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관치금융에 뿔났다

여신업법 통과, 카드수수료율 법제화에 카드업계 반발 거세

김경제

webmaster@sateconomy.co.kr | 2012-03-12 12:56:58

정부가 영세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율을 직접 정하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에선 차기 국회에서 재개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무위 대안으로 통과된 여전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신용카드업자가 영세가맹점에 대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금융위원회가 가맹점수수료율과 관련해 신용카드업자와 가맹점에 대해 조정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취급하는 상품에 대한 광고 규제 강화와 외형확대 위주의 경영을 제한하기 위한 레버리지 규제를 도입했다.
카드업계가 여전법 개정안에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금융위의 직접적인 개입 조항이 포함된 것에 반발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치금융의 부활…존립기반 위태


카드업계는 이번 여전법 개정안이 시장 질서를 왜곡하게 될 것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조수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영세자영업자에게 우대수수료를 적용하는 건 공감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정하도록 한 건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드사 관계자는 “선거를 앞둔 여야의원들이 표를 얻기 위해 상식을 벗어난 결정을 한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가격(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은 관치금융의 부활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카드업계는 신용판매로 인한 수익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금융위의 규제로 수수료율을 더 낮추게 되면 시장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것.
카드사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집단 민원에 결국은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카드사의 존립자체가 어려워 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카드사들은 현재 2% 이하로 내려가 있는 수수료율을 더 낮추는 것이 중소가맹점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오히려 중소가맹점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카드사들이 수수료 부문에서 적자가 나도 중소가맹점에 대해는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대형 가맹점에서 번 돈으로 (중소가맹점 수수료 관련 적자를)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수수료에서 손실이 커지면 신용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발생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대한 할인 및 포인트 적립 혜택은 유지할 수 있지만 중소가맹점을 이용하는 회원들에게는 혜택을 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혜택이 사라지면 회원들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혜택이 남아 있는 곳으로 몰릴 것인데, 이는 중소가맹점의 매출 자체가 떨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건당 5만~10만원 이상 결제가 되는 이마트에 대한 혜택만이 남을 것”이라며 “슈퍼슈퍼마켓(SSM)만 살려주고 지역상권은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과는 공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카드 사용을 전제로 고객 서비스 할인 부분을 대형 가맹점들도 (카드사와) 같이 부담하고 있다”며 “대형 가맹점들은 카드사에서 ‘이젠 고객 할인 등을 부담할 수 없다’고 해도 자체적으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지만 중소가맹점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수료가 더 떨어지면) 손익에 펑크가 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업종 간의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유흥·사치업종 등은 3% 후반대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이들이 (중소가맹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어서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형 여신협회장 “이해할 수 없다”


여신금융협회는 ‘여전법 개정안’의 위헌소지까지 지적하며 반발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신용카드회사의 가맹점수수료는 은행의 대출금리와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변수이기 때문에 당국의 일방적인 결정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신용 7등급 고객의 은행 신용대출금리가 10%인데, 당국이 신용 8~9등급 고객에 대해서는 모든 은행이 5% 우대금리로 적용해야 한다고 결정한다면 우리나라의 신용과 금리체계는 무너지고 이를 악용하는 세력이나 집단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우대수수료 및 우대금리를 결정하는 주체는 분명히 민간 사업자여야 하며, 결정되는 수수료(금리) 수준도 시장경제의 규율 및 경쟁의 틀 속에서 정해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우대수수료(금리)는 수익에 대한 기여도, 새로운 시장 개척에 대한 필요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담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민간 사업자별로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마케팅 전략과 같은 경쟁적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이 시장논리에 맞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만약 당국이 특정 집단에 적용하는 우대수수료를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결정할 경우, 민간 사업자나 다른 집단에게 당국이 손실 부담을 떠넘기는 결정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이로 인한 민간 사업자의 경쟁력 약화나 사업실패, 우대수수료를 적용받지 못하는 집단의 민원에 대한 책임도 동시에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형 여신협회장은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조차 이 법안이 시장 자율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했는데… (여야가 통과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시행까지 9개월의 시간이 있고, 3월 말쯤에 용역을 맡겨놓은 수수료율 종합 개선방안이 나오니 공청회 등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재개정 검토할 수도’


여전법 개정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어떤 경우에도 시장 경제의 기본 질서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여전법 개정안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부당한 차별 금지나 수수료 경감을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담고 있는 부분이 있다. 정부로서 법안 취지 공감하고 입법 지원 해왔다”고 전제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중소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가 수수료를 정하도록 해 그동안 이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시장 가격을 정부가 직접 정하게 되는 문제점을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정무위는 물론 법사위에서도 수차례 의견 개진했지만 국회가 정무위 원안대로 최종 의결했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여전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를 통과한 만큼 다각적인 대응방법을 찾겠다는 입장으로, 재개정까지도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공포 9개월 후 시행하도록 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여러 가지로, 시장 원리가 훼손되지 않으면서 그렇게 정하는 방안이 있는지 고민하겠다”면서 “다른 방법이 없다면 관련 부처와 논의를 거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개정 추진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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