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헤지펀드 엘리엇, 삼성전자에 분사 제안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6-10-08 07:24:37

▲ <사진=연합뉴스>

지주·사업사 분리…30조 특별배당 요구
삼성전자 “주주 제안, 신중히 검토”
전문가 “똑똑한 제안, 삼성 돕는 것”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미국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할 것을 주장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은 지난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삼성전자의 분사와 주주에 대한 특별배당 등을 요구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이날 보도했다.


이들 펀드는 먼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사업회사를 한국거래소 외에 미국의 나스닥에도 상장할 것을 주장했다.


스마트폰사업, 반도체사업, 가전사업을 모두 망라하고 있는 현재 구조는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초래하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분사해야 한다는 게 이들이 내세운 이유이다.


이들 펀드는 해외 상장은 삼성전자의 사업 규모나 위상을 고려하면 이미 오래전에 이뤄졌어야 한다며 해외 상장으로 해외 투자자의 접근이 한층 용이해지고 지속 가능한 주주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주가가 다른 경쟁 기업의 사례를 기준으로 할 때 30∼70% 저평가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전자를 2개로 분리한 뒤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렇게 삼성전자의 구조가 바뀌면 지금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 벗어나고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주요 종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독립적인 3명의 이사를 이사회에 추가하라고도 요청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주주들을 위한 특별배당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기 배당과 별개로 현재 700억 달러(약 78조 원)에 이르는 현금 중에서 총 30조원, 주당 24만5000원을 배당하라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 사업회사 잉여현금흐름의 75%를 주주에게 지속적으로 환원하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제안을 받은 다음날인 6일 이같은 내용에 대해 “엘리엇 측은 삼성전자의 주주이고, 주주의 제안에 대해서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당장 수용 여부를 언급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선 결국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절차를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룹의 핵심 부문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해 안정적 경영 체제를 만드는 것이 최대 과제인 가운데 지주회사 전환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헤지펀드 본연의 성격을 들어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전략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엘리엇이 굉장히 똑똑한 전략을 택한 것”이라며 “작년에는 적대적인 전략을 통해 이익을 취하고자 했다면 이번엔 이슈와 타이밍 측면에 삼성이 ‘행복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길을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부회장이 최종적으로 도달할 지점은 지주회사”라며 “오는 27일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임시주총을 앞두고 주주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 타이밍에 문제를 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도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익 추구가 우선”이라며 “30조원 특별배당을 하면 1800억원을 챙길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대략 1000억원의 현금을 챙길 수 있다는 복안이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엘리엇은 미국의 억만장자 폴 싱어가 운영하는 펀드로 지난해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등 삼성의 경영에 공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업 내 영향력을 키워준다며 반대했고 다른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지지를 얻었지만, 표결에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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