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자동차칼럼] EDR의 의무 공개 발효가 의미 없는 이유

김필수

pskim@daelim.ac.kr | 2015-12-14 09:48:56

▲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이번 달 중순부터 자동차 사고기록장치인 EDR(Event Data Recorder)의 의무 공개 규정이 발효된다.


그동안 자동차 급발진 등 교통사고 발생 시 자동차 사고기록장치인 EDR의 기록 확인을 해당 자동차 제조업체만이 진행하다보니 신뢰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규정을 통해 EDR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미국이 EDR 공개 관련 법규를 마련하면서 유사한 규정을 국내에서도 진행했으나 업체의 준비 등을 이유로 3년이 유예됐다.


그러나 이 규정은 소비자에게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 문제다.


도리어 관련 문제에 대해 자동차 제조업체의 면제부가 될 수도 있다.


우선 미국의 경우 공개 의무화를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공개 항목을 지정했고 분석 장비도 모든 차종에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통용 장비를 지정해 누구나 객관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EDR이 장착된 차량만 공개 대상이고 구체적인 항목도 지정되지 않았다. 또 분석 장비도 해당 제조업체에 맡겨져 있어 객관적인 단체에서 장치를 구입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EDR 데이터 공개만 내세울 뿐 보편적으로 접근할 방법이 없는 추상적이고 유명무실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EDR 장치는 에어백을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인 ACU에 포함된 소프트웨어인 만큼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으면 기록이 되지 않는 맹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반쪽짜리 기능인 것이다.


또 EDR에서 공개되는 데이터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의 경우 운전자의 정보를 거의 확인할 수 없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단 한 가지, 운전자의 브레이크 작동여부를 온-오프 개념으로 확인할 수 있으나 이 항목도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설사 브레이크 신호가 온으로 나옴과 동시에 목격자가 차량의 브레이크 등이 켜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업체 측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덜 밟았다고 하거나 가속페달과 동시에 밟았다며 운전자의 브레이크 조작에 문제를 제기하면 운전자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결국 EDR 데이터는 운전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EDR은 자동차 사고기록장치라고 간주하고 있지만 본래는 자동차 메이커에서 에어백이 전개되는 과정을 보기 위한 자체적인 기록장치라고 할 수 있다.


언제부턴가 일반인들이 확인하는 자동차 사고기록장치로 변모한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EDR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리어 너무 의존하다보니 숨어있는 문제점을 도외시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원인은 물론이고 해결책도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재 EDR를 이용한 책임소재를 찾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운전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각종 교통사고를 더욱 객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자동차용 블랙박스’는 현재도 제작이 가능하다.
지난 2009년 말부터 현재 전 세계에서 이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OBD2라는 배기가스 자기진단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커넥터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를 비롯한 20여가지의 정보를 항상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각종 데이터를 저장해 확인한다면 앞서 언급한 EDR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고 신뢰성 높은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


에어백 전개과정과는 관계없이 항상 볼 수 있으며 어느 장비로도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 시 운전자의 실수인지 자동차의 결함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향후 진정한 최초의 자동차용 블랙박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어느 누구도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정부도 더욱 적극적인 의지를 가져야 한다. 해결 방법이 있는데도 좌시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실정이다.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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