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을 괴롭히는 정부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6-08-19 15:16:59
이 영화는 몰락한 국가의 네 귀족들이 재미를 보기로 결정하고 악명이 자자한 뚜쟁이 네 사람을 확보한 뒤 나치 군인 몇 사람을 끌어 모은다.
이 타락한 귀족들은 이탈리아 10대 소년 소녀들을 강제로 데려와 ‘재미와 게임’을 위해 외딴 빌라에 가둬 놓는다. 그리고 영화는 시종일관 이들의 끔찍한 만행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권력에 대한 무작위한 숭배와 파시즘, 권력가들의 만행을 성적인 묘사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사실 이런 영화에서 흔히 묘사되는 풍경 중 하나가 ‘고통받는 평민’과 ‘배부른 권력가’다. 남루한 옷을 입거나, 아니면 이 영화에서처럼 아예 벌거벗은 평민은 권력가들의 노리개가 돼 고통받고 화려한 옷을 입고 잘 차려진 음식을 먹는 권력가들은 무자비하게 권력을 행사하며 사람들을 괴롭힌다.
이런 악랄한 영화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2016년 여름의 대한민국을 표현할 영화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저녁은 ‘누진세’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을 괴롭힌다. 무더위에 지쳐 쓰러질 지경이지만 에어컨을 함부로 틀었다간 큰일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감면해주겠다”는 말로 국민들을 현혹시킨다. 한마디로 ‘조삼모사’로 국민들을 놀린다는 것이다.
에어컨 틀기도 눈치 보여서 집에서는 연신 부채질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지만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긴 소매의 자켓을 걸치고 있다. 누가 봐도 더워보이지만 당사자는 아닌 모양이다.
연이은 폭염에 고랭지 배추 가격이 1년새 80% 급등했다. 김장철이 멀지 않았지만 배추 한 포기 사기도 살벌해질 지경이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송로버섯과 샥스핀, 캐비어 등 1인당 수십만원짜리 초호화 만찬을 즐기고 있다. 역시 배고픔에 허덕이는 국민들을 놀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 혹은 국민들의 고된 삶에 위로를 주는 것들의 가격을 올려가며 국민들을 놀리고 있다.
비록 군사정권처럼 무고한 사람을 잡아다가 고문하지도 않고 연산군처럼 무자비한 폭정을 휘두르진 않지만 지금 국민들은 ‘헬조선’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충분히 괴롭다.
안 그래도 더워서 짜증나는데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을 놀려대는 이 정부를 바라보며,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지 의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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