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우린 한국법 몰라”
의무휴업 조례 무시 ‘배짱 영업’ 논란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9-14 12:58:10
맞벌이 부부로, 주말 외에는 장 볼 시간이 없는 이재홍(40)ㆍ박은혜(37) 씨 부부는 지난 일요일, 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에 다녀왔다. 이들 부부는 “일요일에도 영업한다는 점이 편리하긴 했지만, 손님이 너무 많이 몰린 탓에, 매장 도착 후 주차를 완료하기 까지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던 점은 불편했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려 했지만, 특정 카드 외엔 받지 않는다는 대답을 듣고, 어쩔 수 없이 가까운 현금지급기로 가서 현금을 인출해와야 했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코스트코는 ‘일요일 의무 휴업’을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무시하거나 특정 신용카드 외에는 결제를 거부하는 등의 행태로 비판을 받고 있다.
◇ 매출 2조원 넘기며 한국서 ‘승승장구’
코스트코코리아는 미국 코스트코홀세일 인터내셔널이 지분 96.7%를 갖고 매년 매출의 0.3%를 본사로 보내는 미국계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이다. 월마트ㆍ까르푸 등 한국 시장에서 실패하고 철수한 여타 외국계 할인점과는 달리, 코스트코는 지난 1994년 서울 양평점 개점이후 급성장을 거듭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지난 2010년 9월 1일부터 2011년 8월 31일까지 연매출 2조863억원, 영업이익 1308억원을 달성했다. 2009년 매출 1조5788억원, 영업이익 864억원을 기록했던 것에서 매출 32%, 영업이익은 51% 늘어난 수치다.
코스트코는 1994년 신세계와 제휴해 서울 양평동에 ‘프라이스클럽’을 연 뒤 신세계가 손을 떼면서 코스트코 양평점으로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연회비 3만5000원을 내는 회원들에게만 상품을 판매하는 코스트코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가 장기적인 불황에 빠지고 코스트코의 ‘저렴한 가격’이 부각되면서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 양재점의 경우 1년 매출이 5000억원대로 전 세계 592개 점포 가운데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코스트코의 최대 강점은 세계 곳곳에서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저가에 매입하는 구매(소싱ㆍsourcing)에 있다. 같은 품목에 대해 경쟁사 제품을 들여놓지 않는 조건으로 업계 1위 품목을 저가에 대량으로 구입한다. 판매방식도 대용량 묶음판매를 통해 경쟁점포보다 가격을 5~20% 정도 낮췄다. 코스트코 전략이 성공하자 롯데와 신세계도 창고형 할인점 사업을 시작했다.
◇ 배짱 영업에 카드 골라 받기…
코스트코는 최근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규제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비판 여론에 맞닥뜨리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서울 양재점 등 전국 7개 매장에서 지자체의 의무휴업 조례를 무시하고 영업을 강행해 '배짱 영업‘을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미국 본사의 짐 시네갈(Jim Sinegal) 창업자가 성공 비결로 ‘법에 복종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를 무시하는 이율배반적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유통업체들과 달리 중소기업이나 전통시장과 상생ㆍ협력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행태도 정부ㆍ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코스트코는 최근 정부에서 대형마트 출점을 제한하는 조치와 상관없이 지난 8월 울산점을 개점하고 지난 5월에는 광명점 착공에 들어갔다. 울산점 개점 당시 중소기업청이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영업개시를 일시 정지할 것을 권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카드 외에는 다른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결제를 고수하는 것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코스트코는 삼성카드와 결제 수수료율을 0.7%로 낮추는 계약을 2010년부터 5년 동안 장기로 체결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높이는 대신 중소상인들의 수수료율을 낮추려는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코스트코가 앞으로도 국내 규정을 무시하는 영업행태를 강행해 업계나 정부와 갈등을 빚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 회사라고 해서 코스트코만 봐준다면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카드수수료율 등이 업계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서 코스트코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 지자체 “더 이상 좌시 않겠다”
‘한국법 무시’로 비판받아온 코스트코를 향해, 서울시가 마침내 칼날을 빼들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정을 무시하고 영업을 강행한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에 대해 서울시가 과태료 부과라는 초강수로 대응한 것이다. 코스트코 점포가 있는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행정 처분을 검토 중이어서 의무휴업을 둘러싸고 정부ㆍ지자체와 외국계 대형마트 간 힘겨루기가 격화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의무휴업일인 지난 9일 정상영업을 한 ‘코스트코’ 양재ㆍ양평ㆍ상봉 3개 점포에 대해 각 자치구로 하여금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는 등 강력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랑구와 서초구는 각각 상봉점과 양재점에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영등포구도 양평점에 대한 과태료 처분 방침을 정하고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을 지키지 않을 경우 각 지자체는 1차 1000만원, 2차 2000만원, 3차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국내 대형유통기업이 법원의 영업제한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은 후 의무휴업일 영업을 재개한 바 있다”며 “해당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외국계 유통업체 코스트코가 영업을 강행한 것은 국내 법률에 근거한 영업제한 처분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 수영구와 경기도 고양시, 대전 중구, 대구 북구도 같은 날 영업을 한 코스트코 부산ㆍ일산ㆍ대전ㆍ대구점에 대해 과태료 부과 방침을 정하거나 검토 중이다.
박현욱 부산 수영구청장은 “규정대로 1차로 과태료 1000만원을 물린 뒤 향후 규정을 어길 경우 강력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울산 북구는 지난달 31일 개점해 의무휴업 안내장을 받지 못한 울산점에 대해 당장 과태료 부과 조치를 하지는 않기로 했다.
◇ ‘배짱 영업’ 배경은…
코스트코가 강제휴업을 전면 거부하면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배경에는 국내법을 피할 수 있는 외국계 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체와 달리 코스트코는 법원의 가처분 소송을 통해 영업재개를 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법을 어긴 상황이다. 때문에 미국 기업인 코스트코가 한ㆍ미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미국법 전문가는 “미국의 경우, 대형소매점 규제를 할 때 상품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 경제적 규제를 하는 대신 용도지역제에 의한 입지규제가 기본이다. 또 주(州)별로 규제 내용도 다르다”며 “코스트코가 ‘한국법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거나 ‘미국법대로 영업을 하겠다’고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스트코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입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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