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 갤럭시노트7의 ‘흥망성쇄’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6-10-11 12:12:27

▲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영영 꽃길만 걸을 줄 알았다.


갤럭시S7의 성공을 등에 업고 지난 8월 초 화려하게 데뷔한 갤럭시노트7은 삼성전자의 눈부신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것처럼 보였지만 기어이 판매 2개월만에 글로벌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시리즈 역사상 최대 실패작이 될 운명을 떠안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11일 글로벌 판매 중단을 선언한데 이어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와 한국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사용중지 권고가 내려졌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도 항공기 내에서 갤럭시노트7 사용금지를 권고했다.


일각에서는 ‘조기 단종’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브랜드 포기’까지 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려했던 데뷔에 비하면 처참한 성적표를 떠안게 된 것이다.


갤럭시노트7은 브라질 리우올림픽 직전인 지난 8월 2일 미국 뉴욕에서 언팩 행사를 갖고 첫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홍채인식과 방수·방진 기능을 가진 S펜, 전작과 차별화 된 전·후면 엣지 디자인, 수중 촬영 등을 강조했다.


특히 시리즈의 6번째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갤럭시노트6’이 아닌 ‘7’로 등장하면서 직전에 성공을 거둔 갤럭시S7의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었다.


당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S7의 혁신을 보유하고 있고, 거기에다 개선된 S펜과 소프트웨어가 있어서 전작 갤럭시노트5보다 판매가 많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후 8월 6일 국내 예약판매를 시작하고 약 40만대가 예판되며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8월 19일 한국과 미국에서 정식 출시된 이후에도 이같은 상승세는 이어졌다.


그러나 8월 24일 한 네티즌으로부터 갤럭시노트7이 충전 중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긴급히 조사에 돌입한 가운데 해외에서도 발화로 의심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8월 31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에 대한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다음달인 9월 2일 갤럭시노트7에 대한 전량 리콜을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화원인에 대해 배터리 자체 결함이라고 밝혔으며 한국과 해외 10개국에 판매된 250만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에 대해 공개하진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약 2조5000억원 정도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리콜 조치에 대해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리콜 결정 후 첫 거래일이었던 9월 5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56% 오른 160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사흘만에 종가 기준 160만원대를 회복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7에 대한 빠른 리콜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갤럭시노트7에 배터리를 대부분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SDI는 전 거래일보다 2.76% 내린 10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에서도 갤럭시노트7의 리콜 사태를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공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잠정실적)은 7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7조3900억원에 비해 5.55% 증가했으며 전분기 8조1400억원보다는 4.18% 감소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1조원 안팎의 일회성 손실을 냈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DP) 사업 등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려 실적을 만회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신제품 교환과 일반판매가 재개된 와중에 해외에서 연이은 발화사고가 발생하면서 위기가 지속됐다.


지난 5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국제공항에서 갤럭시노트7로 추정되는 항공기 내 발화사고가 발생해 CPSC가 재조사에 착수했다.


CPSC는 지난달 9일에도 갤럭시노트7에 대해 사용중지를 권고한데 이어 같은 달 15일에는 미국내 공식 리콜을 발령한 바 있다.


이후 지난 9일에는 미국 이동통신사 AT&T와 T-모바일, 버라이즌, 스프린트 등이 갤럭시노트7에 대한 판매와 교환을 전면 중단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사들도 11일 오전 9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결국 지난 10일 새 기기의 생산을 중단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요구에 “최근 갤럭시노트7 소손 발생으로 정밀한 조사와 품질 관리 강화를 위해 공급량 조정이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다시 판매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각국 규제 당국 조사에서 “‘문제를 해결했다’며 내놓은 새 기기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삼성전자가 "세번째는 안전할 것”이라고 각국 규제 당국을 설득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규제 당국 조사에서 새 갤럭시노트가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오려면 이미 발생한 사고들이 제품 자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요인으로 발생했다는 점과 새 기기 자체는 안전하다는 점이 신속하고 명쾌하게 입증돼야 한다.


특히 갤럭시노트7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CPSC의 후속 조치 승인 기준이 매우 까다롭고 절차도 오래 걸린다.


제품 판매가 재개되지 않는 한 수거된 갤럭시노트7을 중고폰인 ‘리퍼비시 폰’으로 파는 것도 불가능해 리콜 전후에 만들어져 세계 시장에 풀린 380만대 가량이 모두 폐기처분될 공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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