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두산’, 건설 살리려다 그룹 ‘흔들’
두산건설 ‘밑빠진 독’ 전락, 그룹 전체 위기 우려 커져
최병춘
obaite@naver.com | 2013-12-09 09:10:05
[토요경제=최병춘 기자] 인기 프로야구단인 두산베어스는 최근 고액 연봉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면서 ‘세대교체’라고 설명했지만 일부 팬들로부터 모기업의 부실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물론 신빙성이 큰 의심은 아니지만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가 역전패를 당했던 때처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못하다. 두산그룹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두산그룹도 건설 악재를 피해가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다. 뒤늦게 아파트 건설 사업에 뛰어든 두산건설의 부실 심화되면서 그룹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지금까지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에 쏟아 부은 돈만 줄잡아 2조원. 이미 두산건설 재정 곳간 바닥 드러낸 지경에 이르면서 두산건설 유동성문제가 그룹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 발행 쉽지 않아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갚기도 벅찬 상황이다.
두산그룹이 건설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두산건설은 지난달 25일 주식 10대 1 감자 결정하고 27일 만기 회사채 상환 위해 4000억 원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키로 했다. 이는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기 위한 그룹차원의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만큼 두산건설의 재무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두산건설은 자본총계는 1조4900억 원인데 자기자본은 2조700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기업의 잉여금이 바닥나고 자본금까지 까먹기 시작한 자본잠식 상태다.
두산건설이 당장 올 연말 갚아야할 회사채만 1550억 원에 달해 그룹차원에서는 이 같은 결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여진다. 두산건설은 내년 상반기까지 3018억 원의 규모 회사채도 남아있다. 2년 내 갚아야할 기업어음(CP)과 회사채 잔액 지난 9월말 기준 1조원 육박한다.
두산건설은 일반주식 10대1 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줄이는 대신 회계적으로 배당가능이익을 발생, 이를 통해 발행한 주식으로 차입금을 갚아나가겠다는 것이다.
두산건설이 유상증자를 위해 감자를 결정한 데는 그만큼 재무구조가 나쁘기 때문이다.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BBB+로 회사채 신규 발행도 어렵다.
두산그룹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두산건설을 두산중공업과 한 몸처럼 끌고 가 재무구조 악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두산그룹 측은 감자 결정 등에 대해서도 “기업이 망가지는 게 아니라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 긍정적으로 봐 달라”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살리기 위해 오랫동안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11년 5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00억 원을 발행한데 이어 같은 해 6월 주주배정 유상증자 3000억 원을 실시하는 등 그룹 계열사 자금을 실시했지만 두산건설의 경영정상화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영업 손실이 4535억 2115만원, 적자폭 무려 46.5% 급증했다. 매출액 2조 2290억6638만원으로 15.4% 감소했고 당기순손실 6148억4674만원 적자폭 확대됐다.
이에 두산그룹은 올해 4월 유상증자와 사업부 출자 등 약 1조원 지원책 내놓은데 이어 이번 RCPS 발행까지 합해 최근 3년간 무려 2조5천억 원 자금을 쏟아 붇고 있는 셈이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뿐 아니라 과거 밥켓 인수 등으로 유동성문제가 자주 불거져 왔다. 그 때마다 계열사 매각이나 회사채 발행과 증자 등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해 왔지만 시장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두산그룹의 재무 상황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 지난 6월말 기준 두산의 부채비율은 349%에 달한다. 두산그룹전체의 수익성 또한 좋지 않다. 최근 재벌닷컴 등이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20대 재벌그룹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두산그룹이 매출 1천원 당 벌어들인 이익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 77원에서 지난해 26원으로 66.2% 급감했다.
두산의 올해 3분기 매출액 5조 1606억 원, 영업이익 2447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하면서 226억 원 손실을 봤다.
두산중공업 등 주력계열사들이 실적이 악화되고 그룹 내 계열사 간 지원이 반복되면서 그룹 전체의 재무 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 두산건설 부실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두산그룹 처방, 효과 있을까?
일단 두산건설이 계획대로 10대 1 감자와 40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완료하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상당한 재무지표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산건설은 10대 1 감자를 통해 10주가 1주로 병합됨에 따라 따라 발행주식수는 5억5185만여주에서 5518만주로, 자본금은 2조7693억원에서 2859억원으로 감소한다.
이에 두산건설은 감자를 통한 차익 2조4883억원으로 지난 4월 발생한 주식할인발행차금 9419억원과 9월 말 기준 결손금 3325억을 보전하면서 1조289억원의 자본잉여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각에서는 전환우선주 발행이 현실화 되면 순차입금이 3분기 말 1조8700억원에서 1조3000억원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통해 BBB급으로 떨어진 신용도를 다시 A로 상향시킬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도 1년여 간 유동성 부담을 덜어 줄 뿐 부채를 갚아나갈 수 있을 만큼 재무구조가 회복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두산건설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결국 ‘밑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두산건설의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기 힘들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일감은 그대로이고 부채도 워낙 많아 유상증자 만기 상환재원 마련할 수단이 많지 않다. 또 회사채 발행길 막혀있고 금융권 대출도 어려운 상황은 여전하다.
다만 두산건설의 유동성 위기 주된 이유로 꼽혔던 일산 위브더제니스 미분양도 최근 전세 전환을 통해 차입금을 줄이며 자금 부담 덜어 주고 있기는 하지만 궁여지책 격인 ‘덤핑 전세’ 방식에 의한 상승인 만큼 큰 도움 못 되고 있다.
유일한 호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지난4월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사업권 넘겨받은 HRSG(발전보일러사업)사업부의 선전이다. 인수 후 약 7개월간 총 2000억원 규모 신규사업 수주로 영업이익개선 크게 기여한데 이어 연말 대형 해외수주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주 사업인 건설분야의 암흑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두산건설 실적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두산건설과 두산그룹을 바라보는 불안한 주위의 시선은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과감했던 두산, 건설 끈 못 놓는 이유
과거 인상적인 매각과 인수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해 왔던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을 끝까지 안고간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이 밖에도 두산건설과 그룹 오너와의 특별한 인연도 이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옛 동산토건을 전신으로 한 두산건설은 두산그룹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 사태인 ‘형제의 난’ 중심에 서면서 유명세를 탄 기업이다. ‘형제의 난’ 당시 두산건설은 분식회계를 검찰에 자진고백하면서 오너일가의 유상증자 대출금 이자 수백억원 대 대납과 박용성 전 회장 등의 분식회계와 횡령 혐의가 구체화된 계기가 됐다.
이후 두산중공업이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오너일가도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두산그룹이 두산건설 유동성 위기설이 돌 때마다 “두산건설을 두산중공업과 한 몸으로 평가하고 재무구소 개선은 물론 최악의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계열분리를 하지않겠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강조한 이유도 이런 과정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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