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석유는 소비자주권”
국민석유회사 설립 ‘초읽기’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9-06 17:48:13
대기업 독점 체제가 모든 문제의 근원
출발부터 중소기업과 함께 일자리 창출
국민이 직접 석유 생산·공급 참여 필요
지난 6월 “기름 값을 20% 저렴하게 만들겠다”며 출범한 국민석유회사 설립준비위원회는 지난 4일 석유산업관련 6개 중소기업과 ‘공생발전협약식’을 열었다. 최근 인터넷 약정운동을 시작한지 70일 만에 약정액 400억원을 돌파한 것을 기념해 개최한 이번 협약식에서 준비위는 국민석유회사 출범 시 중소기업들과 함께 그동안 불공정 관행으로 지목돼온 어음제와 연대보증제를 폐지하고 하청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태복 국민석유회사 설립준비위원회 상임대표는 지난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뉴국제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공생발전협약식’에서 “정유공정 국산화와 기술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상임대표는 기름 값 문제와 관련, “수출주도형 대기업 독과점 체제가 문제”라며 “체제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고 중소기업이 살 길도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산 산유회사들이 과거 이유 없이 한국에 연간 20억 달러씩 붙여온 아시아 프리미엄을 최근 슬그머니 철회했는데도 국내 정유사는 알리지도 않았고 기름 값에 반영하지도 않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원유 정제 과정에 쓰이는 촉매제에 대해 “국내 정유사들은 중요한 공정을 전부 외국 기술에 의존하면서 그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부담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면 끝났다”며 “이런 한심한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정유업계가 시장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촉매제 시장에 국내 중소기업을 전혀 참여시키지 않고 세브론 등 원유 메이저 계열 제품만 사용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원성을 사온 데 따른 것이다. 후발주자인 중국조차 5~6년 전에 자체 개발한 촉매제를 사용하고 있다.
준비위 이태복 상임대표는 “중소기업들과 국민석유 설립 초반부터 기술도 같이 개발하고 불공정 관행을 타파해서 중소기업이 진지하게 국민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석유는 출발부터 중소기업을 참여시켜 촉매와 건설공정 등에서 착한 일자리 5000여개를 만들어 공생 발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1차 약정액 목표인 500억 원의 조기 달성과 관련해 “약정액 (달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것은 역시 기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여러 대책들을 내놓긴 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는 데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석유는 이르면 오는 20일 1차 약정목표액 5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1차 약정목표액을 1000억 원으로 높였고 설립목표액은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인, 정치인들과 함께 '국민 1인1주 갖기 운동'도 펼친다.
이 대표는 국민석유에 대해 ‘소비자주권운동’이라고 규정한 뒤 “주권자인 국민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유 산업에서 제도적인 개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직접 생산 공급에 참여해서 소수 독과점 기업이 일방적으로 진행해온 관행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다음은 이태복 상임대표와의 일문일답.
-정유시설을 짓는데 조 단위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석유의 설립목표액은 5000억 원이다. 나머지는 어떻게 조달할 생각인가?
“정유시설 설립비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 직접 공사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반의 공사비도 제대로 투입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짓는다는 것이다. 기존에 몇 조원 들어갔다고 하면 (실제 투자비는) 절반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정유 플랜트 관련 업체들한테 국내 정유사가 들였다는 비용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제안이 오고 있다. 우리도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정책금융도 요청할 생각이다.”
-주유소 시설도 중요하다.
“주유소는 대부분 정유 4사가 장악하고 있어서 완전히 독점시장이다. 과거 여러 업체가 진입했다가 실패한 이유가 독과점 횡포 때문이다. 5~7% 저렴하게 기름을 공급하는 곳이 생기면 기존 정유사는 10% 싸게 제공해서 (신규 진입 업체들이) 망하면 다시 (예전 공급가격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20% 저렴한 기름을 일반 소비자들한테 어떻게 공급할지는 브랜드 방식도 있겠고 신청을 받아서 (독립주유소를) 넓히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1차 정제과정에서도 촉매제가 필요한가?
“정제과정에 모두 촉매제가 들어간다. 정유 4사는 초기부터 원유판매자가 요구하는 방식대로 다했다. 촉매제를 개발한 적도 없다. 투입비도 많고 매출을 몇백억원씩 올릴 수 있는 중소기업 수십 개가 필요한데 하나도 없다. 정제와 석유화학은 엄연히 구분돼있다. 우리는 정제분야 촉매시장이 죽어 있다. 쓰지 않으니까. 얼마 전에 몇 개 회사가 (촉매제를) 개발했다가 다 망했다. 이런 부도덕하고 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부분만 걷어내도 착한 일자리는 얼마든지 만들어낸다.”
-기존 4사 정유사가 남기는 마진이 20% 넘는다고 말할 수 있나?
“딱히 그렇게 분석하긴 어렵다. 원유정제와 석유화학 산업에서 오는 마진이 같이 돼있는데 대체적으로 국내 정유사는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얻는 이익은 빼놓고 이야기한다. 국민석유는 석유화학 산업까지 같이 포괄해서 보고 있다. 국내 정유4사들이 고도화 설비에 엄청나게 투자했는데 국제시장 가격이 높아서 손해를 보고 있다. 시장상황은 변동되고 있어서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석유화학산업 부분까지 나가서 기술의 자립화도 실현해내면서 중소기업도 키워내고 여기서 20% 원가절감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은?
“정유4사와의 관계다. 정부의 태도이고. 이 사업은 신고제다. 허가제가 아니다. 그동안 여러 기업이 이 시장에 진입하려고 했는데 못 들어왔다. 그만큼 4사의 힘이 센 거다. 석유협회가 언론사 다니면서 무슨 말 하고 다니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왔고 살아가는 거다. 우린 우리 방식대로 하겠다는 거다. 한국사회의 심각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밤잠안자고 돌아다니며 해법 모색하는 일을 이해해 달라.”
-대선정국 윤곽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지원을 받을 계획이 있나.
“선거 문제는 철저하게 중립을 지킬 거다. 다만 국민석유 설립을 적극 지지하고 찬성하는 분들이 누구인지 따져볼 것이고 그런 후보가 있다면 좋겠죠. 지금은 말씀드릴 순 없지만 많은 후보들이 사무실을 방문하길 원하고 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