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향기] 다시 이는 산업은행 구조조정론

강재규

jackworth@hanmail.net | 2016-09-12 10:07:01

지금 곤두박질친 조선 해양산업의 부실화 문제를 파헤치고자 열리고 있는 게 국회 서별관청문회다. 그런데 이 청문회가 호통과 담론만 거듭되면서 겉도는 모양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같은 핵심증인은 불러세우지도 못한 채 애꿎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화살을 집중하니 정쟁만 키울 뿐이다. 이 청문회의 핵심을 비켜가는데 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 와중에 야당의 한 의원은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 이틀째인 9일 “산업은행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기업 구조조정의 기본적인 틀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산업은행 수술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청문회의 본질이, 정부와 산업은행 등 경제 사령탑들이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통해 지원할 돈을 지원했다거나 해당 기업으로 내보내지 않아야 할 인사를 내보냈다거나 하는 근본적 문제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회의체 자체를 문제삼는다면 본말을 뒤집는 격이된다. 그래서 이 의원의 산업은행 수술론이 더 힘을 받는지도 모른다.


그는 또 “산은 등 국책은행들이 2000년대 중반에 해운산업 경기 선행지수인 발틱운임지수가 해운업 위기를 예고했는데도, 업계가 현재보다 4~5배 더 높은 가격으로 장기 용선 계약을 맺는 것을 방치했다”며, “이는 국책은행들이 실질적으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견제도 받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은 현 정부에서 산은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십분 이해가 간다. 이번 정권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을 모아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는 용역을 하고 다음 정권에서 금융개혁과 대기업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 발짝 물러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왕에 조선 해양산업의 구조조정을 하기로 한 마당에 그 뿌리가 되는 산업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먼저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다. 산은은 검찰 조사나 감사원 감사 외에는 내부 감독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곳이란 얘기가 많다. 산은 직원들이 우수 인력이긴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임기 내에 뇌관이 터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폭탄돌리기에도 능숙하다는 비아냥도 쏟아진다.


해마다 산은 등 국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는 늘 언론의 도마위에 오른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한 의원실에서 엊그제 낸 보도자료에서도 산은,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최근 10년간 무려 10조원의 재정을 투입한 채 성과는 제대로 내지도 못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국민 혈세만 축내면서 직원들의 임금은 여타 시중은행들보다도 훨씬 높아 빈축을 사고도 남는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은 우려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현실적으로 터져나오고, 이 해운사에 화물을 맡겼던 화주들은 분통이 터져나갈 지경이다. 국책은행이 국민의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에서 부실 기업들을 관리했더라면 이처럼 힘없이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산업이 재정을 쏟아가며 회생시키고자 손을 대었던 기업들이 어느 곳 하나 성하게 ‘졸업’한 곳이 있는가. 부실한 시스템에 부실한 임원 파견 등 구조적인 허점을 안고서는 부실산업,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시스템의 원만한 수행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지금과 같은 산은 중심 구조조정 시스템 아래에서는 인적, 물적 가용자원 배분의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이 먼저다. 이들에 대한 작업이 없이는 인큐베이팅 금융은 공염불이나 마찬가지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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