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인사 태풍, 좌불안석 재계 ‘위기감 팽배’
삼성·LG 성과주의 원칙으로 ‘분위기 쇄신’…총수 不在 SK·한화 ‘올 연말은 조용히…’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 2013-12-09 09:47:08
[토요경제=김세헌기자] 재계의 연말 인사에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의 연말 인사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으며, 일각에선 이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어느 때보다 심각한 장기 경기침체에다, 박근혜 정부 들어 연일 몰아치는 ‘경제 민주화’가 임원들의 진로를 바꿀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특히 경영실적이 두드러지게 부진했다거나, 사업구조 개편을 실시했던 그룹들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총수 공백으로 방향타를 잡기 어려운 SK와 CJ, 한화 등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인사’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달 말 LG그룹 인사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그룹들이 이달과 내년 초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LG, 철저한 ‘성과주의’ 입각한 인사 단행
우선 삼성그룹은 지난 2일 사장 승진 8명, 이동 및 위촉업무 변경 8명 등 총 16명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 담당 사장(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 겸임)으로 승진한 것이다.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언니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에 이어 사장단에 합류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그룹의 이재용-이부진 3남매의 후계 오너 경영 체제가 본격 가동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벌써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간 보이지 않게 전개될 치열한 후계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겸하고 있어 이부진 신임 사장과 한 지붕에서 일하게 되면서 자매 사장 간 관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기존 김봉영 에버랜드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리조트·건설부문을 맡고 있다. 이서현 사장은 이번 승진으로 윤주화 에버랜드 대표이사 사장(겸 패션부문장)과 함께 에버랜드 패션부문을 담당한다.
결국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에버랜드라는 이름 아래 각각 리조트·건설부문과 패션부문을 맡아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됐다.
삼성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 대해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 원칙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은 “이번 사장단 인사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성과주의가 반영됐으며 삼성전자의 성공 경험을 계열사로 전파하려고 했다”면서 “사업재편과 신성장동력 확보 등 혁신을 선도할 인물을 중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LG는 올해 휴대폰 사업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아 대규모 ‘승진 잔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LG는 지난달 28일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사장 승진, 남상건 LG스포츠 대표이사 선임 등 시장을 선도하고 성과를 일궈낸 임원들을 최우선으로 삼아 임원 승진을 단행했다. 사업부 수장에 대한 변화폭은 약했지만 젊은 임원을 깜짝 발탁해 조직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다.
LG그룹 관계자는 “인사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으로 따라 이뤄지며, 누가 시장 선도를 위해 치열하게 도전했는지도 평가 기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 현대차, 대규모 ‘문책성 인사’ 예상
현대자동차그룹은 연말 대규모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회사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품질 경영’을 강조해온 현대차는 올해 품질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국내에서는 싼타페에 물이 새는 일명 ‘수(水)타페’ 사건이 발생했고, 해외 시장에서는 리콜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지난달 말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인 컨슈머리포트의 신차 품질 신뢰도 평가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지난해보다 4계단 하락한 21위, 6계단 내려간 16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 11일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을 경질하며 ‘수타페’ 오명을 벗어버리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권 사장과 함께 설계담당 김용칠 부사장, 전자기술센터장 김상기 전무의 사표도 함께 수리했다.
다음달 인사에서도 연구개발(R&D)과 품질 부문에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부회장 등 고위급에 대한 인사도 있지 않겠느냐는 후문이다.
◇ ‘비리백화점’ 대우조선해양 대거 ‘물갈이’ 유력
조선업계에서는 실적악화에 납품비리 문제까지 불거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인사에 이목이 쏠린다.
올해 국감에서 납품비리 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대우조선해양은 강도 높은 물갈이가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말 ‘경영쇄신’ 차원에서 상무급 이상 임원 60여명에게 일괄 사표를 받았다. 연말 인사에서 이들의 사표를 처리할지 여부가 관심이다.
현대중공업도 실적악화와 납품비리 문제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지난 6월 울산 본사로 복귀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부장의 승진 여부도 관심거리다.
철강업계에서는 단연 포스코의 인사가 화두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준양 회장의 후임이 선임될 때까지 임원인사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 3월 이미 한 차례 소폭 인사를 낸 만큼 신임 CEO 선임 이후에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15일 사의를 표명한 정준양 회장의 후임으로는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김준식·박기홍 포스코 사장 등 내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외부 인사로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진념 전 부총리,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 장관,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구 부회장은 포스코 상무이사를 지낸 적이 있어 현재 유력한 회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 SK·한화 등 수장 공백 여파 ‘조용한 인사’ 될 듯
SK그룹은 이달 중순께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계열사별 독립경영 강화를 골자로 한 ‘따로 또 같이 3.0’ 체제가 운영된 첫 해인 만큼 인사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앞서 SK그룹은 올해 2월 SK, SK해운, SK네트웍스, SK E&S 등 계열사 CEO를 교체했다.
GS그룹은 지난달 27일 2014년도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출범 10년 만에 공채출신 첫 여성임원을 배출했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포인트는 해외실적이 악화된 GS건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였다. 임원인사 대상자 중 절반인 22명이 GS건설 임원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이경숙 GS건설 상무는 공채출신 첫 여성임원으로, 지난 1990년 GS건설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했다. 국내 정유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23년간 플랜트 사업 전문가로 입지를 다져왔다.
이 상무의 등장으로 GS그룹의 여성임원은 손은경 GS칼텍스 상무, 주지원 GS홈쇼핑 상무 등 총 3명으로 늘어났다. GS그룹은 “여성 인재를 더욱 중용하라는 허창수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GS그룹은 “이번 인사는 지속적인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그룹의 미래성장과 비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조직 안정에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의 인사 시기는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보통 연초 인사를 단행해왔지만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구체적인 인사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예년보다 늦은 4월에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김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 이후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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