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깔려도… 살아날 구멍 생긴다

‘프리워크아웃’ 상품 출시… ‘모럴해저드’ 우려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9-07 10:08:01

김 모 씨(38)는 올 초 실직한 후 편의점 계산원, 대리운전 등 임시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다가 결국 은행 연체자가 됐다. 지난해 7월 하나은행에서 빌린 1년 만기 신용대출 2000만원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씨의 연체 금리는 연 16% 수준으로, 매월 원금과 함께 26만7000원 가량의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조만간 하나은행에서 출시하는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대출을 이용해 이자 부담을 낮추고 빚을 장기간 나눠 갚을 생각이다.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이용하면 월 이자를 20만원으로 낮출 수 있다. 성실하게 변제하면 금리가 최장 6년 간 6개월 마다 0.5%포인트씩 깎인다. 6년 후 월 이자부담도 10만원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


김 씨처럼 단기 연체 중이거나 만기 연장이 어려워 연체 위기에 몰린 은행 대출 고객들의 빚 상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이나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프리워크아웃 확대 방안을 은행들이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프리워크아웃을 이미 확대 시행 중인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조만간 관련 상품을 일제히 출시한다.


하나은행은 이날 연체기간 3개월 미만 대출자는 물론 퇴사나 신용등급 하락, 과다 채무 등을 이유로 만기 때 빚 갚기가 어려운 대출자(잠재 연체 위험군)를 대상으로 한 자체 프리워크아웃 대출 상품을 이달 중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연체 최고금리 17%보다 낮은 연 12~14%의 10년 만기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성실 상환자는 6년이 지나면 최저 연 6%의 금리를 적용 받는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9월 내에 기존 ‘SHB 개인채무 조정제도’를 확대한 프리워크아웃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단기 연체자나 정상적인 여신거래가 어려워 연체 가능성이 큰 개인이 사전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이자를 감면하고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성실 상환자에게 최저 7.0%까지 금리를 깎아주는 선제적 프리워크아웃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법원이나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마련한 기준에 의해서만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운용해 왔지만, 이번에 은행자체기준을 신설해 단기연체자 뿐만 아니라 아직 연체는 없지만 대출만기에 대출금을 상환하기 어렵거나 기간을 연장하기 어려운 대출자에게도 프리워크아웃제도를 확대 적용하고 이를 성실히 상환해 나가는 경우 최초이자율의 최대 절반인 7.0%까지 감면해 주는 파격적인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이미 금리 감면 폭을 확대한 제도를 시행해, 프리워크아웃제도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만기 상환이 어려운 잠재 연체자들이 ‘신용대출 장기분할’ 제도를 활용하면 연체금리(18.0%)보다 훨씬 낮은 13.0%의 금리를 적용받고 10년 장기분할대출로 바꿀 수 있다.


빚을 잘 갚으면 최저 금리가 5.2%까지 내려간다. 단기 연체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계대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최초 금리 14.5%가 적용되고 빚을 성실히 갚으면 최저 금리가 6.7%까지 적용된다.


지방은행 중에선 대구은행이 3개월 이상 장기 연체자의 빚 원금과 이자를 최고 70%까지 탕감해 주는 내용의 ‘DGB희망나눔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11월 말까지 시행하고 있다.


2개 이상 복수의 금융회사에서 5억 원 미만을 빌렸으나 1~3개월 가량 단기 연체하고 있다면 신용회복위원회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신복위는 내년 4월 종료되는 프리워크아웃을 상시화해 지난 달 30일부터 사전채무조정 이후 이자율을 신청당시 약정이자율의 현행 30%에서 50%까지 감면해주고 있다.


업계에선 프리워크아웃 제도의 확대 시행이 이자에 짓눌린 저소득 취약계층의 부채 부담을 완화하고 개인이나 가계 부채의 연체 위험을 낮추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전면에 나서 프리워크아웃 확대를 독려한 것으로 이 때문이다. 다만, 이자 감면을 위해 일부러 채무를 갚지 않는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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