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朴, 진흙탕 대리전
누가 이기든 ‘상처뿐인 영광’으로…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9-07 16:14:40
새누리, 돈ㆍ여자문제 거론하며 安 ‘협박’
安측 “불출마 협박에 사찰… 용납 못해”
새누리 “친구로서 할 수 있는 대화일 뿐”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폭로탄’이 터졌다. 안철수 원장 측이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선기획단 인사에게서 대선 불출마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4일 오전 7시57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의 전화를 받았다”며 “7분간 통화하는 동안 정 공보위원은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으로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 금태섭 “새 변화 바라는 국민에 대한 협박”
금 변호사는 이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자행하고 있는 이 같은 일은 차마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는 말로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정준길 공보위원의 전화 내용을 안 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며 “한 치의 의혹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 변호사가 이날 밝힌 정 위원과의 통화 내용은 ‘안랩(구 안철수연구소)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해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고, 안 원장이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하지만 정 위원은 폭로 내용의 구체적인 근거는 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금 변호사는 “(정 공보위원이) 그걸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 그걸 터뜨릴 것이기 때문에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고 말했다”며 “안철수 원장에게 그 사실을 전하고 불출마하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찰의 안 원장 뒷조사 논란에 대한 일부 언론 매체의 보도를 언급하며 정 위원의 이 같은 협박이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인 뒷조사에 근거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경찰의 안철수 원장에 대한 사찰 논란에 대해서도 정 위원은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고 했다”며 “정씨의 언동에 비춰볼 때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인 뒷조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 측에 전달되고 있지 않느냐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 정 위원 “정치공작ㆍ배후 운운 안타깝다”
안 원장 ‘불출마 협박’ 논란의 당사자인 정준길 공보위원은 “오래된 친구로서 이야기한 것인데 이를 확대해석해서 정치공작이니 배후니 운운하는게 안타깝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정 위원은 “일개 공보위원에 불과한 제가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거나 협박할 지위에 있지도 않고 그런 이야기를 전달할 입장도 아니다”며 “같은 서울대 법대 86학번으로 대학 졸업 이후에 동문회장을 수년간 맡으면서 모임을 정기적으로 해왔고 그 과정에서 금 변호사와 자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눈 친구 사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전화통화에 대해서는 “제가 당시 공보위원으로 임명된 상태였는데 유력한 대선후보로 예정돼 있는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관련 업무도 공보위원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비록 친구사이지만 향후 본의 아니게 공세나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자는 취지로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대화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들은 시중의 몇 가지 이야기를 전달하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검증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며 “안 원장의 대변인, 박 후보의 공보위원이기 이전에 대학 시절 함께 한 친구관계이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위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금 변호사의 주장대로 “산업은행 강모 팀장의 주식 뇌물공여,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출신 30대 여성 이야기를 언급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정 위원은 검사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대검 중수부 검사를 역임했다. 검사생활을 마친 뒤에는 법무법인 광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현재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금 변호사는 정 위원의 해명에 대해 “사적농담이 아닌 협박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 변호사는 정 위원이 자신과의 친분관계에 대해 ‘20년 지기’라고 칭하며 배신감을 토로한 것에 대해 “서울대 동기인 것은 맞지만 이날 통화가 친구로서 한 통화는 아니다. 이게 친구로서 농담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 정치권 반응 첨예하게 엇갈려
