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진출’ 테슬라, 국내 시장 뒤흔드나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6-08-29 11:38:40

▲ 테슬라 S P100D.

유통업계 ‘테슬라 모시기’ 경쟁
車 부품 업계 활성화 기대
완성차 주행거리 늘리기 안간힘
“수요 증대 기여…인프라 구축 중요”


[토요경제신문=여용준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 자리잡은 전기차가 테슬라의 진출로 한 차례 혼란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올 연말쯤 서울 강남과 경기도 하남에 매장을 문을 연다. 특히 다음달 9일 문을 여는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에 입점하기로 해 초반 인기몰이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관계자는 “입점은 확정된 상태로 구체적 입점 준비사항을 협의하는 단계”라며 “9월 하남 스타필드 복합쇼핑몰 개장 일정에 맞춰 동시 개장은 어렵더라도 11월말께면 매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의 국내 시장 진출은 유통업계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스타필드 하남에 앞서 지난 5월에는 롯데월드몰과도 입점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월드몰 운영사인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지난 5월까지 에이전시(대행사)를 통해 테슬라와 롯데월드몰 입점 협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한국 진출을 모색하던 테슬라와 롯데월드몰 콘텐츠 강화 방안을 강구하던 롯데가 롯데월드몰의 MD(상품 구색·조달) 컨설팅을 맡은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C’ 업체를 사이에 두고 자연스럽게 최근까지 입점 협상을 벌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5월 이후 사실상 롯데-테슬라 간 협의는 중단된 상태다. 롯데 관계자는 “협상 당시에도 테슬라는 서울에 직접 로드숍을 내는 방법을 병행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협상이 결렬된 상태지만 테슬라가 한국 매장을 추가한다면 잠실 롯데월드몰도 다시 유치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국내 진출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가지고 있다.


전기차 부품 업계는 테슬라의 진출로 시장의 활력을 기대하는 반면 직접 경쟁해야 하는 완성차 업계는 긴장하는 눈치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타이어와 각종 부품 등을 국내 업체로부터 조달하거나 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테슬라는 올해 3월 미국에서 처음 공개한 모델3에 한국타이어 제품을 장착하기로 했다.


만도는 테슬라에 EPS(Electronic Power Steering System)와 조향장치 부품인 스티어링 랙을 공급하고 최근에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안전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활유 전문기업인 SK루브리컨츠는 테슬라 모델 3에 기어박스유를 단독으로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기어박스유는 모터의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기어박스에 쓰이는 윤활유로 SK루브리컨츠는 모델 S에도 기어박스유를 공급해왔다.


자동차 부품업체 엠에스오토텍은 핫스탬핑 부품 생산을 위한 금형을 공급할 예정이다.


모터의 핵심부품인 모터코어와 모터코어에 사용되는 무방향성 전기강판도 국내 업체가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제외된 상태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모델 S와 모델 X 배터리도 파나소닉과만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테슬라가 생산 능력을 빠르게 증설하면서 조달 수요가 늘고 있어 앞으로 국내 업체를 더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테슬라는 2분기 감사보고서에서 “자동차 부품을 다양한 업체로부터 공급받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다수 부품은 한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특히 배터리 셀의 경우 인증된 공급업체가 단 한 곳”이라며 “이 업체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과 중국 등에 맞서 배터리 효율을 높혀 주행거리를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각각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K5 PHEV’를 출시한 데 이어 하반기와 연말에는 ‘K7 하이브리드’, ‘아이오닉PHEV’를 내놓는다. 2020년까지 매년 전기차 1종을 포함해 신형 친환경차 4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회 충전으로 가능한 주행거리가 200㎞에 불과하지만 배터리 효율성을 높혀 향후 2018년 320㎞, 2020년 400㎞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올해 7월 누적 전기차 판매량(등록기준)은 1427대다. 이 중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705대를 기록해 전체의 49.4%를 차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테슬라의 경우 아직 한국 법인만 설치한 상태이며 아이오닉 등 국내 업체 전기차 또한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은 상태”라며 “전기차의 핵심은 주행거리에 있기 때문에 배터리 효율성을 키워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외에 한국지엠은 올 연말 1회 충전거리가 321㎞ 달하는 쉐보레 볼트EV를 선보일 예정이며 쌍용차도 개발 중인 전기차 모델을 2~3년 내에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의 국내 진출이 전기차 수요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인 한편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29일 공개한 보고서 ‘자동차산업의 전기동력 자율주행화 가속화’에서 “모델 3은 국내 전기차시장에서의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테슬라로서는 적기에 부품을 조달하는 문제와 미국 정부의 전기차 세금 감면 혜택이 내년이면 소진되는 문제 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특히 국내에는 전기차 충전 시설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현재 전국적으로 평균 17.1대의 전기차가 한 개의 충전기를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은 전기차 두 대당 한 개꼴로 충전기가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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