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달리면 곧 역사가 된다”

연간 최단기간 100승, 문세영 기수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9-13 15:26:01

“그가 달리면 곧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된다.”


우사인 볼트도 메시도 아니다. 문세영, 또 그다. 올해 초부터 무서운 기세로 몰아붙이던 한국경마의 간판 문세영 기수가 지난 9월 1일(토) 서울경마공원 제4경주에서 한국경마 통산 연간 최단기간 100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7번마 ‘칩인버디’에 올라탄 문세영은 초반강공으로 경주 전반을 지배하며 ‘지존의 신세기’를 여유 있게 제치고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어 펼쳐진 5경주, 9경주, 12경주에서도 잇따라 승리를 거머쥐며 3승을 추가한 문세영은 일요 6경주 우승까지 주말 5승을 쓸어 담으며 올해 통산 104승으로 연간 다승기록 갱신을 향한 도전에 고삐를 바짝 당겼다.


가을이 채 오기도 전에 100승을 일궈낸 문세영의 기록은 지난 2006년 10월 21일 박태종 기수가 경신한 연간 최단기간 100승 기록을 무려 한 달 반 이상 앞당긴 대 기록이다.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영국 경마계 전설, 토니 맥코이(Tony McCoy)기수도 지난 2001년 9월 21일에야 연간 최단기간 100승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문세영의 이번 기록은 더욱 기념비적이다.


◇ 8월 고비 넘겨 마침내 ‘100승’
100승 달성 직후 기수대기실 앞에서 만난 문세영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지만, 목소리에는 기쁨보다 차분함이 전해졌다.


기록 달성에 대한 소감을 묻자 “기록을 떠나서, 한 경기 우승을 위해 기수 모두가 피나는 노력을 한다. 그렇게 만든 1승이 쌓이고 쌓여 100승까지 온 것 같다. 이제 100승이란 기록은 과감히 잊어버리고 1승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대기록의 탄생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진 않았다. 올해 7월까지 94승으로 월평균 13승 이상의 고공행진을 계속해온 문세영이었기에 많은 경마팬들은 8월에는 무난히 100승 달성에 성공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100승 고지를 눈앞에 두고 문세영의 페이스는 8월부터 눈에 띄게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팬들은 애간장을 태워야만했다. 결국 8월에는 100승까지 단 6승을 남겨두고, 5승만을 추가하며 99승으로 마감했다.


일각에서는 ‘아홉수 징크스’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현하기도 했지만, 문세영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많은 분들이 걱정하셨지만, 8월도 어느 달 못지않게 열심히 뛰었고, 6월만큼은 아니지만, 결과도 크게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건재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솔직히 100승이라는 숫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경주에서도 여유 있게 말몰이를 해야 하는 구간에서 서두른 감이 없지 않았다”고 말해 100승 기록 달성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놨다.


◇ “전설은 현재진행형”
‘경마 지존’, ‘과천벌 황제’, ‘살아있는 전설’, ‘경주마를 위해 태어난 기계’까지 지금의 그에게 쏟아지는 어떤 수식어도 아깝지가 않다. 문세영은 올 시즌 완벽한 기승술과 기복 없는 안정감으로 기수와 관련된 모든 기록 경신에 도전 중이다.


2012년 출주 경기 총 443경기 중 23%에 해당하는 103경주를 승리로 이끌었으니, 어떤 말에 올라타든 4~5경주 중 1경주는 우승으로 만들어냈다는 말이다. 일 년의 삼분의 이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 단순 계산으로만 보면 역대 최다승왕은 물론, 전입미답의 150승고지 달성도 유력한 상황이다.


이제 문세영 기수에게 향하는 경마계 안팎의 초미의 관심사는 올해 안으로 역대 연간 최다승 달성이 가능할 것인가 여부이다. 현재 역대 연간 최다승은 2008년 본인이 세운 128승이다.


23.3%의 승률과 40%에 육박하는 입상률은 또 다른 기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기록을 깨면 기쁠 것이다. 하지만 깨지 못하더라도 기수생활을 계속하는 한 기회는 언제든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록 자체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겠다”고 말한다.


이번 100승은 곧 있을 딸 도윤 양의 돌잔치를 앞두고 달성된 것이라 그 의미를 더한다. ‘딸바보’로 유명한 문세영 기수는 “딸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웃은 뒤 “집에 돌아가 딸 얼굴을 보면 모든 힘든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며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최단기간 100승 달성에 딸 돌잔치까지 2012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한국경마가 도박과 레저스포츠라는 경계선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문세영이라는 스타 기수의 존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고 있다. 신인시절 최단기·최연소 100승을 달성하며 ‘어린왕자’라는 애칭으로 사랑받던 청년은 어느덧 한국경마의 ‘현재진행형 전설’이자 새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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