점으로 인해 상영기회를 잡지 못한 ‘피에타’ 김기덕 감독은 “‘도둑들’은 스크린 독점한 진짜 도둑”이라며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 ‘도둑들’을 비판했다. 대형 배급사의 스크린 독점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도둑들’의 배급사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는 “전국 76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인 ‘도둑들’이 지난 1일까지 누적 관객 수 1301만7352명을 기록하였으며 2일 오후 2시 기준 3041명의 관객을 보태어 전국 누계 1302만393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 “2006년 7월27일 개봉해 106일 만에 1301만명을 앉힌 뒤 6년 동안 국내 흥행 1위를 고수해 온 ‘괴물’의 기록을 단 70일 만에 뛰어넘는 막강한 흥행력을 과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99% 이상 극장이 가입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상의 지난 2일까지 누적 관객 집계치는 1297만3390명이어서 배급사인 쇼박스 집계와는 5만여명 정도 차이가 나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쇼박스는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가입된 극장이 전국 극장 전체가 아니라 99.5% 정도다. 그렇다 보니 누적 관객 수 집계에서 실제와 0.05%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 자본에 따라 관객 수 엇갈려…
사실 관객 수가 5만여명 정도 차이가 나는 것보다 더 큰 논란이 되는 것은 ‘도둑들’이 스크린을 차지해 얻은 흥행 성적이라는 것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도둑들’은 한국 영화계의 구조적 문제를 심각하게 드러낸 작품”이라며 “현재 영화계는 영화 자체가 가진 스토리와 창의력의 힘보다는 대형투자ㆍ배급사의 자본과 그에 따른 영향력에 더 많이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도둑들’은 개봉 당시부터 1000개가 훨씬 넘는 스크린을 차지해 일정 수준 이상의 흥행은 보장받은 영화였다. 그러나 ‘도둑들’은 객석점유율이 10%대로 확 떨어진 이후에도 하루 200~300개의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도둑들’은 일별 흥행 ‘톱10’에도 들지 못했고 하루 관객이 1000명대 수준이었지만 100여개 가까이 스크린을 점유했다.


더욱이 베니스영화제 대상으로 세계적인 작품성을 받아 객석점유율이 훨씬 높았던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도 흥행 탄력이 다한 도둑들이 점유한 스크린 숫자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가 교차 상영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1000만 영화를 넘기려고 점유율이 15%도 안되는 영화는 여전히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다. 그게 말 그대로 ‘도둑’이 아닌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1000만명 관객을 넘긴 ‘왕의 남자’도 최대 300여개 스크린 밖에 걸리지 못했던 점을 보면 이번 ‘도둑들’의 흥행 성적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도둑들’이 천만(관객)을 넘겼다는 소식을 듣자 네티즌들은 “오락영화로는 괜찮은 영화지만 천만 영화로는 좀…”, “솔직히 재미는 있지만 천만 영화라고 하기엔 작품성이 떨어진다”라며 “인간적으로 극장에서 관객점유율 40% 이하로 떨어지면 좀 내려라. 그 이상 질질 끄는 것은 사실상 다른 군소영화에 대한 폭력이다”, “한국영화의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한국특유의 고유한 느낌이나 독창성 있는 영화들을 스크린에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영화계 현실을 비판했다.


이에 영화관계자는 “스크린을 독점하는 것이 약자 입장에선 강자의 횡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강자의 입장에선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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