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가격 3배 차이… 누가 ‘꼼수’ 부리나

소비자원, 유통업체별 생필품 가격차 공개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9-13 15:41:24

얼마 전 자녀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간 김지현(39) 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집 근처 슈퍼에서 600원 하던 ‘월드콘’이 편의점에서는 2000원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 김 씨는 “편의점 판매 가격이 슈퍼와 같을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큰 차이가 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3배 이상 차이나지 않는가” 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아이스크림ㆍ세정제ㆍ즉석밥 등 가공품의 가격이 편의점과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 판매처에 따라 최대 3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롯데제과 아이스크림 ‘월드콘XQ’는 600원에서 2000원, 피죤 세정제 ‘무균무때’는 2000원에서 6100원까지 차이가 벌어지는 등, ‘똑같은 제품’이면서도 판매 장소에 따라 가격이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유통업체들이 판매량을 높이려고 구사하는 다양한 가격정책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또 유기농산물의 소매가격도 지역에 따라 최대 3배 차이가 났다. 폭염과 폭우, 태풍이 겹치면서 산지별로 유기농산물의 품질이 격차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판매처에 따라 가격차이 3배 이상
한국소비자원이 생필품 371개의 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진 제품은 95개로 전체의 25.6%를 차지했다.


소비자원은 매주 전국의 편의점과 대형마트, 전통시장과 동네 점포 등 200여개 판매점의 생필품 가격을 조사, 발표하고 있는데, 조사 대상은 두부 등 가공식품 73개와 계란 등 신선식품 4개, 세제 등 일반 공산품 39개 품목이다.


판매처별로 가격 차이가 가장 많이 난 제품은 아이스크림 월드콘XQ였다. 가장 싼 곳은 대전광역시 서구의 한민시장으로 600원에 불과했지만, 서울 강북구의 세븐일레븐 본사는 3.3배인 2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세정제 ‘무균무때’ 욕실용도 최저 2000원(충북 청주 육거리시장)과 최고 6100원(대구 중구 대백프라자)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LG생활건강이 만든 린스 ‘엘라스틴 맥시마이징 볼륨 컨디셔너’도 현대백화점 울산점에서는 4950원에 불과했지만, 대전 한민시장에서는 1만4000원에 판매됐다.


즉석밥인 오뚜기의 ‘맛있는 오뚜기밥’은 최저가 650원(경남 창원 마산어시장)과 최고가 1600원(홈플러스 익스프레스)으로 2.5배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대형마트에서 750원이면 살 수 있는 즉석덮밥 ‘3분 쇠고기 짜장’과 ‘3분 쇠고기 카레’도 편의점에서는 850원이 비싼 1600원에 팔린다. 아이스크림 ‘메로나’도 편의점에서는 700원이지만 대형마트에서는 300원으로 절반 가격도 안 된다.


유기농산물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전국의 이마트 등 7개 대형마트 소매가격을 조사해 지역별 평균 가격을 비교한 결과 1.5~3배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양파는 수원이 1㎏에 1270원으로 가장 쌌지만 부산은 3720원으로 2.9배 비쌌다. 토마토(1㎏)는 창원에서 3900원이었지만 순천ㆍ울산ㆍ의정부에서는 2.6배인 9970원이었다. 포도(1㎏)는 서울이 4910원으로 제일 낮았고 대전이 1.8배인 8655원으로 제일 비쌌다. 쌀도 20㎏ 한 포대가 대전에서는 5만5600원이었지만 순천에서는 1.5배인 8만5200원이었다.


◇ 같은 물건 다른 가격 왜…
똑같은 품질인데도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큰 이유로 우선 유통업체의 ‘할인행사’와 같은 이벤트성 가격할인 행태가 꼽힌다. 백화점부터 전통 시장까지 다양한 유통업체별로 가격 정책이 다를 수밖에 없고, 특정 유통업체가 할인 정책을 펼칠 때 가격이 확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조사팀 최현주 차장은 “샴푸 같은 생활용품의 경우 하나를 더 얹어주거나 40~50% 할인하는 유통업체 가격이 급락했다가 행사기간이 끝나면 다시 올라가곤 한다”며 “가공품의 경우 품질에 차이가 전혀 없는 만큼 소비자들이 가격을 검색해 저렴한 곳에서 사는 것이 현명한 소비”라고 말했다.


유기농산물 값 차이가 벌어진 것은 일반 농산물보다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예민하게 등락하는 특성이 있는 데다 이번 여름 기후의 영향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이번 여름에는 폭염ㆍ폭우ㆍ태풍으로 지역별 품질 차이가 크게 나면서 가격이 더 벌어졌다”며 “유기농산물의 경우 생산자가 소규모로 재배해 직거래로 공급하는 경우가 많고, 아직은 취급하는 업체의 수가 많지 않아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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