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회사채 못팔아 발 ‘동동’
손실 감수해도 매수자 없어
전은정
eunsjr@naver.com | 2015-12-04 13:01:18
초우량등급 흥행 부진 직면
[토요경제신문=전은정 기자] 증권사들이 미처 매각하지 못한 회사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증권사들은 회사채 발행업무를 대행하면서 투자자를 제대로 모으지 못하면 팔다 남은 회사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럴경우 시장에서 외면당한 회사채를 장기간 보유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낮은 등급의 회사채가 외면 받았던 과거와는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등급에 속하는 A등급 회사채마저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특히 우량등급인 AA급과 AAA급 회사채의 수요예측 부진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최상위 신용등급(AAA)에 빛나는 SK텔레콤의 미매각 사태가 발생했다. 2500억원 규모의 발행물량 중 콜옵션(call option·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이 부여된 15년물에서 200억원이 팔리지 않았다. 미매각 물량은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의 몫이다.
SK텔레콤은 초우량채권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회사채 자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또 연말에 있을 기관들의 북클로징(Book Closing·회계 결산)을 앞두고 우량등급의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기업들이 몰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렌탈(AA-)의 수요예측 결과도 실망스러웠다. 10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을 시행한 롯데렌탈은 매수주문이 300억원에 그쳤다.
최근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롯데렌탈 실적이 급감하면서 투자수요를 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매각된 회사채는 발행주관사인 KB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등이 총괄 인수한다.
증권사는 회사채 발행을 할 때 대부분 총액인수 방식으로 계약을 하며 발행위험을 모두 부담하게 된다. 2곳 이상이 공동대표주관사로 참여할 경우 똑같이 책임져야 한다.
이 때문에 회사채를 흥행시키지 못한 증권사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증권사는 채권보유 한도가 있어 내부 규정에 따라 수요예측에서 미매각된 회사채를 일반적으로 3개월 안에 처분해야 한다.
특히 올해 회계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팔지 못한 회사채를 처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수 물량을 털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낮은 가격에 매매하려고 해도 매수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우량등급의 대기업들이 조 단위의 손실을 내면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투자심리 악화가 안정적인 경영실적을 내놓은 기업까지 번져 우려스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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