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인 막말, ‘무신불립’ 낳는다
김형규
fight@sateconomy.co.kr | 2015-05-15 09:18:13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어느 날 공자에게 물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공자는 “첫째는 먹는 것(足食) 즉 경제고, 둘째는 자위력 즉 군대(足兵)며, 셋째는 백성들의 신뢰(民信之)다”라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중 부득이 하나를 뺀다면 어떤 것을 먼저 빼야 합니까?” 공자는 “군대를 먼저 빼라(去兵)”고 했다. 다시 자공이 “또 하나를 부득이 뺀다면 어떤 것을 먼저 빼야 합니까?” 공자는 “경제를 빼라(去食)”고 했다. 그러면서 공자는 “옛날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은 죽어왔다. 그러나 백성들의 신뢰가 없으면 조직(국가)의 존립이 불가능하다(民無信不立)”고 말했다.
논어 ‘안연편’에 실린 일화로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그 유명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정책을 집행하는 나랏일에서 신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완구 전 총리가 총리직에서 사퇴한 지 17일 만인 지난 14일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3000만 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것이다. 일국의 총리 자리에서 불과 17일 만에 신분이 바뀐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과의 만남조차도 부인하고 있었지만 검찰은 이 전 총리의 전 운전기사의 진술과 GPS 기록 분석결과를 토대로 한 동선을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전 총리는 “쇼핑백을 본 사람도 없고, 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돈이 전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총리 재임시절 성 전 회장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아직 그의 결백이나 범죄사실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그의 이름 석자가 ‘성완종리스트’에 올려진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믿을 놈 하나 없다.”
‘성완종리스트’가 공개되면서 많은 시민들은 탄식을 했다. 리스트에는 여권인사가 대부분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야당인사도 상당수 포함됐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국민의 시선이다. 국민은 정치인을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정치권의 막말로 불신을 더욱 자초하고 있다. 막말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상대에 대한 비방과 저주다. 설령 자신의 열혈 지지층으로부터 잠시 환호를 얻을지는 모르나 궁극적으로 공멸을 부르는 언술이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의원의 ‘공갈 발언’은 도가 지나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발언은 결국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에 제소건으로 상정되는 처지에 놓였고, 징계를 기다리게 됐다.
국회가 저잣거리의 술안주인 양 조롱당하는 것은 정치인의 위신을 떠나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서 불행한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견의 차이는 늘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막말과 허위 사실에 기반을 둔 인신공격으로 인해 의견의 평행선이 감정의 평행선으로 치달아선 안 될 말이다. 그래서는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며 이견을 좁혀가는 차원 높은 숙의민주주의는 언감생심이다.
문제는 진영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막말 정치’의 뿌리가 너무 깊다는 점이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야당 시절 의원들이 환생 경제라는 연극에서 故노무현 대통령에게 등 막말을 쏟아낸 바 있다. 이 같은 ‘막말 공화국’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절실하다. 여든 야든 막말은 상대를 향해 내뱉지만, 결국 자신을 해치는 부메랑임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은 반드시 ‘무신불립’이라는 교훈조차 망각하는 정치인에게 표로 응징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이 그들을 신뢰할 때 바로 나라를 제대로 세울 수 있는 ‘유신필립(有信必立)’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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