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압박수사·경영난…오너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6-08-31 15:09:56
이인원, 檢 비자금 수사에 ‘자살’
성완종 사망 후 ‘리스트’ 파장
정몽헌 죽음, 아직도 논란 계속
박용오, 경영난에 스스로 목숨 끊어
[토요경제신문=여용준 기자] 비운에 생을 마감하는 기업 오너들의 선택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26일 롯데그룹의 ‘2인자’로 불리던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이 롯데그룹 비자금 비리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는 것.
이날 오전 7시 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산책로 한 가로수에 이 부회장이 넥타이와 스카프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운동 중이던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 옷 안에서 발견된 신분증으로 미뤄, 시신은 이 부회장으로 추정되나 경찰은 더 정확한 신원확인을 위해 지문을 분석하고 있다.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이 부회장 차 안에서는 유서가 나왔다.
그는 유서를 통해 롯데 임직원에게는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며 끝까지 신 회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가족에게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썼다.
유서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내용은 없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소환된 황각규(62)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과 함께 신 회장의 '가신그룹'으로 꼽힌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정책본부 수장으로, 총수 일가와 그룹 대소사는 물론 계열사 경영까지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
앞서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횡령·배임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다.
이 부회장의 죽음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CEO들이 다시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4월 9일 오후 자원개발 비리로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성 회장은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에서 300여m 떨어진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성 전 회장은 2006∼2013년 5월 회사 재무상태를 속여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지원되는 정부융자금과 금융권 대출 800억여원을 받아내고 관계사들과의 거래대금 조작 등을 통해 250억원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의 혐의를 받고 있었다.
성 전 회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전날 “내가 왜 자원외교 비리의혹 수사의 표적이 됐는지 모르겠다”는 기자회견을 한 뒤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의 죽음 이후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라는 것이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다.
여기에는 정계 주요 인사 8명의 이름이 언급돼 있으며 몇 명은 이름 옆에 금액도 함께 적혀있었다.
이 가운데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검찰에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04년 남상국 전 대우건설 회장도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에게 사장 연임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역시 검찰 수사 중 자살한 대표적 기업인으로 꼽힌다.
당시 남 전 사장은 노 전 대통령이 “형의 청탁을 받은 뒤 남씨가 연임되지 않도록 했다”고 밝힌 기자회견 직후 서울 한남대교 위에서 투신자살했다.
남 전 사장은 이날 오전 대우건설 법무팀장인 신모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모두 짊어지고 가겠다. 차는 한강 남단에서 찾아가라”고 말한 뒤 이같은 선택을 했다.
이보다 1년 전인 2003년 8월에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다섯 째 아들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투신해 숨졌다.
정 회장은 당시 현대그룹 비자금 의혹과 대북송금 등과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정 회장의 자살 배경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경영난과 대북송금 및 비자금 조성 수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했다.
정 회장의 죽음 후 아내인 현정은 회장이 그룹 경영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검찰 수사와 무관하지만 박두병 두산그룹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도 지난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산그룹 회장까지 지냈던 박 회장은 그룹 내에서 ‘형제의 난’을 겪은 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하면서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다.
성지건설을 10대 건설사로 키우겠다는 야심으로 경영에 뛰어들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인수한 지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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