정치권은 이날 ‘안철수 불출마 협박’ 논란과 관련, 첨예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민주통합당은 ‘독재정권시절의 부활’이라고 규정한 뒤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용진 대변인은 “금태섭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새누리당이 유신잔당의 집결지이자 용서할 수 없는 불법행위에 근거해 집권하겠다는 신종쿠데타 세력임을 드러낸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는 안철수 원장이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과 관계없이 국민에 대해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뒷조사 내용을 협박용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독재정권시절의 부활이며 우리 국민에게는 새로운 악몽의 시작”이라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은 “정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 쪽에서 사실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박근혜 후보 캠프의 공식적인 직함을 가지고 있는 공보위원이 직접 전화를 해서 협박한 내용이기 때문에 캠프 차원에서 해명해줘야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안 교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나 자료들이 계속 유출되고, 언론을 통해서 여러 가지 형태로 해석되는 식의 정치공작 형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불법사찰 의혹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며 “작년에 안 교수에 대한 사찰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위원회에서 여야가 이번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삼지 못한다면 다른 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든지, 특별검사를 이용한다든지 다른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안 원장 사퇴협박의 배후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지목하며 비판에 가세했다. 문재인 대선경선 후보 측 진선미 대변인은 “협박과 대선불출마 종용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유신독재 부활의 신호탄”이라며 “안 원장과 민주당 대선후보, 그리고 민주개혁진영의 모든 세력 및 국민과 함께 유신독재의 회귀를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학규ㆍ김두관ㆍ정세균 측 역시 “박근혜 후보는 유신의 딸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제발 그만두고 정정당당히 임해 달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선진통일당은 안 원장측 폭로와 관련해 “캠프 참모진영 사이에선 일어나서는 안 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선진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이 잠재적 대권후보인 안 원장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해 뇌물과 여자 문제를 거론했다는 그 자체가 우리로서는 있을 수 없는 협박”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측은 “안 원장 측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 없으며 친분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지난 6일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안철수 원장 측의 ‘대선 불출마 협박’ 주장과 관련해 “정준길 공보위원이 그런 압력을 넣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자 물타기 용으로 사적통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며 “친구간의 사적통화를 왜곡해 마치 우리당이 정치공작을 한 것처럼 말한 금태섭 변호사의 태도야말로 정치공작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그는 “정 위원은 출근길에 친구 사이인 금 변호사와 가벼운 마음으로 통화한 것”이라며 “당이나 공보단에서는 정위원이 금 변호사와 통화한 사실조차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또 “정 위원이 공보단 회의에서 안 원장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것도 확인됐다”며 “불과 얼마 전 임명된 정 위원이 불출마를 종용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 위원은 6일 이번 파문을 일으킨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당에 사의를 표명했다.
◇ 이번 폭로전이 양 측에 미칠 영향은…
대선 100여일을 앞둔 시점에서 ‘폭로전’이 터졌다. 정치권의 관심은 폭로전의 진실 여부 외에도, 이 전쟁이 미칠 영향에도 쏠리고 있다. 정계에서는 ‘터뜨린’ 박 후보 측과 ‘당한’ 안 원장 측 중 누가 이기든 간에 ‘상처뿐인 영광’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안 원장을 지지하는 정치권의 한 인사는 “누워서 침 뱉으면 그 침은 다시 자신에게 떨어지는 법”이라며 “안 원장을 어떻게든 흠집 내고 싶어서 무리수를 던졌지만, 그 공격은 다시 새누리당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룸살롱 출입 여부로 시비를 걸더니, 이제는 공작정치를 하려 한다”고 비난하며 “‘잘 나가는’ 인사 하나 잡으려고 헛소문에 뒷조사까지 동원하려는 저들이 과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 있던 지지자들도 떨어져나갈 판”이라고 꼬집었다.
또 “어떻게든 안 원장의 발목을 잡아보려는 의지의 표현. 구태 정치의 천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비꼬며 “국민은 항상 겸손하고 개념 있는 정치인을 원한다. 국민들은 다 아신다”고 일침을 가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번 공격은 새누리당 당원인 내가 봐도 무리수”라며 “오히려 그 화살이 우리에게 돌아올 수도 있는, 다소 위험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 원장 측에도 어느 정도 피해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안 원장이 느닷없이 대권에 도전하게 됐다. 그의 유일한 무기는 도덕적으로 전혀 결점이 없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성인군자’ 이미지에 손상이 가게 되면, 유권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돈 문제ㆍ여자 문제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한 번 박힌 이미지는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문국현 전 의원 꼴 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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