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는 틀리지 않았다

21세기 경제위기가 마르크스를 깨우다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9-13 15:01:34

지난 20세기 후반, 구소련과 동구권의 붕괴에 이은 신자유주의의 풍미는 우리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마르크스’ 내지 ‘마르크스 사상’을 폐기해야 할 것 아니면 어느 순간 촌스럽고 고루한 느낌을 주는 지나간 과거의 산물로 치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선 지금 세계경제 위기와 신자유주의의 폐해로 말미암은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비판적 반성에 마르크스의 유효성은 다시금 전 세계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현존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로 꼽히는 테리 이글턴은 이 책에서 10가지 통념적인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비판을 검토한다.


특히 마르크스가 자기 시대의 한계를 답습한 대목까지 구태여 포장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으며, 때로 그가 하지 않은 일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많은 이들이 마르크스를 급속히 폐기한 이유는 자본주의에 새삼스러운 환상을 품어서가 아니라 이 체제를 바꿀 가능성에 좌절했기 때문이고, 이 환멸의 기저에는 ‘현실적으로 존재한’ 마르크스주의적 실천들이 폭력과 결핍으로 귀결되었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대해 이글턴은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입장이야말로 폭력적 억압을 지지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그저 오랜 기간 존속하는 바람에 망각되었지만 자본주의는 노예제와 인종 학살을 비롯한 온갖 피와 눈물의 역사로 빚어졌으며,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자행된다 뿐이지 지금 이 순간에도 자본주의는 엄청난 결핍과 착취를 야기하는 중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세기 후반 앞서 말했듯이 구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의 붕괴, 신자유주의의 전 세계적 풍미는 마르크스를 사상의 무덤 속으로 묻어버린 듯했다. 그 무덤 속으로 같이 파묻은 마르크스에 대한 통념들 가운데 획일적 평등, 획일적 계급혁명, 획일적 사회와 같이 '획일적'이라는 올가미가 덧씌워져 있다.


하지만 결코 마르크스는 완벽한 사회라는 개념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고, 평등이란 관념을 경계했으며, 우리 모두가 등에 사회보험 번호가 찍힌 작업복을 입는 미래를 꿈꾸지 않았다.


그가 보고 싶어 했던 인간다운 세계는 획일성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존재하는 그런 세계였다. 그가 가진 바람직한 삶의 모델은 예술적 자기표현이라는 생각에 토대를 둔 것이었다.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 테리 이글턴 저, 황정아 역, 1만7000원,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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